기억을 부르는

오렌지 향으로 말할 것 같으면

by 혜령

조금은 고가품 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을 때 쓰던 화장품이었다.

오렌지향의 여운이 오래된 기억으로 향한다.

심장에 꽂힌 것은 맞는데 왜 아픈지는 모르겠다.

어떤 기억으로 가고 있으나 도달하지 못한 듯하다.

한통을 다 쓰고 나면 기억의 끝을 알 수 있을까. 서늘한 풍요와 한적한 밤의 향기가 조금씩 형체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알고 싶기도 하고 알게 되는 것이 두렵기도 한 걸 보면 가볍지만은 않은 것이 가라앉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냄새가 주는 기억의 열쇠가 생각보다 강하게 손을 잡는다.

따라가야 하는지 뿌리쳐야 하는지 오렌지 향이 퍼지는 내내 고민하다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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