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걸어가는 나를 보는 일

by 혜령

낯선 도시에서

혹은 정갈한 산책 길에서 걸어가는 나를 본다.

여행은 창밖의 풍경일 수 있지만

그곳의 나를 관찰하는 일이기도 하다.

무엇을 찾아 떠나는 것인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한 장의 장면이나 한 줄의 글 속에서 길을 본다.

늘 연습하고 준비한 사소한 목록을 챙겨

새벽을 빠져나온다.

감성이 시키는 무모할지도 모르는 길이

나를 위해 서 있다.

결국은 한 모금의 물, 한 줌의 곡식이

사람을 살리는 것.

하찮고 소박한 감성이 시키는 일도 물이 되고 곡식이 될지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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