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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의 피크닉

게트라이데 거리와 유람선

by 혜령

여유로운 산책길이다.

구시가를 돌아보기 전에 강변의 조그만 카페에서 커피를 샀다.

시원한 나무그늘이 마중 나온 강변길을 걸어 천천히 구시가로 들어간다.

그림 같은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사람구경 물구경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미라벨 정원을 걷고 오느라 조금 힘들었나 보다.

그래도 쫓기듯 돌아보았던 어느 겨울의 풍경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게 되어 충분히 만족한다.

사백 년 전쯤에 대주교의 연인을 위해지었다는데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으로 더 유명한 것 같다.

대주교의 결말은 어둡고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 주변의 공원길을 좋아하게 되었다.

큰 나무들과 깊은 그늘, 싱그러운 꽃과 풀이 주는 초록의 세상이 아늑하고 조화롭게 느껴졌다.

강변길을 걸어 구시가지로 들어서면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판들이 눈길을 잡는다.

장갑, 신발, 우산 등 수공업 도시였던 잘츠부르크의 매력이 돋보인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중세시대의 아름다운 유산이라고나 할까.

마리아테레지아 여제에 의해 도시건축물 보존을 명령받아 삼백 년 가까이 존재를 뽐내고 있다.

지금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규제와 관리를 하는 듯하다.

이 거리에서 신기하고 재미있는 간식 '스노케를 임 엘레판트'를 주문해 보았다.

양은 3~4인용이고 이곳의 대표 디저트라고 한다.

호불호가 나뉘는 이 수플레는 경험으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보스나 그릴의 핫도그는 조그만 가게가 인상적이다.

그냥 줄을 길게 서고 차례가 되면 빠르게 주문과 배식을 받고 근처 길가에 서서 먹는다.

게트라이데 거리의 간식이라고 한다.

한 번쯤 긴 줄을 서서 먹어보는 재미는 있다.

예쁜 카페와 명품가게와 모차르트의 생가가 있는 이 거리가 잘츠부르크의 얼굴인 듯하다.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잘츠부르크카드가 있으므로 무료로 탑승이 가능하지만 5유로를 더 내면 우선 입장과 음료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를 블루라인이라 부르고 특별석을 제공한다. 줄이 짧기도 했고 매표소의 친절한 직원이 권하기도 했기에 블루라인을 선택했다. 결과적으로는 5유로가 아깝지 않았다.

편한 입장과 전망이 좋은 자리에 착석했고 바텐더가 직접 자리에 찾아와 음료를 주문받기도 했다.

다른 건 다 떠나서 붐비지 않는 자리여서 가장 좋았다.

강변에는 여전히 햇볕을 즐기며 최대한 많은 면적으로 태양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누워있다.

둘씩 앉아서 담소를 하거나 혼자 누워 햇살을 즐기거나 여럿이 강을 향해 돌을 던지며 한가한 주말을 보낸다.

열쇠가 자꾸 걸려서 다시 무거워지면 어쩌나 염려되는 다리 앞에서 유람선이 출발한다.

잘차흐강은 알프스의 만년설이 녹아 흐르는 강이다.

강을 기준으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뉜다.

보행자 전용의 아치형인 마카르트 다리가 사랑을 맹세하는 열쇠가 매달려 있는 곳이다.

유람선은 천천히 강을 따라 오르고 내리며 구도시의 아름다운 얼굴을 골고루 보여준다.

서서히 여름날의 저녁은 물들고 마을장이 섰던 자리도 하나 둘 정리를 한다.

배에서 내려 이것저것 아기자기한 물건을 구경하며 돌아가는 길,

다리 위에서 보는 잘차흐강과 호헨잘츠부르크성의 야경이 긴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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