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여성 난임 검사를 받으려면, 생리 2-3일차에 내원을 해야한다.
그 시기에만 분비되는 호르몬이 있어 그 때 피검사를 해야하고,
그 시기즘의 자궁과 난소상태를 봐야한다고 했다.
주기가 불규칙한 나로서는 언제 내원을 해야할지 모르고,
기나긴 난임병원의 대기줄을 예약없이 기다려야 했는데
이게 은근한 스트레스였다.
이번엔 운이 좋게도 금요일에 시작되었고,
병원에 전화를 해 보니 토요일 아침 7시30분에 예약전화를 하고
최대한 일찍 내원하면 진료가 가능하다고 했다.
평일 중에 진료를 보지 않아도 되어 연차를 아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뻤다.
오랜만에 방문한 산부인과는 난임전문병원이어서인지 원무과 직원분들부터
간호사분들까지 모두가 친절했다.
'멍-'하니 있는 나를 이리로 저리로 , 차분한 목소리와 손짓으로 안내해주셨다.
아마도 난임부부들이 얼마나 큰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지 많이 봐오셔서
그렇게 친절하게 해주시는 듯 했다.
오랜만에 받아보는 따뜻한 눈빛이라 마음이 몽글몽글 녹는듯 했다.
감사했다.
1시간 남짓 기다렸을까, 진료실에 들어가서 초음파를 봤다.
다들 산부인과 진료실엔 '굴욕의자'가 있다고 얘기하지만,
초음파를 많이 봐서인지 더이상 굴욕의자로 느껴지지도 않고
초음파를 볼 때 통증도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리고 호르몬 검사를 위해 채혈을 하고, 8월 10일에 나팔관 조영술을 예약했다.
8월10일은 7월 31일에 받은 검사결과를 듣고 나팔관조영술을 하는 날이었다.
나팔관 조영술에 대한 후기를 찾아보면, 세상 무서워진다.
아니 세상에 시험관시술을 위한 난자채취보다도 힘들었다는 후기까지 있으니 더더욱 겁이났다.
집에서 교육을 듣던 남편이 휴가를 내서 병원가는 시간에 맞춰 내게 와주었다.
속으로는 고마웠는데, 그 날 전후 몇일은 내가 남편에게 단단히 삐지고 화가 나있어서
고맙다는 말도 안하고 틱틱거렸다.
나는 분명히 '내가 아프고 힘든 일을 겪게 되더라도 오빠를 원망하지 않을게.'라고 말을 했었는데
막상 내가 아플까봐 겁이나니까 미워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지키지도 못할 공약은 역시 하는게 아니었다.
주사실에가서 항생제와 진통제를 맞고, 치마로 갈아입고서 조영술 실로 향한다.
굉장히 익숙하게 생긴 X-RAY실이었다.
기존과 차이점이라면 올라가서 무릎을 세우고 다리를 약간 벌리면,
두 간호사 분들이 양쪽에서 다리를 꽉 붙잡고 있는다....발목까지 아주 꽉...
(아니 왜 무섭게 그렇게까지 잡아야되냐고...)
후기에서 읽어보니 아픈 사람들은 발로 간호사를 차고 욕까지 하고 소리지르고 나왔다고 했는데,
아 그래서 잡는건가 싶었다.
소독을 마치고나면 조영제를 집어넣는 과정을 거친다.
아주 얇은 나팔관에 강한 압력으로 조영제를 넣는 과정이기에, 이 과정이 가장 아프다고 했다.
'30초면 끝나요~ 좀 뻐근해요~ 통증이 있지만 금방 끝나니까 좀 참으세요~'
하는 말에 최선을 다해 온 몸의 힘을 뺐다.
긴장하면 더 아프다길래.
나팔관이 막혀있으면 생리통의 30배에 달하는 통증이 느껴진다,
차라리 출산이 낫겠다, 기절하고 나왔다. 라는 후기들이 머리속에서 스쳐지나갔다.
역시 병원 시술을 받기 전에 후기를 찾아보는건 독밖에 안되는구나 깨닫는 순간 검사는 종료됐다.
5초 정도는 조금 뻐근하듯 아팠지만 딱히 '아프다'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들으러 진료실로 향했다.
o 난소나이 38세(나는 31세인데..)
o 나팔관 막힘없음
o 자궁 근종이나 물혹도 없고, 깨끗하며 내막도 아주 적당함
o 비타민D부족
- 비타민 D 주사 처방, 햇빛보며 자주 걷고, 필요 시 영양제 추가 섭취 권고
o 갑상선수치가 4.1로 임신준비를 하기엔 조금 높음(임신하지 않을거라면 전혀 문제없음)
- 피검사 재검, 필요시 내분비내과에서 약 처방 예정.
갑상선 수치는 스트레스 상황에 따라서도 많이 변하고, 약으로 쉽게 치료 가능하고, 임신시 태아에 영향도 없으므로 걱정없음
난소나이가 많아서 임신을 서둘러야 한다는 점 빼면, 나머지는 크게 문제가 없었다.
다행이었다.
이제는 신랑의 수술결과만 잘 나와주면,
순탄하게 흘러가리라고 생각한다.
이 힘든 시간을 조금만 더 견뎌내면
좋은 날이 올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