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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Aug 16. 2021

2.[난임일기] 2020, 지속되는 자연임신 실패

아무래도 의학의 힘을 빌려야겠다고 마음먹다.


1년이 지나도록 피임 없이 임신이 되지 않았다.



아직 내 나이가 30이고, 남편은 35 (만으로는 29, 34) 였으니 그리 늦은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발 끝에 바닷물이 차오르듯 초조했다.


아마도, 월경 주기가 신나게 불규칙한 나의 원인이지 싶었다.

중학교 2학년 때 츰 시작한 초경은, 내 친구들이 매 달 30일정도 주기로 할 때 마다 나는 40일~60일로 들쭉날쭉하기 일쑤였다.

한약도 먹어보고, 산부인과에 가서 주기조절용 피임약도 먹어봤지만, 다 그 떄 뿐이었다. 다시 되돌아오고 말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인지, 무려 1년에 2번밖에 월경을 하지 않는 충격적인 일도 겪었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2달정도의 주기로 돌아왔으나, 취업을 하고 교대근무를 하면서 또 그 패턴은 나를 약올리듯이, '내가 네 뜻대로 돌아와 줄 지 알았느냐?' 놀리며 다시금 길어지고, 멀어지고, 꼬이는 것이었다.

2019년 겨울에는 회사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다가 허리를 삐끗해 추간판돌출증과 인대부상으로

인대강화주사를 맞기도 했었는데, 그 못된 주사로 인해 호르몬체계가 무너지면서 한달에 무려 3번이나 월경을 해야했다.



오랜만에 산부인과에 방문했다.

초음파 검진결과 이상없음


매년 종합건강검진을 하면서 자궁경부암 검사와 간단한 초음파를 보지만, 임신준비를 위한 내원은 처음이었다. 어릴 적 동네에 있던 오래된 산부인과와 요즘의 산부인과는 완전 180도 달라져 있었다.

하얀 벽의 깔끔한 인테리어에 화사한 핑크색 소파가 있고, 폭신폭신한 형형색색과 무늬의 쿠션들도 가득있었으며 긴 대기시간을 버티게 해줄 잡지같은 책자도 많았다. 조금, 겁이 났지만, 그런 따뜻한 분위기에 조금은 마음이 가라앉는 듯 했다.

의사선생님께 그간의 나의 월경 스케쥴과 얼마나 불규칙적인 주기를 가지고 있는지 말씀드렸더니

인대강화주사가 얼마나 호르몬에 악영향을 끼치는지 친절히 설명해주셨다.

(심지어, 허리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에 내원했을 때도 그런 주사는 믿어서도 안되고 맞아서도 안된다고 하셨다. 정형외과 의사들은 크게 믿을 사람들이 안된다는 걸 내 호르몬의 규칙성을 내주고서야 알게되다니...)

그리고 초음파를 봤다.

처음으로 깊게 들어가는 초음파 내시경의 느낌은, 다소 차갑고 딱딱해서 공포감을 일으켰다.

다행이게도, 조금있으니 따뜻해지면서, 덜 불편해졌다.

자궁도 튼튼하고, 난소도 튼튼하고, 난포도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고 하신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궁 내막이 약간 두꺼워져 있다는 문제인데,

원인은 높은 여성호르몬으로, 평소 생리통은 조금 심하겠지만 임신하는데는 전혀 문제없으니 걱정말라고 했다.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숙제하는 날'을 받아왔다.

정자의 생존기간은 3~4일이고 난자는 1일 이기 때문에 여성의 배란일 전, 후에 맞춰서 사랑을 나누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친한 친구도 배란테스트기를 써서 임신에 성공했기에 나도 곧 되겠지! 하는 희망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2주가 지나고나면, 어느정도 '느낌?'이 온다고 했다.

아랫배가 콕콕 쑤시거나, 잠이 몰려오거나, 오한이 오거나,, 등등

아이가 집을 만드느라고 나한테 신호를 보낸다고 했다.

그런 느낌이 오는 듯 했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아랫배 통증이 있었고 잠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임신을 했을 수도 있겠구나.'


예상한 생리주기가 되어도 하지 않기에, '되었겠구나.'하고 테스터기를 썼는데,

단호박, 한줄이었다.


자연 임신 시도의 첫 실패였다.

죽어도 두줄이 되어주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테스트기를 내려다보고 있자니 마음이 찡- 아팠다.

사실 첫 시도였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음에도, 마음이 아팠다. 괜시리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신랑에게 '이번엔 임신이 아닌가봐.' 하고 전하는 마음에 슬픔 울림이 있었다.

신랑은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 원래 자연임신 확률도 20%밖에 안된다고 하잖아. 그냥 이번은 타이밍이 아니었나봐. 또 해보자.' 라며 위로했다.

신랑의 위로엔 마법같은 힘이 있어서, 좌절하고 있을 때도 위로와 응원의 말을 들으면 불안한 맘이 사그라 들었다.



그렇게, 우리의 어설픈 첫 시도에서는 예쁜 아이를 만나지 못했다.

언제쯤 찾아와 줄거니, 이번엔 꼭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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