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에 입학하기 1년 전, 우리가족은 정들었던 흑석동 주택을 떠나 경기도의 한 아파트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러면서 유치원도 옮기게 됐는데, 어린 나이에 처음으로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지려니 적응하기 쉽지않았던 기억이난다. 지금은 사회생활을 하고 이런저런 일을 겪다 보니 낯을 많이 가리지 않는데 어린시절 이사를 하고 나면 언제나 낯가림이 심했다.
건물 전체가 유치원인 좋은 곳이었다. 일주일에 1-2번은 체육활동 시간이 있는데, 옥상에 수영장이 있어서 봄, 여름, 가을에는 수영을 하곤했다. 오동통 하던 나는 처음보는 친구들 앞에서 벗은몸을 보여가며 수영복을 갈아입는 것도 싫고, 괜히 남자아이들과 짧은 수영복을 입은 채로 좁은 수영장에서 물놀이하는것도 싫어서 모두가 신나하던 물놀이 시간이 다가올때면 침울해지곤 했다.
수영복 가방을 끌어안고선 수영장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실내 볼풀장을 하염없이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수영장 말고 저기 알록달록 볼풀장에 풍덩 빠져 놀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아련히 생각했다. 아무리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어도 결국엔 등을 슬며시 미는 선생님 손에 이끌려 탈의실에 들어가선 알록달록 러플이 달린 쫄쫄이 수영복을 입고 수영모를 꾹 눌러 써 눈이 덜 떠진 채 'ㅡ ㅡ' 하고 나와선 심장에 물을 적시다 차가운 물에 부르르 눈이 번쩍 'O O'!!! 하곤 결국 수영장에 들어가야하는 운명이었다.
그래서 나는 볼풀장에서 자주 놀 수 있는 겨울이 좋았다. 겨울이오면 귀찮게 수영가방을 챙기지 않아도 되서 짐도 가벼웠다.
1년도 안되게 다녔던 유치원에서 나는 '파란반'이었다. '파란색'하면 예쁜 하늘구름이 떠올라서 나는 내가 파란반인게 정말 자랑스럽고 좋았다. 그리 긴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졸업식 날에는 파란반 선생님과 헤어지는게 서러워서 선생님을 붙잡고 엉엉 울었던 기억이난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니 참 엉뚱하고 정이 많은 아이였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