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안의 정상과 비정상

by 유이배

2016.09.08


요즘 난 기자를 그만둔 뒤 뭘 할까 고민 중이다. 내가 가진 능력으로 먹고 살 수 있는 건 중국어 과외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hsk를 다시 따야 하고... 요가 강사... 이건 그냥 나이 들어서 내가 꼭 해보고 싶은 거.. 출산 이후 6개월이 지난 다음 요가 자격증을 따 볼까 생각 중인데... 100% 자신이 있지는 않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그래도 뭔가를 해봐야겠지?


나이 스물이나 나이 서른이나 여전히 진로 고민은 ing다. 그래도 뭐라도 하면 방법이 보이겠지?

2018년의 가을, 나는 2년 전 일기장을 오랜만에 펴보고는 깜짝 놀랐다. 임신기, 전 회사에서 시달릴 때로 시달리던 그 시절, 속에서 울분이 치밀어 오를 때마다 전공 살려 공부방이라도 해야 하나란 고민을 했던 것은 기억하고 있었는데, 요가 강사를 꿈꿨다니.


그 일기장을 새삼 펴보고 있었을 때의 나는 새로운 회사에서 괜찮은 사람들을 만나 적어도 인간관계에서 만큼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며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에는 늘 이 회사를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 회사 역시 마흔 넘은 여자 선배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아이 엄마는커녕 기혼자 자체가 없는 젊디 젊은 조직이었다. 물론 앞선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 꼭 전망과 희망이 없다는 증거인 것은 아니다. 다만, 나는 회사 안에서 개척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결국 그 과정에서 누군가들과 치사한 전쟁을 치러야만 한다는 사실이 이미 지쳐버린 내겐 너무 큰 스트레스였다. 차라리 회사 밖을 나와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생각이 머문 곳이 요가였다. 내가 힘들 때마다 나를 지켜준 것이 요가 이기도 했다. 진지하게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프리랜서인 만큼 시간의 유연성을 지킬 수 있겠다 싶었다. 실은 2년 전부터 내심 이루고 싶었던 버킷리스트였다는 건 일을 저지르고야 알게 됐지만.


그렇게 나는 두 달의 백수생활을 지나 다시 회사원이 되었던 그 해 겨울, 요가강사 자격증을 품에 안았다. 지긋지긋하던 전 회사에서 뛰쳐나온 날로부터는 꼬박 1년 만에 일이다.


TTC(Teacher training Course)가 시작되던 첫날, 자기소개를 하던 나는 울컥거리는 감정을 감추는 것에 실패해 동기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기자로 살았던 지난 10년 가까운 삶이 지나가고 새로운 삶에 다시 도전하는 나 자신이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운 이상한 감정이 교차했던 것이다.


그 날의 울컥거림을 발판으로 세 가지 계절을 지나, 마침내 (운전면허증을 제외하고는) 내 인생 첫 자격증을 품에 안았을 즈음, 나로 하여금 사표 쓰게 만든 장본인 C의 소식을 듣게 됐다. '애 엄마'인 나를 결국은 쫓아낸 C역시 고작 1년 만에 그 회사를 나와야 했다고 한다.


혈관 깊숙한 곳에서 말로 설명 못할 뜨거운 감정이 들끓어 올랐다. 비록 나 스스로 사표를 쓰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종종 패배감과 마주했다. 그놈의 '애 엄마' 공격에 제대로 된 맞불조차 지피지 못했던 자신의 나약함을 비난했다.


-도대체 그렇게 누군가들을 상처 주고 짓밟으면서 그들이 얻어내는 것이 과연 뭘까?

-그렇게까지 살 수 없는 나는 실은 요즘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부적응자는 아닐까?

-아니, 그냥 어쩌면 나라는 사람이 무능력한 것은 아닐까?


아이를 재우고 난 뒤, 나의 하루가 마무리될 시점이면 어김없이 밀려오는 씁쓸한 질문들.


그러다 C가 1년 전 나 자신의 모습을 1년 후 그대로 답보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스스로를 괴롭히던 질문들에서 비로소 해방됐다.


'그래. 그렇게까지 살아봐야 실은 별 것 없다는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어.'


토닥토닥. 과거의 내게 오늘을 말해주며 네 선택을 지지한다고 속삭여주고 싶었다. 물론 과거의 나에게 그런 말을 전할 방도는 없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이거나 무능력자인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글을 통해 일러줄 수 있을 것이다.


자책의 터널을 조금 먼저 지나온 사람으로서, 나는 당신이 정상이고 저들이 비정상인 것이 맞으니 부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내게 회사는 온통 비정상적인 것들이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서는 정상인 나를 갉아먹는 그런 곳이었다는 생각이 문득 파고든다.






글. Sophia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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