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보면 모두 성장통이었으나

by 유이배

요가 강사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은,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닌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자존감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진 그 시절의 내게는 굉장한 자부심이었다. 새로운 삶을 일으켜 세워보겠다는 나의 결연한 의지였고 인생을 전환시켜보겠노라는 담대한 용기이기도 했다.


이 자격증으로 인해 나는 야근과 회식 없인 성장도 힘들다는 논리의 조직에서 벗어나 볼 수 있고, 치졸한 사내 정치에 가담하지 않아도 밥벌이를 할 수 있게 된다. 또 때로는 누군가를 글로 쑤셔야만 하는 직업 자체의 공격성에서 벗어나 '나마스떼~' 영혼의 안식을 강조하는 인자한 선생이 되어볼 수도 있다. 프리랜서의 삶에는 지금의 내가 차마 알지 못하는 불안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각오도 필요하다지만 그보다는 어디에서도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유로움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2년 전 일기장에 털어놓은 나의 막막함 들을 떠올리면 방황하던 내 인생이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안도감까지 스몄다.


그 한 장의 종이는 이토록 많은 의미를 띠고 있었다. 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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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을 품에 안고 집에 돌아온 날, 남편 그리고 아이와 작은 케이크를 둘러싸고 촛불을 켰다. 무엇을 축하하는 것인지 알지 못한 채 손뼉을 치는 아이를 바라보며, 나는 요 작은 존재가 내 인생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 새삼 실감했다.


내 품을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온 널
처음 만난 날에도
나는 내 인생이
이렇게까지 바뀔 줄은
꿈에도 몰랐었는데...


나와 눈만 마주치면 아이 입에서는 자동반사적으로 "엄마"라는 말이 터져 나온다. 그럴 때마다 두 음절이 지닌 엄청난 무게감을 실감하며 나를 부르는 것이 맞기는 한 걸까란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세월이 더 흐른다 해도 스스로를 엄마라 칭하는 일은 여전히 어색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엄마가 됐다는 증거들은 속속 발견된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고 난 뒤 겪게 된 삶의 변화를 더듬어 볼 때마다 그렇다. 내 구석구석을 변화시킨 이 작은 존재 없이 더 이상 내 인생이 설명되지도 않는다.

크고 작은 삶의 변화들은 지금에서야 돌이켜보면 나라는 인간을 조금은 더 성장시켰다. 오늘과 같은 결실의 날에는 성장의 기쁨을 만끽해볼 수 있지만 이날이 오기까지의 성장통들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제각각의 성장통 속에 살아보기 위해 마지막 용을 쓰는 엄마들이 있을 것이다. 이토록이나 많은 변화를 홀로 감당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무딘 주변 세계를 원망하기도 하면서.


요가 강사의 꿈을 이룬 지금, 다시 품게 되는 또 다른 꿈은 언젠가는 그런 엄마들을 위한 요가 클래스를 열어보고 싶다는 것이다. 찌뿌드드한 근육을 정돈하면서 지친 영혼까지 쓰다듬을 수 있는 수업을 해보고 싶다. 내 작은 수업을 통해 몇몇 엄마들의 마음이 위로받을 수 있다면 더없이 좋겠다.


그 편이 늘 누군가들과 치졸한 싸움을 벌이며 버텨야 하는 회사 생활보다 더 큰 성취감을 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글. Sophia 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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