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생각보다 아이는 빨리 자란다

by 유이배
1년전 나의 작던 아기


불과 1년 전 걸음마에 익숙지 않았던 나의 아기는 이제 계단까지도 혼자 걸어가겠다고 고집을 피우곤 한다. 안고 올라가는 것이 아직은 더 빠르고 편해 12kg의 아이를 번쩍 들어올리는 편을 택하는데, 열에 일곱은 아이가 어설픈 발음으로 "내려! 내려!"라고 요구한다. 그런 아이를 내려주면 엄마의 완강한 팔에서 벗어난 자유가 못내 즐거운 듯, 깔깔 거리고 웃으며 계단을 걸어 올라간다.


그래도 아직은 혼자 계단을 오르는 것이 버거운지 엄마에게 손을 잡아달라고 말하는 아기이지만,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르면 엄마의 도움을 벗어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육아 힘들지 않냐"고 누군가 물을 때 나는 "힘들지만 그 시간은 너무 빨리 흘러가버려"라고 답한다. 정말로 그렇다.


아이가 통잠을 자지 못하니 새벽에 2시간마다 깨어 젖을 물리던 날들이 있었다. 그러나 3개월 남짓이다. 전체 육아의 시간에서는 찰나에 불과하다.


물론 시간이 흐르면 육아의 난이도도 따라서 높아지니, 연속되는 단계 속에 육아의 고충은 존재하지만 순간의 아이는 늘 영원하지 않다는 점을 내 자신에게 자주 되새기곤 한다.


아이가 뒤집기를 하는 나날도, 아이가 기어다니는 나날도, 아이가 걸음마를 시작하는 나날도 이제는 내게 모두 과거가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어느새 이렇게 커버린 아기

가끔 과거 아이의 사진을 보면서 그 날들이 그립기까지 하니 오늘 내 아이의 모습 역시도 언젠가는 그리워할 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 모든 것이 애틋해진다.


아이 시절은 인간의 가장 어여쁜 순간이라는 점을 아이를 키우며 새삼 알게 된다. 그런데 이 순간들을 온전히 목격할 수 있는 존재는 오로지 부모 뿐이다. 아이 자신조차 자신이 자라는 순간들을 기억할 수 없다. 부모로서 누리는 최고의 축복은 아이의 가장 예쁜 날들을 생생하게 목격하는 점일 것이다.


때론 내 자유가 너무 제한적이란 점에서 “얼른 커버리렴” 이라고 말하곤 하지만 그 말은 실은 100% 진심이 아니다. 생명이 피어나 자라는 순간, 온통 새로운 세상에 탄복하는 아이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행복은 너무나도 크다.


육아는 고충도 고통도 있지만, 행복한 순간들도 꽤나 많이 찾아온다는 것.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면 그 고통 역시도 추억이 된다는 이상적인 말을 그냥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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