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아니고, 오늘은 직장 속 인간관계에 대하여
"세상의 관심을 내가 다 받고 있는 것 같아.”
지난해부터 늦깎이 공무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내 친구가 말했다. 지방 소도시의 공무원으로 살고 있는 그녀는 싱글이다.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동안, 연애를 반복해온 그녀는 이제는 결혼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서두르고 싶은 마음보다는 늦더라도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요즘은 어떤 사람이 나와 잘 맞는 걸까에 대한 고민도 종종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카톡이 울렸다.
“아무래도 올해 안에 아무나 하고 결혼해야 할까 봐.”
씩씩대는 흥분의 기운이 카톡 메시지 안에서도 느껴졌다.
무슨 일인가 하니, 직장 내 멘토처럼 생각하는 선배로부터 퇴근 이후 맥주 한두 잔 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평소 그녀에게 무던히도 “고기 사줄까?”, “술 마시고 싶지 않니?”, “나는 우리 OO이가 참 예뻐 보인다.” 라며 불필요한 관심을 표출해대던 직속상관이 어느 날 그녀를 불러 세워놓고서는 “사생활 관리를 하라. 너에 대해 소문이 안 좋다”는 잔소리를 했단다.
존경하는 선배에게 업무적인 조언을 들은 것이 '소문이 안 좋다'로 돌아올 것을 차마 상상도 못 하였다는 친구. 무엇보다 늘 선을 넘어 불쾌할 정도로 호감 표시를 하는 것을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라 자부하는 상사로부터 '사생활 관리를 하라'는 잔소리를 듣게 된 것에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상황이 억울하다 말하면 동료들은 민망한 웃음만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 한단다.
친구가 이런 상황에서 왜 결혼을 떠올렸는지 나는 알 것도 같았다. 나 역시 미혼 시절 이런저런 불필요한 말들을 들은 적이 많았다.
"넌 왜 아직 남자 친구도 없니? 그러다가 진짜 큰 일 난다."
"너도 이제 결혼해야지. 여자는 결혼 안 하면 드세져."
그 시절 남자 친구였던 내 남편에게 나 역시 "결혼하면 일하는 게 더 편해질 것 같기도 해. 아니, 언제부터 나의 연애와 결혼이 그들의 관심사였을까?" 라며 툴툴 거린 적도 있다.
조직이라는 것이 늘, 합리적으로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사람과 사람의 공동체라 누군가의 상식과 나의 상식이 어긋나는 상황들은 늘 발생한다. 다양한 연령대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지닌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다 보니 크고 작은 갈등들은 늘 도처에 있다.
"그는 모를 거야. 자신이 후배들에게 표출하는 애정이나 그의 잔소리가 얼마나 끔찍할지 절대 모를 거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몰라."
사실은 이 지점이 가장 끔찍하다. 그는 결코 모를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절대 변할리 없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 역시 나의 후배들에게 선배의 애정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행위들이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떠오른다.
어쩌면 내가 좋은 선배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내 친구가 선배들의 애정을 불필요한 조언 혹은 불쾌한 잔소리라 여긴 것처럼, 나의 후배들도 오늘 내가 한 말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적당한 거리감은 직장에서야 말로 가장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