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요가의 시작과 끝은 모두 마음이다

Yoga citta viritti nirodha

by 유이배

요가 수업은 대게 3분 정도의 명상으로 시작된다. 지도자 과정을 들으면서 이 명상 시간은 초반 두 배로 늘어났다. 좀이 쑤셨다. 5분여 정도 가만히 있는 것은 좀처럼 힘들었다. 가장 편한 자세로 앉았다고 했는데도 어딘지 불편한 구석이 생겼다. 가려운 곳, 저린 곳, 내 몸 세포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느껴져 얼른 몸을 툭 해체해버리고 싶은 욕망과의 싸움. 그것이 명상에 대한 나의 첫인상이다.


사실 낯설었던 게 가장 클 것이다. 살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는 순간은 참 만나기가 힘이 드니까. 쉬는 날 뒹굴 거리며 침대 속에 있는다 해도 늘 스마트폰을 들고 시시껄렁한 인터넷 속 이야기들을 읽느라 분주했다. 정말 이렇게 가만히 눈 감고 앉아 몸의 움직임을 제한한 채 호흡에만 온 신경을 쏟는 경험은 요가가 아니고서는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순간이 내 마음을 튼튼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을 어느 날 불현듯 깨달았다.


지도자 과정 수업의 어느 날, 명상을 몇 분 하지도 않았는데 옆자리 동기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꽤 크게 들렸다. 두 번 세 번, 그 소리가 반복되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렇다고 웃을 수는 없고 괜한 헛기침으로 웃음을 감췄다. 그렇지만 이후에도 내 얼굴의 근육이 마구 움직여댔다.


여기서 내가 빵 터져버리면 어떡하나. 걱정되면서도 주체를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가다듬고 가다듬어 명상을 끝마쳤었다. 그런데 그날의 명상이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무도 꼬르륵 소리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왜 나는 그 순간을 그냥 넘기기가 힘들었을까?

어쩌면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 이들도 있을 것이다. 배에서 소리가 나는 게 뭐 어때서. 그게 뭐라고. 그렇게 웃음이 터진 나를 주체할 수도 없을 일인가. 싶기도 했다.


그 순간, 어쩌면 나라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 크게 반응하는 것이 습관이 돼버린 것은 아닐까 싶어 졌다. 돌이켜보면 실제로 사소한 것에 크게 반응하느라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했던 경험들이 있다.

이후로 사소한 것에 반응하기보다 한 발 떨어져 바라보려고 노력하게 됐다. 생각해보면 중요한 일들에 감정이 앞서 망쳐버린 경험이 꽤나 많았다. 조금 더 멀리 바라보고, 조금 더 깊이 바라보고, 한 숨 고르며 대응해도 될 일에 일일이 나서 발끈해버렸다.


그리고 어떤 일이든 해결을 감정적으로 하려는 버릇이 있었다. 때로는 인간적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만, 대체로는 비 전문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경우에 따라 요즘 유행어로 TMI가 돼버리는 때도 있다.


내 이런 자각은 명상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요즘 읽고 있는 요가수트라에 이런 글귀가 있다.


질병, 나태함, 의심, 감각의 탐닉, 부주의, 게으름, 잘못된 인식, 잘못된 방향, 불안정한 마음의 상태.
이 아홉 가지의 분산된 마음들이 수행의 장애 요인들이다.


어느덧, 지도자 과정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시점, 마음이 번잡해지는 때가 있다. 어찌 되었든, 지금까지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날은 너무 힘들어 다 내려놓고 싶은 날들도 있다. 이렇게 좋아 여기까지 왔음에도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까지도 찾아온다.


사소하게는 내가 내 마음이 차는 만큼 수련을 못하거나 내 주어진 환경 탓을 하며 불평하거나 하며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는 날들도 있다.


이 모든 것이 요가 수련, 수행에 있어서는 장애 요인들이다. 요가뿐만이 아니다. 삶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때때로 마음의 불안정함은 삶의 과정들을 지연시키고 만다.

결국 이런 마음들을 잘 다스리고 치유해서 주변의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는 마음을 튼튼한 체질로 만드는 것의 시작이 바로 명상이라는 것을, 조금 웃기지만 '배 꼬르륵'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됐다.




오늘은 받다파드마사나를 하며 명상에 들어갔다. 이제 5분 정도의 명상은 아무렇지 않게 하는 수준이다. 오히려 명상이 기대가 되기도 한다.


명상 와중 누군가가 꽈당, 물건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소리가 꽤 컸다. '헉!'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나는 꿈쩍하지 않았다. 놀랐지만, 이내 추스렸다.


그 소음과 진동이 뭐라고. 내 명상을 깨트릴 정도는 아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렇게 내 마음이 튼튼해짐을 느낀다. 내 삶에도 오롯이 적응되리라 믿는다.


p.s. 실제 요가 경전 수트라에서 요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Yoga citta viritti nirodha(요가는 마음작용의 지멸이다). 단순히 아사나를 잘 해내는 것만이 요가가 아니라 내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 곧 요가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오늘 하루 내 마음을 잘 다독이며 다스려보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차분히 앉아 눈을 감고 마음을 들여다보세요. 몸의 불편함을 극복해낸 순간, 마음의 깊은 곳이 보일 거예요.


요가 동영상 : 제가 지도자 자격증에 도전한 이유가 궁금하신가요?

https://www.youtube.com/watch?v=24PW10td2ZI&t=1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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