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배 Jan 11. 2019

이해가 가지 않았던 비굴한 팀장님

<사내정치가 견디기 힘든 사람들을 위한 조언>

직장생활에서 가장 이해가 되지 않았던 대목은 군주제도 아닌 21세기에 한 인간이 그저 상사라는 이유로 엄청난 충성 맹세를 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인간적으로 존경하고 따르는 선배가 직장에 있다는 것은 물론 크나큰 축복이다. 그런데 존경이 아닌 충성을 다 하는 이들은 그야말로 맹목적인 추종에 혼신을 다 했다. 안쓰러울 정도로.

전 직장에서 만난 한 40대의 팀장은 비록 술기운으로 한 말이지만 “나는 오너의 개가 되어도 좋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경악했다. 대체 어떤 인간이 누군가의 개가 되기를 자처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저런 인생을 살고 저 인생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걸까. 그런데 이런 이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생전 처음 본 기업문화는 내겐 그야말로 기겁할 만한 일이었지만, 그들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내 나름 이해를 해보려 더 들어다보면 볼수록 그들에겐 일종의 절실한 같은 것이 있었다. 충성으로라도 직장 내 수명을 연장하는 길 외에 내게 다른 길은 남아있지 않다는 절박함 같은 것 말이다. 때론 다른 삶을 살아보려는 노력은 하기 싫고 그저 아부를 하고 비위를 맞추면 된다는 게으름 같아 보일 때도 있었지만. 뭐든 간에, 어떤 상황은 인간을 충직한 개로 만들기도 한다.


솔직히 그렇게까지 살고 싶은 이들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그들 역시도 젊은 시절엔 그런 삶을 꿈꾸진 않았을 것이다. 다만, 단 한 번도 정상적인 노력을 해보지 않은 이들의 우회로 혹은 정상적인 성장의 길을 잃은 이들의 마지막 보루같은 것 아닐까 싶다.


그래서 더더욱 커리어에서의 정직하고 투명한 성장을 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주니어 시절일 수록 더욱 그렇다.


그 시기 상사의 비위를 맞추는 것에 스며들게

되면 올라갈 수록 더더욱 그런 삶에만 젖게

된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길은 오로지 아부 밖에 없다는 것을 조만간 깨닫게 된다. 반면, 정직하게 업무의 성과를 거둬들이며 차곡차곡 올라간 이들은 누가 봐도 잘 해내는 선수들이 되어 아부 없이도 업무 그 자체로 신뢰를 주게 된다. 더 나은 기회들도 이따금 찾아오게 된다.


최근에 건너들은 이야기로, 충직한 개를 자처한 그 팀장은 본인이 이끌던 조직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스스로 내려놓고 가치가 떨어지는 팀으로 지원해 나갔다고 한다. 능력으로 평가받기 보다 가늘고 길게 버틸 수 있는 편을 택한 것이다.


그저 버틸 수밖에 없는 삶. 사실 20대 부터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우선순위를 찾아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