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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Jul 29. 2022

다 아는데도 빠져드는 무적 치트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리뷰

'역사가 스포'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충무공 이순신의 임진왜란에서 거둔 업적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이가 없다. 그런데도 빠져드는 건 이순신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압도적이고,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이 무적 치트키를 잘 활용해냈다는 의미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은 지난 2014년 이순신의 대표 전투 중 하나인 명량 해전을 그려낸 '명량' 이후 8년 만에 탄생한 후속편, 정확하게는 프리퀄 격인 작품이다. 영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1592년 7월 8일(음력) 왜적을 대거 수장시켰던 한산도 대첩을 다루고 있다. '명량'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이번에도 메가폰을 잡았다.


같은 감독이 연출해서인지 '한산: 용의 출현'의 구성 방식은 '명량'과 똑같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뉜다. 전반부는 큰 전투를 앞둔 조선군과 왜군 간 소리 없는 첩보전을 담아내 긴장감을 끌어올린다면, 후반부에는 영화의 대미라 할 수 있는 해전에 모든 걸 쏟아붓는 방식이다. 


같은 주인공, 극 중 배경, 스토리 구성임에도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과는 다른 결을 띤다. '명량'은 한국 박스오피스 역대 최다 관객 수 1위(1761만 5844명)에 오르며 대흥행하긴 했으나, 대규모 해전 신이 나오기까지 지나친 신파적 성향과 무의미한 캐릭터들의 등장 등 내실이 부실했다. 이러한 피드백을 확실하게 수용했는지, '한산: 용의 출현'에선 전작의 단점을 최대한 제거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조명하는 데에만 최대한 집중한다.



불필요한 가지치기를 한 뒤, 영화는 오직 한산도 해전 목표 하나만 바라보고 우직하게 달려간다. 한산도 해전을 앞두고 조선 수군과 왜군 모두 전투를 어떻게 임할 것인지만 보여줄 뿐 그 외의 면모를 드러내지 않는다. 양쪽의 수장인 이순신(박해일)과 와키자카(변요한), 주변 인물들 모두 전투에 대한 입장만 보여주며 평면적으로 그렸다. 그래서인지 '서프라이즈' 같은 역사 재연극을 큰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나마 인상적인 인물은 구선(거북선)을 연구한 나대용을 연기한 박지환의 또 다른 얼굴 정도.


물론 단조로운 캐릭터들은 중요하지 않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고 있는 해전이기에 언제 큰 이벤트가 일어날 지만 기다린다. 조선 수군과 왜군 간 목숨을 건 첩보전은 나름대로 쫀쫀한 긴장감을 주긴 하나, 대형 전투신을 위한 양념적인 요소에 그칠 뿐이다. 


단조롭고 뻔한 패턴임에도 본격적으로 해상 전투신에 돌입하게 되면 모두가 넋을 놓게 만든다. 왜군들에게 "복카이센"이라 불리며 공포의 대상인 구선의 속이 뻥 뚫리는 충파와 막강한 화력, 왜군을 완벽하게 궤멸시키는 학익진의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게 만드는' 카타르시스 그 자체다. 이순신의 "발포하라" 네 글자는 온몸에 소름 돋게 만들 지경. 


어떻게 보면 김한민 감독과 '한산: 용의 출현'은 임진왜란의 대표 전투 중 하나인 한산도 대첩을 재연하는 데 그친 수준이라고 평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화가 관객에게 안겨주는 승리의 쾌감과 희열까지 부정하긴 쉽지 않다. 다 아는데도 빠져들게 만드는 무적 치트키, 이순신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한산: 용의 출현'의 영리함의 승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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