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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25. 2023

애매해서 버림받은 DC의 새 자녀

영화 '블루 비틀' 리뷰

이미 막을 내린 DCEU(DC 확장 유니버스), 새롭게 포문을 여는 DCU(DC 유니버스)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매해진 입지를 닮은 것일까. DC의 새 자녀 '블루 비틀'은 어딘가 모르게 애매한 히어로 영화의 느낌을 안겨준다.


DC가 꺼내놓은 '블루 비틀'은 주인공 하이메 레예스(숄로 마리두에냐)가 우연히 외계 유물인 스캐럽을 접해 초인적인 힘을 가진 히어로 블루비틀이 되어 악당과 맞서 싸운다는 내용이다. 애초에 DCEU의 한 편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었으나 DC의 새 수장으로 온 제임스 건이 DCEU를 해체시키고 새로운 멀티버스로 리부트하기로 발표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어느 유니버스에도 속하지 못한 '블루 비틀'은 애매한 입지 탓(?)에 국내에선 스크린이 아닌 VOD로 직행해 공개하게 됐다.


'블루 비틀'의 특징을 꼽자면, DC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라티노 히어로'캐릭터라는 점이다. 이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한 라틴 아메리카계 사람들의 정서, 문화 등을 영화 전면에 반영해 개성을 살린다. 블랙 팬서(흑인), 샹치(아시아인), 미즈 마블(파키스탄계) 등 다양한 인종을 히어로로 내세워 이들의 정체성을 메인으로 끄집어낸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스타일과 닮아있다.   


또 '블루 비틀'은 주인공 내면의 감정, 고통 등을 그려내기보단 하이메와 그의 가족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풀어내 가족 영화와 같은 면을 띤다. 이는 '샤잠!' 시리즈와 같은 결을 띠고 있기도 하다.



여태껏 소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히어로 캐릭터인 만큼, 영화는 DC 마니아가 아닌 일반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고 스토리를 구축한 것도 눈에 띈다. 그러나 문제는 '블루 비틀'이 선보였던 스타일이나 방식이 이미 다른 작품에서 충분히 접했을 만큼 많이 봐왔던 방식이라는 것.


하이메의 가족이 그가 진정한 히어로로 각성하는 데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고 동시에 가족 구성원들의 다양한 매력을 그려낸 점은 좋았다. 하지만 구성원들의 매력을 하나하나 강조하려다 보니 다소 산만하고 시끄럽게 느껴지는 구간들이 적잖게 보인다. 그리고 라틴계가 아니면 이해하기 힘든 요소들이 많아 라티노를 잘 모르는 이들에겐 진입장벽이 된다.


또 스캐럽이 공생하면서 탄생한 블루 비틀의 최첨단 슈트, 이를 활용한 화려한 액션이 생각만큼 부각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CG에 엄청나게 공들였음에도 기억에 남는 액션신이 없을 정도다. 블루 비틀, 혹은 라티노 히어로의 특징을 찾아내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최애캐로 사랑받고 있는 슈트 히어로 아이언맨과 비교당하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다행인 건, 블루 비틀을 연기한 숄로 마리두에나가 같은 역할로 DCU에 합류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하지만 영화 '블루 비틀'의 설정을 그대로 따라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황에 따라 캐릭터는 그대로 두되, 영화가 구현한 설정을 다 리부트 시킬 수도 있다는 셈. 여러모로 애매한 DC의 새 자녀의 앞날이 걱정이 될 수밖에.


★★☆



해당 글은 헤드라잇에서 발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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