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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daugust Oct 24. 2022

#19 역역이민

나는 어디에 살아야하는가?


 역역이민을 떠나기로 결심하고서는 

떠나야 할 떳떳한 이유보다 가서 먹고살 방법을 더 연구하고 있다. 

일단 목표한 돈을 차곡차곡 모으고 있고, 

영어 공부를 위해 아이엘츠 시험을 등록했다.

이민은 각오, 용기 보다, 정확한 숫자가 필요하다. 

몇만 원, 몇 점, 며칠 이런 것들이 이민의 기동력을 높여준다.



한국이 좋아, 호주가 좋아?라는 질문은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처럼,

대답은 뒷전이고 애초에 답변자를 애를 먹이려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도 있으니 답변을 하자면, 우선

한국은 굉장히 훌륭한 나라다. 총기 소유도 금지되어있고, 치안도 우수하다. 교통도 편리하고, 시민의식도 굉장히 높다. 교육은 뭐 최고를 넘어 지나칠 정도가 아닌가. 의료기술과 의료시스템은 감히 세계 최고라고 입이 닳도록 얘기할 수 있다. 공기관 업무처리도 빠르고, 통신, 택배, 배달 모든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 한국인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최고다. 한국인에게 이런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렇지만 나는 호주를 선택했다. 그렇다고 이렇게 훌륭한 한국이라는 나라를 싫다고 버리고 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호주를 다시 가고 싶어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일 것이다. 주거지를 서울, 속초, 부산이라는 도시 중 내게 맞는 곳으로 살 곳을 정하는 것처럼, 나는 한국 호주 중에서 주거지를 호주로 선택한 것뿐이다. 단지 선택하는 카테고리가 국가로 커졌을 뿐. 내 인생이 한국에서 살 때 보다 크게 달라지길 바라거나 '아메리칸드림'처럼 대박을 꿈꾸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절대 이민으로 달라지지 않는다. 이민을 하든 하지 않든 인생은 내가 사는 대로 흘러간다. 다만 어디에서 사는 것이 나에게 좀 더 행복한가. 결국 그걸 생각했다. 가장 우습지만 원초적인 이유. 행복.

 첫 이민 당시에는 호주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떠돌이 이민자 신세에 우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인 내가 호주에 살기로 한 걸 어쩌겠나. 그리고 호주에는 나를 포함, 다른 나라 이민자들이 그득그득한 나라다. 그들이 그렇다고 모두 우울하게 살고 있는 게 아니다. 호주에 사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 사는 것도 아닌 거 같은 기분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 이유는 없었다. 굳이 나를 '호주' '한국' 이 둘 중 하나의 카테고리에 반드시 꽂아 넣을 필요는 없다. 


 그저 나는 한국을 늘 그리워하고 자랑스러워하는 '호주에 사는 한국인' 이 되고 싶다.






tamarama beach. syd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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