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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Apr 23. 2020

매우 초록, 내 마음도 초록!

싱그러운 산바람과 맑은 공기를 주는 책  

갖고있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 있다. 

표지만 보아도 싱그러운 산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고, 쾌청한 맑은 공기에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 같은. 

쌓인 일들을 하다가, 잠시 쉬고싶은 생각이 들면 이 책을 펼쳐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자연 속에서 살고싶었던 작가님은 오래도록 시간을 들여 땅을 구하고 작은 집을 지었다고 했다.  

그 싱그러운 초록 안에서 사는 이야기를 담담히 담았다. 책장을 주루룩 넘기다 어느 페이지에 머무르던, 이야기는 항상 편안하다. 내게 편안한 휴식을 내어준다. 신선하지만 구수한 흙냄새- 지렁이가 지나간 자리에는 촉촉해져있을 흙의 질감, 그 기분좋은 감각을 상상으로라도 깨워본다. 잘 자고 일어나 맡는 싱그러운 아침햇살 같다. 


살기좋은 땅을 구하고, 내게 맞는- 내가 원하는 집을 짓고, 사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보내는 시간. 

정원과 밭을 가꾸는 즐거운 노동과, 동물과 이웃과 좋은 관계를 두며 함께 사는 일.

도시에서 사는 나로선, 전혀 쉬워보이지 않은 일들이다.


봄과 여름이면 햇볕에 그을린 피부와 정원과 밭일에 거칠어진 손. 전혀 친해지지않을 것만 같은 온갖 벌레들(작가님은 이 곳에 살며 간신히 벌레와 친해졌다고 한다...아니 친해지는 중이라고 하셨나?) 겨울이 오면 월동준비를 바삐해야하고, 장이라도 보려면 차로 이동하거나, 배차간격이 30분은 되는 마을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가야한다. 

날이 따뜻해지면 선크림을 두둑히 바르고, 핸드크림을 달고 살며, 열어둔 창문 사이로 벌레라도 날아오면 도망가기 바쁘고, 오늘 주문하면 다음날 배송이 오는 택배에 익숙해진 나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도시에서의 내 모습을 덜어내고 싶어졌다.

도시에 사느라 몸에 베어버린 빠르고 인스턴트한 습관들과 불필요한 소비를 버리고 싶어졌다. 자연을 닮은 내 모습으로 채워가고 싶어졌다. 

30대의 중간에서 그런 삶을 꿈꾸고 있는 나에게 책 표지 가득 초록으로 채워진 그림과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라는 문구는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나에게 초록은, 언제나 좋다. 집에서 가까운 뒷산의 초록도 좋고, 깊숙한 어느의 산골의 진한 초록도 좋고, 아직 영글지 않은 어린 싹의 연초록도 좋다. 늘 초록은,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기운이 나게 한다. 기분좋은 생명의 기운을 준다. 


매우초록을 읽으며 초록색 꿈을 꾸어본다. 천천히, 느리게 오래도록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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