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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슈라 Mar 04. 2020

핸드드립의 날

비 오는 가을 아침의 핸드드립



날짜: 9월의 어느 가을날

날씨: 쌀쌀한 바람에 비가 추적추적


우산을 비켜가며 침입하는 차가운 가을비에 금세 축축해진 재킷.

오늘은 무조건 핸드드립이네, 했다.


비 오는 날이면 카페는 유독 조용하게 느껴진다. 잔잔한 재즈를 카페의 배경음으로 재생하고 그 음악의 배경음으로는 토독 토도독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재즈의 빈티지한 음들이 빗소리와 참 잘 어울린다. 

그리고 서둘러 내리는 핸드드립. 

홀로 커피를 내리는 이 순간은 나의 시간만 멈추어있는 듯, 외딴섬에 머무는 듯하다. 


가끔은 좋고 가끔은 외로운 이 시간. 


여전히 비가 오고 점심시간 조금 지난 때. 문에 단 종이 작은 소리를 내며 손님들이 왔다.

오늘 진짜 춥다- 하는 말소리와 함께 우산을 털고 살짝 젖은 외투도 털고. 그리고 핸드드립을 주문했다.

맞아, 이런 날씨는 무조건 핸드드립이에요!라고 너스레 떨 성격은 못되고. 

이 섬에 홀로 있는 듯하다가도 이렇게 통했다 싶은 작은 순간이 오면 참 반갑다.


첫 모금에 구수한 향,  

끝 모금에 퍼지는 은근한 단내. 

내가 좋아하는 핸드드립의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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