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별책부록> 완벽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기

그림책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마릴리나 카발리에르 글>

by 장소영

냉장고 안에 종류별로 줄 맞춰 세워져 있는 음료들.

욕실 수납장 안에 각이 잡혀 차곡차곡 들어차 있는 수건들.

색깔, 종류별로 반듯하게 걸려있는 옷가지들.

먼지 하나 티끌 하나 없이 깔끔한 집안.

어느 구석 하나 흐트러짐 없이 말끔히 정리되어 있는 집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드는가?


'우와, 매일 누군가 그렇게 치워주면 얼마나 좋을까?'

집안일에 취미가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겐 참 로망 같은 일이다.

여행 가서 만나는 호텔 객실의 쾌적함을 늘 집에서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 말인가.


쓸고 닦고 정리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좋다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존경심이 든다.

그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까운 주변 정리부터 , 가족들 챙기는 것까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그로 인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힘들게 하는 일이라면?그럼 얘기는 달라진다.


큰 아이 7개월 때의 일이다.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베이비시터분께 아이를 맡겨야 했다.

저녁에 아이를 데리러 가면 아이는 항상 아침보다 훨씬 깨끗한 모습으로 작은 담요 위에 앉아 있었다.

'참 살뜰하게 챙겨주시는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퇴근해 애를 데리러 가면 항상 첫마디가,

"아이가 어찌나 우는지, 너무 힘들어."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아이가 많이 운다고 하니 이만저만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아침저녁로 그 집 앞에만 서면 늘 마음이 무거웠다.

'애가 예민한가! 왜 그렇게 울까! 아줌마가 애를 더 못 보시겠다고 하면 어쩌지!'

불안한 마음에 퇴근길엔 어김없이 작은 먹거리라도 사서 들이밀었다.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어느 주말 오후, 길에서 우연히 베이비시터 아주머니를 만났다. 그 아주머니를 보자마자 승연이는 내 몸을 파고들며 아주머니를 외면했다. 아주머니가 반갑다고 손을 내밀자 얼른 손을 잡아 뺐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매일 봐주시는 아주머니인데 왜 그럴까 의문이 들었다.


하루는 일부러 일찍 일을 끝내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주머니는 이른 저녁 준비하고 계셨고, 아이는 작은 담요 위에 앉아 있었다. 아이가 나를 보고 기어 나오려고 하자 아주머니는 다시 담요 위에 데려다 앉혔다.

"가만히 요기 앉아있어. 어지르지 말고."

잠시 앉아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이는 작은 담요 밖으로 나오고 싶어 엉거주춤 엉덩이를 들썩거리다 아주머니를 쳐다보고 그냥 않았다. 애를 끌어안으니 애가 또다시 아주머니 눈치를 보았다.


그제야 보였다. 집이 깨끗해도 너무 깨끗했다. 애를 앉혀놓은 작은 담요 위 내가 사다준 장난감 몇 개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애가 하루 종일 담요 위에 앉아서 노나 봐요? 한참 활동이 많을 때인데..."


물론 아이를 봐주고 있는 집이니 안전을 위해 집을 청결히 하는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아이는 한참 기어 다니고, 잡고 일어나고, 물고 빨고 할 시기였다. 그런데 위험하다며 하루 종일 아이를 작은 담요 위에만 앉혀 두셨다니 기가 막혔다.


"전에 봐줬던 애는 여자아이라 그런지 담요 위에서 사부작 거리며 어지르지도 않고 잘만 놀던데, 승연이는 남자 아이라 그런가 별나. 가만 안 있고 어찌나 어지르고 다니는지."


애가 왜 아주머니를 보고 그렇게 외면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이가 왜 하루 종일 그렇게 징징거렸는지 알 것 같았다. 저녁이면 더 깨끗한 모습으로 작은 담요 위에서 엄마만 기다렸을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그때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당장 집으로 아이를 데려와 다음 날부터 그 집에 보내지 않았다. 그 집 화장실에 흐트러짐 없이 걸려있던 두 장의 수건과 먼지 한 톨 없이 반질거리던 바닥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느껴져 보낼 수가 없었다.

아이는 그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아이에게 죄책감이 든다.

물론 그 아주머니는 아이의 안전을 위해 그렇게 하셨겠지. 담요 밖은 위험하니까.




물건 하나를 사더라고 유난히 꼼꼼하게 체크하고 결국 흠을 발견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 눈에는 안 보이는 데 어쩜 그 사람 눈에만 그렇게 크고 또렷하게 잘 보이는지 신기했다. 그 사람은 그 흠이 신경이 쓰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결국 바꿔야 직성이 풀린다.


화장실에 비데가 없으면 볼 일을 볼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결국 물티슈를 들고 가서 몇 시간씩 화장실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 사람은 그것으로도 만족스럽지 않아 결국 스스로 강제 귀가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일을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싶다.


매일매일 때 목욕을 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박박 등을 밀고 때를 밀어야 직성이 풀린다. 온 가족은 그 사람 직성이 풀릴 때까지 등을 밀어줘야 했다. 하루라도 하지 않으면 일상생활이 되지 않는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해줘야지.


밖에서 식사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늘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회식을 해야 할 경우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쩔 수 없이 참석하긴 한다. 그런데 아뿔싸 도시락을 싸오지 않았다. 삼겹살 판 위에 자기만 알게 구역을 나눠 고기를 젓가락으로 사수해 가며 구워 겨우 몇 점 먹는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까.


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정도의 차이만 다를 뿐이지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 모습이다. 누구나 아주 사소하게라도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규칙 '이건 꼭 이래야 해.' 하는 것이 있다.

자신만이 정한 규칙이 어긋났을 때 어떤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불편해하고 심지어 분노하게 된다. 그런 일이 반복되면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자책감이 들어 그걸 잊어보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불안감과 초초함, 답답함은 더 증폭돼 버리고 만다.


꼼꼼함, 세심함, 철저함의 정도가 너무 지나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기도 하는데, 우리는 이런 것을 강박이라 한다. 강박이 있는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이럴 필요가 없는 줄 아는데도 계속하게 돼요."라면서 그 행동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정도가 너무 지나쳐 혼자 힘으로 제어가 안돼 일상생활을 정상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고, 주변 사람들까지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이라면 당연히 의료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누구나 사소한 집착과 강박은 있다. 자신이 어떤 일에 대해 유난히 집착하고 스스로를 옥죄는지 생각해보라.





파보르 녹투르누스는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단정하게 차려입은 옷차림, 누가 봐도 모범생이다.

파보르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만 하고, 조금 겁이 많고, 지나치게 깔끔하고, 매사에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아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며 혼자 지낸다.


그림책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의 내용이다.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마릴리나 카빌리에르가 쓴 이 그림책은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완벽한 아이로 키우려는 태도가 아이의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고, 아이의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림책 전반에 걸쳐 일정한 무늬의 패턴들이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데, 이 패턴들이 파보르의 강박적인 상황을 아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파보르는 옷이 더러워질까 봐 언제나 조심해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손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도 여러 번 하지요.
학교에서는 아무한테도 자기 물건을 빌려 주지 않아요.
감기에 걸리거나 이 (이는 절대로 안 돼요!)가 옮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파보르는 늘 혼자 우두커니 책상 앞에 앉아 있어요.
그림책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中>

파보르의 엄마는 아이의 완벽한 행복을 위해 아이가 상처 받고 아프고, 실패하고, 실수하지 않도록 미리미리 위험요소는 차단시켜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어쩐 일일까! 엄마의 완전 무결한 케어에도 불구하고 파보르는 밤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것들에 시달려 잠을 잘 수 없다.

결국 파보르는 병원을 찾게 되는데, 의사는 파보르를 검사한 후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병이라며, 아이의 이름을 따서 '파보르 병'이라는 불렀다.


파보르 녹투르누스(Pavor Noctrunus)

이 책의 주인공 이름이자 원서의 제목은 ‘파보르 녹투르누스(Pavor Nocturnus)’이다. 우리에게는 많이 낯선 이 이름은 ‘야경증(夜驚症)’, ‘밤 공포증’을 가리키는 의학 용어이다. 어린아이가 자다가 갑자기 놀라 소리를 지르거나 겁먹은 표정으로 말을 하고는 2~3분 뒤에는 조용히 잠이 드는 증상을 말한다. 이 낱말에는 ‘밤의 공포’라는 뜻도 담겨 있다.


그림책 <지나치게 깔끔한 아이 中>


수면 불안증!

스트레스와 잘 놀지 못해서 나타나는 지나친 심각함이 병의 원인이라고 적혀 있다.

이 병을 치료하는 데에는 약도 어떤 처방도 없다. 단지 파보르가 할 일을 적은 목록만 있을 뿐이다.


바깥에서 놀기
친구 사귀기
작은 동물 돌보기
눈 뜨고 꿈꾸기
모든 물건들을 자기가 좋을 대로 위에서 내려다보거나 아래서 올려다보기


말도 안 되는 처방을 듣고 파보르의 엄마는 안절부절못한다.


'바깥에서 놀다가 감기에라도 걸리면, 세균에라도 감염되면 어쩌지? 나쁜 친구들을 사귀면 어쩌지? 동물에게 물리기라도 하면? '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면서 파보르의 엄마는 안에 떨었을 것이다.


의사의 처방대로 한 파보르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엄마의 걱정대로 무시무시한 일들이 벌어졌을까?




파보로의 일이 궁금하다면 우리가 직접 해보자. 어떻게 되는지!

지금 당장 이걸 하지 않으면 죽을 것 같고, 그걸 하지 않아서 모든 일이 틀어질 것 같은 불안감에 미칠 것 같은가? 과연 정말 그럴까?


-남들 눈에는 잘 안 보이는 흠집을 혹시 찾아냈더라도 못 본 척 하기
(머리카락 줍기, 남 험담하기, 남과 비교하기 등 이런 행동 하지 않기)
-실패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는 것임을 알기
(나와 남의 사소한 실수에 너그럽기,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았어도 시작해 보기)
-완벽할 수 있다는 완벽한 착각에서 벗어나기
(수건 각잡기, 냉장고 속 음료수 줄 맞추기, 용번 보고 똥꼬의 세균을 남김없이 없애겠다고 비데에 종일 앉아 있기, 집안을 무균 청정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로 청소하기 등 이런 행동 하지 않기 )
-계획 세우고 지키지 않기
(스스로 세운 시간 약속 어기기, 아무것도 안 하고 뒹굴거리기 등)


시시하게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큰 일도, 작은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혹시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그건 지금 하던 일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미 일어날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해왔던 행동 때문에 지금의 상황을 유지하는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 행동에 집착하지 않았다면 아마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 스스로를 가둬두고, 그 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불안해하고 분노했던 것이다.

밥 먹을 때 손 한번 씻지 않는다고 죽지 않는다. 집에 먼지 좀 굴러다닌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물건들이 나란히 나란히 열 맞춰 있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다. 살다 보면 뒤집히고 쓰러지고 뒤죽박죽 되는 일도 있는 법. 그럼 다시 세우고 정리하면 그만이다.



실패= 다시 시작하는 것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다.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 나를, 내 가족을, 내 주변의 사람들을 완벽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물론 완벽하고 싶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매사에 노력하고 열정을 쏟아붓는다. 그 열정은 칭찬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 어디 매번 완벽할 수 있단 말인가. 실수도 하고 깨지기도 해봐야 하는데, 완벽만을 추구하는 사람은 작은 실수 하나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래서 자신이 정한 규칙이 깨지는 순간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고 만다.


우리는 완벽할 수 있다는 완벽한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딛고 일어설 회복탄력성을 갖추어야 한다.

회복탄력성은 스트레스 상황에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주도적인 능력을 말한다.

'오뚝이처럼 다시 치고 일어날 힘이 있는지, 구렁텅이에 빠져 꼴깍 숨이 넘어갈지.'

지나치게 강박적인 사람은 매사 완벽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편이다. 작은 실수 하나도 용납할 수 없으니 쉽게 분노하고 불안한 감정 상태에 이르다.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으로 인해 면역성이 떨어지고 쉽게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면 회복탄력성을 높여, 어떤 상황에도 무너지지 않고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자신이 만들어 놓은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

조금씩 실수하는 자신을 인간답다고 칭찬해주자. 그러면 내가 보지 못했던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길 것이다.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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