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별책부록> 당신, 참 예쁘다!

그림책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펩 몬세라트 글그림>

by 장소영


첫눈에 반한 그림책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이 그림책은 나를 두 번 반하게 만든 책이다. 빨강과 검정의 강렬한 일러스트에 처음 반하고, 등장하는 남녀 주인공의 매력에 두 번 반했다.

빨강 부채로 입을 가린 여인의 모습! 붉은 눈과 새까만 머리카락을 한 여인의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동양적인 이미지를 풍기기도 한다.

동양의 작가가 그린 그림책이라고 생각했는데, 작가 펩 몬세라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이었다. 그러고 보니 작가의 이름이 참 스페인스럽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근교에 있는 몬세라트 산, 그 가파른 산을 구비구비 올라가면 그 높은 곳에 근사하게 세워진 몬세라트 수도원.

이름까지 스페인스러운 작가가 그린 이 그림책은 보는 순간 소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강렬했다.

빨강 눈의 매력적인 루빈스타인과 루빈스타인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그리고 루빈스타인의 진가를 알아챈 파블로프의 이야기!


그림책 제목에 나오는 '예쁘다'는 말과 그림책 마지막 장에 쓰인 글 "특별한 매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의 '특별한 매력'이라는 말에 꽂혔다.


예쁘다.

1. 생긴 모양이 아름다워 눈으로 보기에 좋다.
2. 행동이나 동작이 보기에 사랑스럽거나 귀엽다.
3. 아이가 말을 잘 듣거나 행동이 발라서 흐뭇하다.
[유의어] 귀엽다, 꽃답다, 사랑스럽다


'예쁘다'의 말의 의미는 우리가 평소 그러하듯이 주로 외형적인 것에 포커스를 맞춰, 눈으로 보기에 좋은 대상에게 자주 사용한다.


"얼굴이 예쁘네요, 옷이 예쁘네요, 피부가 하얗고 예쁘네요, 머릿결이 반짝거리는 게 아주 예쁘네요."


여자건, 남자건, 나이, 성별 불문하고 '예쁘다', '멋지다'는 말은 자주 들어도 싫지 않은, 아니 아주 좋은 칭찬이다. 나 역시 이 나이에도 누군가 그런 말을 하면 "아유~참 예쁘긴 무슨, 아무튼 감사해요!" 하며 넙죽 받아먹는다.


그림책 속의 루빈스타인은 제목에서도 선언했듯이 참 예쁜 사람이다. 보석처럼 빛나는 눈, 조각처럼 오뚝한 코, 새처럼 우아하고 섬세한 손, 춤 추는 듯 가벼운 발걸음!

정말 자랑거리가 풍성한 사랑스러운 여인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루빈스타인은 참 예뻐요 中>
하지만 아무도 몰라요


루빈스타인 눈, 코, 손, 발이 그렇게 예쁜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다고 루빈스타인에게 무관심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루빈스타인이 가는 곳마다 그녀를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은 집요하다.

그녀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때론 충격, 때론 호기심이 되어 그녀를 쫒는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수염 난 여인'

루빈스타인의 많은 예쁜 점들을 상쇄시키는 요인은 바로 수염이었다. 깎아도 깎아도 자라나는 시커먼 수염이라니...

신선한 반전이었다.저런 모습이라면 안쳐다보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저런 특이한 모습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만약 저런 특이점이 있었다면, 난 스스로에게 외출 금지령을 내렸거나,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가리고 숨기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루빈스타인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수염을 부끄러워하거나 가리려고 하기는커녕 수염 난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서커스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자신의 약점이 될 만한 수염을 이용해 떳떳하게 일자리까지 얻은 루빈스타인에게 진심으로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물론 그녀의 사소한 일상은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얻을 수 있는 평범한 일상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었다. 루빈스타인을 지나쳐 가는 사람들은 꼭 다시 뒤돌아 보며 속닥거렸다. 꽃화분을 나르던 아주머니도, 신문을 보던 아저씨도, 도둑을 쫓던 경찰도, 놀던 아이들도 루빈스타인이 지나가면 하던 일을 멈추고 다시 쳐다보았다.

굳이 손가락질하고 욕을 하려는 나쁜 마음은 아니더라도 자연스럽게 나와는 다른 모습의 낯섦에 대해 집요한 시선으로 불편함을 표출하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과 조금이라도 다르다는 것에 대해 불안해하고 불편한 마음을 갖게 되는가 보다.

심지어 '다름'을 '틀림'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남과 비슷한 옷차람, 남과 비슷한 생각, 남과 비슷한 생활 패턴 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큰 울타리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안도의 큰 숨을 내 쉰다.

' 나는 적어도 그 울타리 안에 있으니까 중간은 간다'는 생각에 만족스러워한다. 그리고 자신들과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 그들의 다름을 틀린 것으로 간주하고 따가운 눈총을 던지곤 한다.

자존감이 어지간히 높은 사람도 그런 눈총을 견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씩 타협하고, 조금은 '척'을 하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가면을 바꿔가며 자신을 포장하려는 것이겠지.


난 KBS에서 하는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그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참 많은 사람들이 정말 다양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네.'라는 생각에 때론 공감하고, 때론 화를 내며 모니터 속으로 들어가 함께 벨을 누르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한다.

사람들이 하는 많은 고민들 중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사연이다.

지나치게 작은 키가 고민인 사람, 빼빼 마른 몸에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끝없이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 성형 중독에 걸린 사람 , 탈모가 고민인 사람, 너무 큰 키가 걱정인 사람 등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타인에게 보이는 자신의 겉모습 때문에 아파하고 눈물을 흘렸다. 콤플렉스를 가려보려고 그들이 했던 갖은 노력들이 너무 마음 아파 함께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

패널들과 얘기를 나누는 사연자의 모습을 보면서 한 번에 눈치챌 수는 없었지만, 그 사람들 나름의 예쁜 점들이 보일 때가 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면 말해주고 싶었다. '당신 참 예쁘다"고.


우리는 남과 다른 나의 모습을 약점이라 생각하고 그걸 가리는데 연연한다. 가리고 숨기다 보니 자신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본래 모습을 잃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루빈스타인은 자신의 본질을 가리면서까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진 않는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녀를 외롭고 힘들게 했겠지만 루빈스타인은 스스로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있었다. 그녀의 그런 자기애와 확신이 내 눈에 참 예쁘게 보였다.


강의 시간에 고미 타로의 선택 수업 < 이럴 때 너라면>이라는 책을 읽고,

"이 세상에 머리가 좋아지는 약, 배가 고파지지 않는 약, 키가 커지는 약, 싸움을 잘하게 하는 약이 정말 있다면 넌 어떤 약을 먹을래?"

하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약들을 하나씩 선택하기도 하고, 모두 먹겠다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그 얘기들을 들어보면 이 아이가 현재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초등학교 6학년 여자 아이가 한 대답이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의 대답을 듣고 그 아이의 모습을 다시 보았다. 어찌나 예쁘던지.


"저는 약 안 먹을 거예요.
왜냐하면 지금 나의 모습 그대로가 좋아요."






특별한 매력을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 쓰여 있는 말이다. '특별한 매력'을 가졌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생각해 보았다.


매력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끄는 힘.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시각적인 것에 약한 우리들은 우선 보기에 좋은 모습, 예쁜 겉모습에 쉽게 마음을 빼앗기곤 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다.'는 속담이 말해주듯이 우리는 비주얼적으로 더 보기 좋은 것에 매력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 속담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 어디 가서 저런 말 함부로 하면 뭇매 막기 딱 좋다.

물론 ' 보기 좋다', '예쁘다'의 기준이 이제 더 이상 겉으로 보이는 것에 국한되어선 안된다고 머리로는 이해하나, 심중으로 받아들여 실천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나부터도 아직 보기 좋은 것에 눈이 저절로 돌아가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잠시 빼앗겼던 마음을 확 깨 주는 몇 번의 경험들을 통해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라는 깨달음을 얻긴 했다.

베스트셀러에 올라있는 제목만 열 일하고 있는 빈껍데기 책을 봤을 때, 인터넷에서 검색한 맛집에 갔는데 리뷰와 다른 음식일 때, 홈쇼핑 쇼호스트의 말을 믿고 5개 4만 원짜리 티셔츠를 샀는데 딱 가격만큼일 때, 우린 깨닫는다.정말 그냥 보기만 좋았었다는 것을. 그런데 이 것 말고도 정말 그냥 보기에만 좋았을 뿐인 적이 어디 한두 번인가 말이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겉으로 많은 것을 내보이며 '척'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속 빈 강정처럼 헛헛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당장 나에게 이득이 될 것처럼 마음을 잡아끌더라도 잠시 생각해 보자. 그리고 오래 지켜보자. 내가 그 사람의 겉모습에 홀린 건지 그 사람의 매력에 빠진 것인지 말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사람'은 결코 우리를 한눈에 홀리는, 겉모습만 보기 좋은 사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겉모습이 잠시 눈길을 잡아 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사람의 마음까지 잡아끌 수는 없다. 특별한 매력은 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행동과 말에서 발산되는 것이다.


우리는 루빈스타인처럼 남들에게 내보이기 부끄러운 수염 한두가지씩은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 수염이 정말 부끄러운 단점이고 약점일까.

그것이 자신을 상징하는 아주 특별한 무언가가 될 수 있진 않을까.

우리는 남들과 다른 자신의 정체성을 틀린것이라고 못박아 버리고, 그것을 숨기고 가리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얼마나 많은 예쁜 점들을 외면한 채 살고 있는가.


"이것만 아니면"

"이것만 없었으면."

"이것 때문에."


, 란 생각에 자신을 얼마나 괴롭혀 왔단 말가.


루빈스타인은 수염에 연연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의 삶을 충실히 살았고, 열심히 자신을 사랑했다.

그런 루빈스타인에게 그녀의 진짜 아름다움을 발견해 준 사람이 나타났다.

바로 파블로프다.

루빈스타인도 파블로프의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루빈스타인처럼 자신의 약점을 당당히 드러낼 용기를 가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의 가진 진짜 아름다운 매력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겠는가.


루빈스타인의 아름다움을 발견해 준 파블로프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두 사람은 만나게 되었을까!

그림책 속에서 두 사람의 만남을 꼭 찾아 보길 바란다.


루빈스타인과 파블로프처럼 자신이 발견한 아름다운 매력을 가진 사람이 나의 아름다운 매력을 발견해 준다면 그 사람이 바로 당신의 소중한 "인연'이다.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

"당신, 참 예쁘다"고 말해주자.

그리고 평생 그 사람을 위해 혼자만의 마니또 게임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니 내 곁에도 나를 위해 혼자만의 마니또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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