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1년 전 너와 처음 만났던 날이다. 그날로 1일이 되어 지금까지 같이 하고 있구나. 지난달에 긴 여행을 함께 한 이후, 이제야 나는 너를 남자친구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 차마 이 말을 너에게 전하진 않겠지만 그래서 난 우리의 일주년이 더욱 기쁘다.
1년 전 그날과는 다르게 오늘 우리는 함께 있지 않다. 8,962km의 거리 때문이다. 이 사실에 이불속에 가끔 얼굴을 묻지만 누구의 잘못도 아닌 걸 어찌하랴.
현대 기술에 감사하며 영상 통화로 1주년을 기념했다. 감사함은 스스로 만드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수많은 날들이 휴대폰 위로 이루어진다.
큰 행복을 위해서 작은 수고는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는 너의 반복적인 위로에 매번 감동한다. 손 뻗어서 닿는 건 차가운 휴대폰 액정일 뿐이라 너도 나만큼 힘들 텐데. 그러면서 우리는 다짐했다. 오늘을 더욱더 충실히 살기로. 그게 고통을 잊기 위해서일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