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결국 너를 써야 하는 수밖에 없네.
언제가 되었든 너에 대해 쓰려고 했어.
다만 이일 저일 바쁘다는 핑계로 나중에 시간을 내서 쓰겠다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노라고 계속해서 미뤄왔던 거지.
있지만 없는 사람, 없지만 있는 사람.
너도 언젠가는 세월에 따라 잊히겠지.
사람은 사람으로
사랑은 사랑으로 잊힐 거야.
우리가 만난 일 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너는 어땠는지
아직 우리 더 나눠야 할 얘기가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급작스러운 헤어짐에 사실 많이 아프지
너는 내가 처음 만난 나와 결이 닮은 남성이었다.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본 거야.
우리가 닮은 사람이란 걸
내 직관이 그때 발휘된 거야.
우리 처음 만난 날,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웃으며 얘기 나눴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점점 색이 바래져
그때 우리 함께 있을 때 이것에 대해 더 많이 더 길게 이야기해 볼 걸
지나가 버린 것은 어찌 이렇게 아쉬운지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할 순 없는 건지
시간 탓을 해본다
네가 없는 한국에도 여름은 왔다.
작년 여름을 같이 보낸 이곳이 강렬한 태양만큼 내게 이리도 아플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헤어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아니
우리 이별만 특별한 것이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해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지만
나는 결국 현실을 살아가기로 했다.
아직도 가끔은 우리의 연락이 잠시 중단된 상태가 아닐까 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냥 다시 연락을 해도 될 것만 같고
네가 저기 어디 있을 것만 같아서
내 손만 뻗으면 될 것 같아서
아직도 제대로 접지 않아서
마무리가 덜 돼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관계,
너.
헤어짐을 선포했지만
이게 제대로 헤어진 게 맞을까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 거죠?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다시 잘 마무리 짓고 싶어서 살펴보려 하니
너무 큰 혼란이 날 덮칠 것만 같아
무서움과 불안에
너에 대한 글을, 헤어짐 이후에 한 편도 쓰지 못했고
나는 계속 너를 묻어 두다 엎어 두다 담아 두다
여기에 펼친다.
이 세상에 나의 감정과 제일 비슷한 사람이 넌데
이런 너를 내 손으로 끊어내서 이리 아픈데
느닷없는 통보에도 나를 이해하던 너라서
나는 다시 한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어
괜찮아질 거라고 우는 나를 달래는 우는 너를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죄책감과 미안함에 더 울고
너를 아프게 한 게 나라서
너를 이렇게 울게 만든 게 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