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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un 09. 2024

미안해

이별

결국 너를 써야 하는 수밖에 없네.

언제가 되었든 너에 대해 쓰려고 했어.

다만 이일 저일 바쁘다는 핑계로 나중에 시간을 내서 쓰겠다고, 

아직은 준비가 안 되었노라고 계속해서 미뤄왔던 거지.


있지만 없는 사람, 없지만 있는 사람.

너도 언젠가는 세월에 따라 잊히겠지. 

사람은 사람으로 

사랑은 사랑으로 잊힐 거야. 


우리가 만난 일 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너는 어땠는지

아직 우리 더 나눠야 할 얘기가 있는 건 아닐까

이렇게 급작스러운 헤어짐에 사실 많이 아프지


너는 내가 처음 만난 나와 결이 닮은 남성이었다.

나는 너를 한눈에 알아본 거야. 

우리가 닮은 사람이란 걸 

내 직관이 그때 발휘된 거야.


우리 처음 만난 날,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웃으며 얘기 나눴었는데

헤어지고 나서는 점점 색이 바래져

그때 우리 함께 있을 때 이것에 대해 더 많이 더 길게 이야기해 볼 걸


지나가 버린 것은 어찌 이렇게 아쉬운지

아쉬움이 남지 않게 할 순 없는 건지

시간 탓을 해본다


네가 없는 한국에도 여름은 왔다.

작년 여름을 같이 보낸 이곳이 강렬한 태양만큼 내게 이리도 아플 줄이야.

이럴 줄 알았다면 헤어짐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아니

우리 이별만 특별한 것이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해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듯했지만


나는 결국 현실을 살아가기로 했다.


아직도 가끔은 우리의 연락이 잠시 중단된 상태가 아닐까 하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냥 다시 연락을 해도 될 것만 같고

네가 저기 어디 있을 것만 같아서

내 손만 뻗으면 될 것 같아서


아직도 제대로 접지 않아서 

마무리가 덜 돼서

마무리를 해야 하는데

우리 관계,

너.


헤어짐을 선포했지만

이게 제대로 헤어진 게 맞을까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 거죠?

누구한테 물어봐야 하지

다시 잘 마무리 짓고 싶어서 살펴보려 하니

너무 큰 혼란이 날 덮칠 것만 같아

무서움과 불안에

너에 대한 글을, 헤어짐 이후에 한 편도 쓰지 못했고

나는 계속 너를 묻어 두다 엎어 두다 담아 두다 

여기에 펼친다.


이 세상에 나의 감정과 제일 비슷한 사람이 넌데

이런 너를 내 손으로 끊어내서 이리 아픈데

느닷없는 통보에도 나를 이해하던 너라서

나는 다시 한번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었어


괜찮아질 거라고 우는 나를 달래는 우는 너를 보면서

나는 또 한 번 죄책감과 미안함에 더 울고

너를 아프게 한 게 나라서 

너를 이렇게 울게 만든 게 나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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