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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Mar 08. 2021

난너무힘들때글을써

띄어쓰기도못할만큼.

© 르미오네


나의 글 쓰기 방법. 치는 것과 쓰는 것.


타자로 후두두두 때려 넣으면 가끔 이 자체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질 때가 있는데 어쩔 땐 왠지 깊은 이 내 마음까진 담아내지 못하는 듯 해 아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손으로 쓴다. 이를 택한다면 또 2가지 방법으로 나뉘는데

첫 째, 무선 공책에 글씨체와 크기를 상관하지 않고 마구잡이 식으로 갈기갈기 써 내려가는 방법.

둘째, 심호흡 후 정갈히 각 잡고 줄 노트에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는 법이 있다.


어느 걸 택하든 좋다.

마치 빵과도 같다.

쿠키, 스콘같이 가볍게 후다닥 먹을 수 있는 빵

혹은 깜빠뉴, 바게트 같은 묵직한 식사처럼.


아무렴 어떤 방식으로든, 지금 당신에게 편한 방법으로.






내 친구는 폰이나 컴퓨터로 우두두 쓴 다음

Delete키로 싹- 하고 지워버리면 속이 시원해진다고 한다.

글을 쓰고 난 후 처리 방식에 관한 문제인데

난 친구와 다르게 글을 저장하는 편이다.


'좋지 않았던 상황 속 나'를 기억하려면 글보다 좋은 게 없다.

과거의 나를 마주 할 수 있는 건 사진도 있지만 사진은 보통 기분 좋고 예쁜 순간에만 찍지 않는가.

울고 화나고 짜증 나고 고뇌할 때 사진 찍는 사람도 있나?

있다 한들 그걸 의도적으로 보관하는 분이 계실는지.

나빴던 일은 잊히고 좋았던 일만 부각되는 망각 속에서, 사진의 좋은 순간만 추억하는 건 나뿐인가.


글은 다르다.

시간이 흐른 뒤 내 글을 다시 볼 때, 그 감정이란..

과장과 비유를 섞어 말하자면 이미 죽은 사람이 다시 돌아온 것만 같다.

'겨우 저런 일로..'라며 우습거나 부끄러워지기도

'아이고 오죽했으면..' 하면서 안쓰럽고 안타까워지기도 한다.


소설이 아니고서야 글은 기본적으로 솔직해야 계속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솔직함을 무기로 꿋꿋이 쓴다.

더 솔직해지면 너무 적나라해 벌거벗은 기분일까 봐

차마 부끄러워 그러진 못하고

나름 정제하여 발행 단추 1초 앞에 살포시 개어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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