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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별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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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미오네 Jun 01. 2019

또 이별

이별 일기 5


by 선연



나도 내가 믿기지 않지만 헤어진 지 며칠 후 나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버튼을 누르면 어떤 일이 펼쳐질까. 내가 생각하는 대로 되는 것인가. 나와 그 사이에 또 어떤 일들이 펼쳐지는 것인가. 이게 좋은, 맞는 판단인가.   

   

나는 결국 통화 버튼을 눌렀다.

신호음이 가더니 그가 전활 받았고 우린 다시 만났다.   

  

그로부터 일주일 반이 흐르고 우린 다시 헤어졌다.

그래, 그의 말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그는 깨진 컵이 다시 붙지 않는다고 비유했었다.

이번에는 그가 헤어짐을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왜?”라는 말이 먼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눈물을 흘리면 내가 만든 눈물 홍수에 점점 더 헤어 나오지를 못하는 느낌이라 이번에는 울지 않기로 했다. 생각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가 너무하다는 생각과 어이없는 이별이라는 생각에 친한 친구에게 전활 걸었다.

그 친구는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나름대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는 친구였다.

친구는 한참을 들었고 나는 그녀에게 답을 애걸복걸했다.

“어째서인 거니. 뭐가 잘못된 거니. 너는 객관적으로 제일 잘 보잖아.”

그녀는 답했다.

“네가 만약 남자 친구와 싸운 거라면 내가 좀 더 객관적으로 말해줄 수 있지만, 이미 헤어진 것이니 너 편한 대로 생각해라.”

그녀는 아주 객관적으로 말해주었다.

     

오죽하면 나는 부끄러움도 모르고 내 남동생에게도 얘기했다.

“남자의 입장을 듣고 싶어.”

남동생은 답했다.

“뭐.. 자연스러운 거지. 자연스러운 헤어짐인 거지.”

남동생의 말에 우리가 연거푸 헤어진 것이 별꼴이 아님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와 다시 만났을 때, 그의 핸드폰에 나는 내 이름이 정자로 덩그러니 입력되어 있었다.

“이름 바꿨네.”라고 말하니 그는 “아, 그때(=헤어지고) 바꿔놓은 것을 아직 바꾸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의 눈치를 보고 휴대폰 연락처 이름을 애정 듬뿍 담은 이름으로 바꿨다.



지금은 또다시 내 이름만 덩그러니 있으려나.     



그래서 또 글을 쓴다. 나는 생각을 하면 할수록 자책하는 스타일인지라 그와의 관계를 생각할수록 무척 마음이 찢어지는 기분이 든다. 친구와 남동생 말처럼 나는 이제 나 편한 대로 우리의 이별을 매듭짓고 남들과 다름없는 평범한 결별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내가 만든 슬픔에 내가 빠지고 있길래 난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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