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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템포 Jan 25. 2021

외국계 회사에서 토종 K인으로 살아가기

어쩌다 보니 외국계

어쩌다 보니 외국계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면 성향이나 이것저것을 고려해보았을 때, 국내 회사에 비해 비교적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외국계 회사를 원해오긴 했었다. 물론 이것은 막연한 환상이긴 했지만. 왠지 외국계라면 수평적인 구조, 열린 문화를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특히 외국에서 한 번쯤 일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기에 누군가 어디에서 일하고 싶냐고 묻는다면 막연하게 외국계?라고 답변하곤 했다. 


 하지만 막상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상하게 건너 건너 아는 사람 한 명쯤은 다 외국계에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가까운 지인 중에서는 없었다. 정기적으로 공채를 통해 인재를 육성하는 한국 대기업들과는 달리 채용절차도 베일에 싸인 느낌. 대부분은 경력직을 선호해서(아니 그럼 제 경력은 어디서 쌓습니까!) 신입으로 들어갈 수 있는 루트는 인턴으로 입사한 후 혹독한 평가과정을 거친 후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것 정도. 하지만 그마저도 경쟁이 치열하여 인턴으로 선발되는 것조차 쉽지는 않다.


 가장 장벽으로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언어일 것이다. 어느 정도로 영어를 사용해야 하는지, 실제 업무에서 원하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채용과정을 통해 느낀 점은 세상에는 참 영어 잘하는 사람이 많구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대한민국에 유학생이 이렇게 많았어? 랄까. 인터뷰를 다니며 아이비리그를 나온 지원자도 보고, 영어가 한국말보다 편한 지원자도 많았다.  


 나도 1년 정도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왔지만, 네이티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술주정도 영어로 하는 사람들과 내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낸 나는 뇌 구조부터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뒤통수를 때렸을 때, 아 C와 아우치의 차이랄까.. 


 다행인 점은 인터뷰에서 외국어 능력을 100%로 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되어야 하고, 직무가 요구하는 수준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를 잘한다는 것이 가점이 될 수는 있어도 절대적 요건이 되지는 못한다. '한국말'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채용을 하지는 않으니까. 


 다만 향후 업무를 진행하면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은 노력으로 커버가 가능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문제는 스스로 위축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전혀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이 부분은 회사의 분위기도 한몫하는 것 같다. 첫 질문이 ~씨는 한국에서 대학을 나왔어요? 쭉?부터 시작하니까. 글로 적어두니 그냥 질문 같지만, 듣는 사람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것은 궁금증에서 비롯된 질문은 아니라는 것을. 


 한국사람이 한국에서 중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까지 나오는 것이 이상할 일인가 싶은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능이라는 것을 쳐본 적도 없다면 내가 조금 신기한 케이스가 될 수도 있다.  


 대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스위스, 프랑스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분, 아프가니스탄에서 경력을 쌓으신 분, 그리고 실제로 해외에서 온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동료들. 그래서 문화도 독특한 경우가 많고, 일반적인 사무실에서라면 ???? 할 일들도 많이 생긴다. 


아무튼 어쩌다 보니 외국계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정신 차려보니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 안에서 토종 K인으로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짬짬이 풀어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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