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이 감사한 삶.
감사합니다
2015년 11월 23일부터 꾸준히 감사일기를 작성해왔다.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일기를 쓴 것은 아니지만 긴 공백 없이 하루 보통 3개 정도씩 짧게라도 감사한 일들을 기록해왔다. 보통 개인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포스팅하는 방식으로 작성했고, 손글씨로 남기고 싶은 날에는 다이어리나 노트에 기록하는 식으로 일기를 써왔다. 사실 꾸준히 하는 것에 큰 재주가 없는 사람이라,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감사일기를 써왔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체감상 1-2년 정도 감사일기를 써온 것 같은데, 햇수로 5년이라니. 아마 누군가에게 보여주거나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 같다.
감사일기를 쓰게 된 것은 대단한 결심이나 비장한 각오로부터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친한 동기 언니의 블로그를 보던 중, 좋아하는 일을 세 가지씩 실천하고 기록하는 위젯 미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정보전달을 위한 글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볍게 하루 3개 정도의 감사한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조금 여유가 있는 날, 혹은 특별한 날에는 사진을 첨부하기도 하고 평범한 날에는 간단한 에피소드나 한 문장 정도로만 일기를 남겼다.
어떠한 기대효과를 바라지 않고, 시작한 이 작은 기록은 내 인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더불어 생각지도 못한 구독자들이 생겨, 그들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도 많이 받았다. 감사일기라는 작은 의식이, 내 삶과 타인의 삶에 작은 울림을 남긴 것. 꼭 집어 어떤 부분이 이 정도 바뀌었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문득문득 느껴지는 내 안의 변화를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 감사일기를 꾸준하게 쓰는데, 도움이 되었던 사소한 것들까지.
사실 나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은 너무나 많은 의미를 가지기에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불행은 상대와의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소위 남의 떡이 더 커 보일 때, 내가 쥐고 있는 것에서 느낄 수 있었던 만족감, 행복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만다.
'상대평가'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회분위기에서 타인과의 비교를 멈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히, 아 이제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멈추어야지-하고 마음을 먹는다고 스스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감사일기를 작성하면서부터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것이 화려하고 반짝이는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생각해보면 내가 누리고 있는 건강, 매일 눈을 뜨는 아침, 따뜻함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 주어진 모든 것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리석게도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얼마나 그것들이 내게 의미를 가지는 지, 소중한 것인지 알지 못한다.
감사일기를 쓰며, 언제나 좋은 일, 특별한 일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방구석에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냈던 나날도 있었다. 그럴 때, 어떻게든 감사한 일을 찾고자 원초적인 것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 생각한 것들을 말하고 나눌 수 있다는 것. 생사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 내가 아는 것보다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지고, 누리고 있는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나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점차 깨달을 수 있었다. 나의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 내게 주어진 기회, 우연들에 감사하며 작은 일에서 행복을 발견하려는 습관이 생겼다. 끊임없는 비교로 스스로 불행을 자처하던 이전에 비해 감사를 통해 훨씬 더 자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일기를 쓰기 위해, 감사한 일을 찾다 보니 상황에 대해 다른 각도로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예전에는 그 상황에 매몰되어 들이닥치는 감정의 파도에 어찌할 줄 몰랐다면, 지금은 상황 자체를 뒤집어 생각하여 새로운 의미를 찾거나 더 큰 불운이 일어나지 않았음에 감사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지난 하반기 세 개의 최종면접에서 불합격을 통보받았다. 물론 실패했다는 것 자체에서 기쁨이나 감사함을 느낀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려면 최소 3대 성인쯤은 되어야 가능할 것 같다. 현생에는 불가능..). 3개월이 넘도록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포기해가며 노력해온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그리고 또다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는 사실이 막막했고,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했다.
하지만 원망과 자책도 잠시,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놀랍도록 담담해진 스스로를 발견했다. 그리고 지난 시간에서 배운 것들이 많았다는 것에 감사하고, 또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실패를 계기로 치앙마이라는 멋진 곳에 와있을 수 있게 되었으니 더욱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고통스러운 실패를 통해 내가 정말 원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쓰라린 기억이었지만,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자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았다. 나는, 감사일기를 통해 최악이라고 생각했던 상황에서도 배우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사실 감사일기를 쓰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기록을 보고 공감해주었다는 사실이었다. 지극히도 개인적인 일들, 심지어 때때로는 소재에 큰 변화도 없어서 과연 누가 읽기나 할까-싶은 글이었는데, 정기적으로 찾아주시고 연락을 주시는 분들이 생겼다. 때로는 내 글 덕분에 일상을 돌아보고,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며 장문의 감사인사를 남기시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가장 여운을 남겼던 인사는 내 글을 읽고 본인도 일기를 쓰게 되었다며 전한 감사였다. 정보글을 통해 블로그에 방문하게 된 한 분은 내 문체가 마음에 들어 글을 읽기 시작하셨다고 했다. 그러던 중, 감사일기를 읽게 되었고 처음에는 TMI(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TMI일수가 없다)라고 생각했던 글이 생각보다 긴 울림을 주었다고. 그리고 본인도 짧게나마 기록을 시작했고, 자신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내게 꼭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짧고 단조로운 글이지만, 나의 생각과 글이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누군가 내 인생의 목표를 물었을 때, 스스로 행복한 사람 그리고 타인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대답해왔다. 내가 바라는 모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 느낌,
1.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습관을 들이기 위해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미라클 모닝' 모임의 미션으로 감사일기를 선택했다. 굳이 내용을 공개하지 않아도, 작성했다는 사실만 인증하면 된다. 감사일기만을 위한 모임을 만들어 공유해도 좋을 것 같다. 혼자 하는 것보다, 더욱 풍요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 시작이 반이다
하루 한 가지, 한 문장 정도도 괜찮으니 우선 시작해볼 것. 화려한 문장이나, 세세하게 쓸 필요는 없다. 다른 사람의 방식을 똑같이 적용할 필요도 없다. 일반 노트에 한 두줄, 스마트폰 메모장, SNS 계정 어디든 좋다. 내용이 중복된다고 해도 쓰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다 보면 점점 세세 해지는 감사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3. 방법을 바꿔보기, 일단 계속하기
일기를 쓰다 보면 지루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럴 때, 온라인으로 포스팅을 하기도 하고 다이어리에 수기로 작성하기도 하는 등 감사일기에 변화를 주어보았다. 또 별 달리 쓸 내용이 없거나, 정말 감사를 하기 힘든 순간이 올 때도 있다. 그 감정을 부인하지 말고, 그것조차 적어볼 것. 나의 경우 심지어 오늘 감사일기를 진짜 쓰기 싫은데 이렇게라도 쓰려고 노력하는 스스로의 열정에 감사한다, 를 적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