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템포 Nov 25. 2020

네 번째 감사일기,

쉬어가는 하루

1. 커피 한 잔의 여유에 감사합니다.

 키토 식단을 시작하면서, 소금을 의식적으로 섭취해야 하게 되었다. 원래 짠 것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소금을 생으로 먹는 것이 쉽지 않아서 생각해낸 것이 커피에 소금을 타서 먹는 것. 마침 집에 디카페인 드립 커피가 있어서 살짝 소금을 넣어 보기로 했다. 짭짤한 커피가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맨 소금보다는 낫기에 자주 이렇게 먹기로.


 드립백 형식으로 된 커피라 품이 많이 들었다. 아무리 욕심을 내어 많이 내리고 싶어도, 일정 양을 넘어버리면 넘쳐흐르고 만다. 성격이 급한 지라 따라둔 물이 채 내려지기도 전에 물을 부어 커피를 망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그냥 그 느림을 즐겨보기로 했다. 느리지만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커피를 보며, 향을 맡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어떤 것은 기다려야만 얻을 수 있는데, 그 기다림의 시간에 조금만 조바심을 버리고 여유를 가지면 그 과정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커피를 내리며 배웠다.


따스하게 드는 햇살과 향긋한 커피가 맛있었던 아침.



2. 맛있는 식사에 감사합니다.

 어제 먹은 식단의 소스가 너무 짜고 맛이 없어서 오늘의 소스도 맛이 없을까 봐 걱정이 되었다. 원래도 드레싱이나 소스를 즐기는 타입이 아닌데, 식단에 포함된 소스를 다 먹어야 효과가 좋다 하여 내면의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이름도 아라비따였나, 처음 듣는 괴상한 이름이어서 애초에 기대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한 입 먹는 순간 내적 소리 지름을 시전 했다. 여차하면 마셔버리려고 찻잔에 내어간 것이 무색할 만큼 맛있어서 빵에 찍어먹을 새도 없이 고기와 먹어버렸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행복했던 것 같다.


 꼭꼭 씹어 식사를 끝내고, 어떤 단계-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키토시스-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런 일상적인 일들을 꾸준히, 때로는 견뎌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어떤 이에게는 고작 한 끼의 식사일 수 있지만, 내가 먹는 것을 통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마친 즐거운 점심! 생각보다 포만감도 오래가서 만족스러웠다.


3. 스스로를 관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재택 겸 단축근무로 저녁시간이 조금 여유로워져서 피부관리를 받으러 갔다. 은은한 조명과 따뜻한 베드가 아늑했다. 묵은 각질도 벗겨내고, 순환도 시켜주니 잠이 절로 왔다. 몸도 더 가벼워진 느낌.


 무엇보다 좋은 것은 관리를 받고 나면, 스스로를 더 아껴주고 싶어 진다는 것. 더 좋은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좋은 일들을 해주고 싶어 지게 되는 것 같다.


 나를 아끼고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준 저녁시간.

이전 07화 다섯 번째 감사일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