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듯 흘러간 하루
1. 여유로운 점심시간에 감사합니다.
정부의 단계 상향으로 인한 재택근무로 사무실이 부쩍 조용해졌다. 덕분에 나는 혼자 책을 읽으며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오후의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적절한 온도에서 배까지 채우니 만족스러울 수밖에.
오늘은 제대로 된 키토식을 시작해보는 날. 새로이 무언가를 한다는 설렘과 통제 가능한 일에 집중하는 것이 크나큰 만족감을 주었다. 꼭꼭 씹어 음식을 먹고, 소파에 눕듯 앉아 책을 보는 순간이 참 좋았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즐긴 나만의
점심시간.
2. 퇴근길의 아름다운 하늘에 감사합니다.
연말이지만, 회사 내부 이벤트로 인해 이번 주는 퇴근시간이 빨라졌다. 한 시간의 단축이 이토록 큰 행복을 주다니. 겨울이 되어 해가 빨리 지는 것이 아쉽지만, 이맘때만 느낄 수 있는 이유 없는 쓸쓸함과 막연함 설렘이 좋다.
게다가 어스름하게 해가 지는 예쁜 하늘은 덤. 길고 긴 횡단보도를 건너며, 오묘한 빛깔의 하늘을 눈에 담았다. 어른이 될수록 하늘을 잘 보게 되지 않는다는 말은, 일상이 반복되고 힘들수록 주변에서 여유를 찾기가 힘들다는 의미인 것 같다. 힘들어도 하늘을 보는 일은 잊지 말아야지.
3. 아늑하고 따뜻한 나의 공간에 감사합니다.
나에게 내 공간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마음껏 쉴 수도 있고, 꼼지락꼼지락 무언가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 함께하기도 한다.
오늘은 어제의 지름으로 인해 도착한 조명을 새로 설치해보았다. 턴테이블과의 조화가 조금 실망스러워 내일 다시 배치를 바꾸어볼 예정이다.
조명을 옮기며 낑낑거리다, 조금만 집이 넓었다면 이 난리를 치지 않아도 될 텐데 싶다가도 이 작고 소중한 공간이 나에게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 깨닫고 이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추운 겨울 따뜻하게 내 한 몸 뉘일 곳이 있다는 것에, 내 취향과 관심을 녹여낼 공간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