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하는 감사기록,
그간 감사일기 대신 하루 일과를 정리하는 일기를 써왔다.
아무래도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가끔은 혼자만 알고 싶은 일들이 있어서 일기장에 기록하곤 했는데, 다시 감사일기가 쓰고 싶어 졌다. 나의 일상을 가볍게 쓰는 것이라 글을 쓰는 데 있어 부담이 덜하기도 하고, 보다 긍정적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문득 회사에서 창 밖을 바라보는데,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고 일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잊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선 가볍게, 어깨에 힘 빼고 일상에서 감사한 일들을 조금씩이나마 기록해보려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을 좋아한다. 뭔가 새로이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7시 피티 수업을 위해 예리하게 퇴근을 했는데, 선생님의 사정으로 한 시간 미루어져서 잠깐 새우잠을 잤다. 짧게 잔 것치고는 꽤 푹 잠이 들어 더 좋은 컨디션으로 운동을 할 수 있었다. 비몽사몽, 까치집 같은 머리로 터벅터벅 길을 걷는데 쌀쌀하지만 춥지 않은 공기가 기분이 좋았다.
오늘은 팔 운동을 했는데, 작은 근육이라 정말 팔이 찢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팔을 바들바들 떨면서 선생님께 뺀질거림을 시전 했지만, 이제 나를 꽤 알아버린 선생님은 나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지 않았다. 거의 만신창이의 몰골로 수업이 끝났는데, 이게 또 꽤 뿌듯함을 주었다. 일단 하고 나면, 의욕이 불타는 타입이라 유산소 운동도 꽤 오래 했다.
근력 운동 후의 유산소는 정말 상쾌한 것 같다. 걷는 동안 자유의지에 대한 강연을 들었는데, 이 또한 재미있어서 좋았다. 무엇보다 이렇게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다는 것과, 긴 시간을 쓸 수 있었던 시간적 여유에 감사하다.
주말에 먹고 싶었던 것들을 잔뜩 먹은 터라 몸이 무거워 오늘 하루는 클린 한 음식들로 식단을 구성해보았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중을 하면 군것질이 땡기는 타입이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간중간 간식을 먹어주었다. 꾸덕하면서도 입맛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프로틴 브라우니, 달달하고 고소한 내 최애 그라놀로지로 중간중간 입을 달래고, 아침/점심/저녁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챙겨 먹었다.
확실히 가볍게 먹으니 졸음도 덜해서 좋았다. 엄마가 보내온 고구마를 에어 프라이어기에 돌려 먹었는데, 간편할 뿐만 아니라 겨울의 별미 군고구마의 느낌이 나서 좋았다. 무엇보다 고구마를 먹으며 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먹은 음식들과, 오늘 건강하게 먹을 수 있도록 생겨난 내 의지에 감사하다.
팀이 바뀌면서 새로운 분과 함께 일하게 되었다. 이전 팀에서도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지만, 지금 새로운 업무를 하며 사수분께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체계적이고 보다 넓은 시각으로 전체를 아우르는 설명을 주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업무 혹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부담을 확실하게 줄여주셔서 회사를 다니는 것이 덜 힘들어졌다.
무엇보다 더 열심히 하고 싶은 동기가 생긴다는 것. 나도 누군가에게 그분만큼 잘 알려줄 수 있는 실력과, 실수에도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몇 년 후, 나도 누군가를 리딩 하게 될 위치가 된다면 이 시기를 잊지 않고 내가 배운 것들을 나누고 싶다. 좋은 분을 만나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