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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k Nov 28. 2017

숨은그림 찾기 같은 도시 '브로츠와프'

브로츠와프는 '월리를 찾아라' 같기도, 숨은그림 찾기 같기도 한 도시였다. 아름다운 도시 곳곳에 숨은 난쟁이들을 찾느라 바닥이고 하늘이고 건물이고 두리번 거리느라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처음엔 우연히 발견하는 난쟁이들만 찍으려 했는데 '난쟁이 투어'에 다녀온 뒤 지도를 사서 본격적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주요 난쟁이 위치와 사진이 나와 있는 빨간색 지도와 펜을 들고 다니며 보물 찾기를 하듯 3일 동안 도시를 누비고 다녔다. 때론 쓰레기를 난쟁이로 착각해 허탈해 하기도 하고, 때로는 난쟁이 사진을 찍는 내게 "옆에 가면 또 있어!"라고 알려주는 다른 관광객들 도움의 도움을 받아 기뻐했다.


난쟁이를 찾아 왔던 길을 서 너번 왔다 갔다 하는 것은 기본, 찾고자 하는 난쟁이를 직접 보겠다고 강가, 건물 위, 굳게 닫힌 대학교 문 앞을 서성였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았다. 도시가 아름다워 걷는 맛이 있었다. 헤매도 그 자체가 도시를 구경하는 또 하나의 재미였다. 바르샤바, 크라쿠프를 방문하며 폴란드에 대해 갖게 된 슬픈 이미지가 브로츠와프를 통해 '즐거움'으로 희석됐다.  



@난쟁이가 없더라도, 그 자체로 아름답고 재미있는 도시다. 올드타운을 벗어나면 곳곳에 대형 옷걸이, 대형 의자 등의 설치미술 작품도 찾아볼 수 있다.



본격 난쟁이 찾기


난쟁이가 언제부터 설치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 중 1980년대 반 공산주의 운동 단체 Orange Alternative에서 공산주의를 조롱하는 평화적 시위의 방법으로 웃는 난쟁이를 상징으로 사용하면서부터 동상이 세워졌단 이야기가 가장 널리 알려져있다. 가이드가 제일 처음 생겼다고 알려준 난쟁이 동상은 작지도 귀엽지도 않았다. 고릴라처럼 생긴 생명체가 가운데 손가락으로 추정되는 곳 위에 서있다.


현재 300여 개의 난쟁이가 도시 곳곳에 숨어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갯수는 알 길이 없다. 새로 생기기도 하고 누군가 훔쳐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난쟁이 설치는 공식적으로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여기서 종류가 3가지로 나뉜다. 정부의 공식 허가를 받은 것들, 공식은 아니나 홍보용으로 만들면서 설치 허가는 받은 것들, 아예 불법으로 설치해놓은 것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확한 수를 헤아리기 힘들다. 마음 잡고 지도에 나와 있는 난쟁이들만이라도 다 찾아보려 했는데 일부는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지도 밖 난쟁이들도 여럿 찾았지만.



@난쟁이들은 나름의 이야기를 가지고 그 자리에 서있다. 성당 앞 난쟁이들은 화마가 피해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세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잦았던 이 성당 앞에 누군가 성당을 향해 출동하고 있는 동상을 세웠다. 덕분인지 그 후로는 화재가 없었다고 한다.


@난장이들 실제 크기


@'난쟁이 투어' 중 가이드가 이 난쟁이를 소개하자 같이 있는 꼬맹이가 "엄마, 이것봐. 아빠랑 똑같아!"라고 얘기해서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좌)


@첫 번째 난쟁이, 장애인 난쟁이, 인포메이션센터 앞 여행자 난쟁이, 난쟁이 찍는 난쟁이, 오케스트라 난쟁이, 아이스크림 가게 앞 난쟁이(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그 외에도 은행 앞에 은행원 난쟁이, 과거 감옥으로 쓰였던 건물 창살에 묶여 있는 죄수 난쟁이, 피자헛 앞 터질듯한 배를 내밀고 누워있는 난쟁이, 의사 난쟁이, 은행에서 도둑질하는 난쟁이 등 여럿을 찾아볼 수 있다.


@난쟁이 is everywhere. 가스등에 매달려 있는 난쟁이, 쇼핑몰 내 동전 등 수집품 파는 가게 창 밖에 설치된 동전 진위 판별하는 난쟁이, 강가에 있는 빨래하는 난쟁이(좌측부터)





여기에만 있는 직업


툼스키 다리를 건너면 '성당의 섬'이라 불리는 곳이 나온다. 이름 그대로 성당이 밀집한 곳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툼스키 다리엔 사랑을 맹세하는 연인들의 자물쇠가 빼곡히 걸려있다.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이곳을 꼭 방문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탄광촌 광부들처럼 과거엔 많았지만 이제는 보기 힘들어진 직업이 여긴 있기 때문. 사실 나로선 한번도 본 적없는 그가 궁금해서 코를 훌쩍이면서 한 시간동안이나 기다렸다. 언제 어디에 나타난다는 정확한 정보 없이 '해질녘'이란 단서 하나에 의존해 행여 놓칠까 싶어 어디 들어가 있지도 못하고 애꿎은 바닥만 쿵쿵 때리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긴 막대를 들고 그가 등장한 순간. 피리부는 사나이라도 등장한 것처럼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가 건물 외벽에 걸려 있는 가스등에 불빛을 하나하나 선사하며 섬을 밝히는 동안 사람들은 그를 따라 다녔다. 이미 더 밝은 빛이 환히 밝혀져있는데도 가스등 앞으로만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모든 것이 쓸모와 효율성으로만 의미를 평가받는 건 아닐테니까.









폴란드 바르샤바와 크라쿠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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