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메타운에서 리락쿠마 찾기

다카마쓰#4

by 설빛

유메타운으로 향하는 길에는 알지 못했다.

옷을 사러 갔다가 동생의 부탁을 들어주게 될 줄은.


일본에 갈 때마다 연례행사처럼 GU에 들른다.

GU는 유니클로 자회사로 저렴하지만 퀄리티가 좋은 편이다.

GU는 유메타운이라는 쇼핑몰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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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내부가 미로처럼 되어 있어 한참을 헤맸다.

반대편 건물로 넘어가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건지…

30분 만에 찾아 오늘도 길치의 증명을 해냈다.



GU는 작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새로운 상품들이 몇 가지 추가되었을 뿐이었다.

막 입어도 좋을 옷 세 벌을 바구니에 넣었다.

이후 가족에게 자랑하니 원래 집에 있는 옷이 아니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만큼 잘 어울리는 옷이라는 칭찬으로 듣겠다.



GU 가는 길에 우연히 키디랜드를 발견했다.

여행하기 전 일본 리락쿠마를 입양하고 싶다는 동생의 이야기가 떠올라

서둘러 사진을 찍어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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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사줄지 물었더니 바쁜 동생은 잠시 동안의 유예를 부탁했다.

귀여운 굿즈가 많았지만 구매욕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리락쿠마를 사랑하는 동생에게 천국 같은 곳이겠지.

고심 끝에 그녀는 우산 든 리락쿠마와 펜을 택했다.

그러나 다시 찾아갔을 때 이미 문이 닫힌 후였다.

미안하다 동생아.



둘째 날 다시 유메타운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이야말로 리락쿠마를 데리러 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버스는 연착이 계속되며 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도보 35분 거리.

마음을 굳게 먹고 힘차게 한 발자국 내디뎠다.

온몸에 스미는 서늘한 감각에 몸이 떨렸다.

여러 가게에 들러 몸을 녹이며 갔다.

아무 형체도 알 수 없는 거리를 지나고 지나 유메타운에 다시 도착했다.

우산 든 리락쿠마와 상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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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예쁜 아이를 찾아보았지만 유심히 관찰하니

모든 인형의 만듦새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하는데 인형은 해당되지 않는 걸까.

어쩌면 인형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뜯어보면 볼수록 흉함을 더 찾기 쉬운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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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리락쿠마를 갖고 싶다는 바람을 알려주었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우산 리락쿠마는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대신 처음 보는 털이 복실한 리락쿠마가 눈길을 끌었다.

평소의 모습과는 달라 아예 다른 캐릭터처럼 보였는데 그 모습이 오히려 색달랐다.

동생도 다행히 마음에 들어 해 털 복실 리락쿠마로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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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리락쿠마가 뭐 그리 좋은 걸까.

키티나 마이멜로디, 쿠로미와 같은 산리오 캐릭터가 가장 유명하지만

일각에서는 리락쿠마가 은은한 인기몰이를 하는 듯하다.

일본어로 릴랙스를 리락쿠스(リラックス)라고 하고 곰은 쿠마(くま)라고 한다.

직역하면 릴랙스 곰인 셈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어야 하는 현대인이 가장 바라고,

무엇보다 필요로 하는 게 여유와 쉼인 것 같다.

그를 대표하는 게 이 리락쿠마라면 무의식적으로 사랑해 마지않을 수도 있겠구나.



저녁을 먹을 시간이 없었다.

아니 정정하겠다.

원한다면 언제든 먹을 수 있지만 시간이 아까웠다.

일본 상점의 영업시간에 맞춰 돌아다니려면 시간이 부족하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동생의 부탁도 들어줬겠다, 이제는 먹어도 되지 않을까.


제대로 된 식사를 한 끼도 하지 못해 굶주린 배를 부여잡았다.

침을 꼴딱 삼키며 한참을 고민하다가 치킨난반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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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먹어 치웠다.

치킨이 소스를 한껏 머금어버려 바삭하지 않았다.

아쉬울 새도 없이 이미 거의 모든 치킨은 내 뱃속으로 들어가 있었다.

다행히 솥밥은 훌륭했다.

꼬들꼬들한 일본 쌀을 솥에 넣어 먹으니까 배로 맛있었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유메타운을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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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메타운에도 서점이 있었다.

한참을 둘러보다가 노르웨이 숲과 다른 일본어 책을 구입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가게가 많았다.

아기자기한 소품과 달콤한 디저트들을 빠르게 훑어봤다.

찬찬히 둘러보면 하루로도 부족할 정도다.

그럴 여유가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여러 곳 돌아다닐 필요 없이 다카마쓰 쇼핑몰은 유메타운 한 곳으로 충분하다.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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