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이고 싶다
같은 슬픔을 가진 사람을 봐도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다들 그러고 살아. 너 말고 다른 사람들도 그래. 인생은 원래 고통스러워."
자연스레 입을 다물게 된다.
마음의 문이 닫힌다.
물론 맞는 말이다. 반박할 수 없다.
훨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크게 와닿지 되지 않는다.
힘듦이 당연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깊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물론 그의 의도는 어림잡을 수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하는 이야기다.
또한 힘들 때 자신에게 들려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통하는지는 미지수다.
다짐은 본인에게 들려주면 되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말하기도 전에 물어본다.
"요즘 힘든 일은 없어? 어려운 건 없어? 뭐든지 말해봐. 내가 들어줄게."
그러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염치없게도 상냥한 마음에 기대어 나도 모르게 아득한 심연을 끄집어낸다.
그는 물어봤을 때와 같은 태도로 신중하게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준다.
적절한 순간에 맞장구를 쳐주고 때로는 더 좋은 방향을 조심스레 알려주기도 한다.
진심으로 우러나온 공감도 해준다.
인간은 누구나 이해받기를 원한다. 이해받는다는 건 상대가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다.
Y 님
이해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곪아 터진 상처가 조금은 아무는 기분이다.
이게 바로 친절함이 아닐까.
각박한 세상이다.
요즘처럼 너도 나도 전쟁을 치르는 상황에 상대방의 안부를 진심으로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저마다의 힘듦에 충분히 괴롭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래도 한 발자국만 나아가면 어떨까.
우리는 항상 지옥 같은 하루를 살진 않는다.
살고 싶지 않은 날이 더 많더라도 살기 나쁘지 않은 날도 분명 있다.
조금 덜 힘든 사람이 조금 더 힘든 사람을 껴안아줄 수도 있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든 사람에게 잠시 곁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