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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태현 Oct 26. 2015

사랑은 늘 옳다

#008 "사랑이 없는 정의는 그저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올곧은 사람' 이려거든 사랑하라!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며 그저 열등감에 지나지 않는다.














그의 이름은 '모하메드'다. 내가 만났을 무렵 그는 코파족의 추장이었다. 이름이 알려주는 것처럼 그는 무슬림이었다. 그냥 무슬림일 뿐만 아니라 한 부족의 족장이자 종교지도자였다. 나는 그에게서 절대로 잊지 못할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














아프리카 케냐의 홀라지역에는 타나강이 흐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그런 큰 강이 흐르는데 무슨 우물을 파주느냐?"고 묻는다. 하지만 강 주변에도 우물이 꼭 필요하다. 강물이 식수로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 주변의 부족들이 강물을 길어다 생활을 하고 있는데, 타나강은 일 년 내내 시뻘건 흙탕물이 흐르고 있다. 식수나 생활용수로 부적합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강이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악어들이 서식하고 있어 인사사고가 종종 일어난다. 우리가 만났던 한 남자는 타나강을 쳐다보기도 싫다고 했다. 어느 날 어린 아들과 함께 강에 물을 뜨러 갔는데, 물을 뜨고 나니 아들이 사라져버렸다. 물을 뜨느라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악어가 어린 아들을 물어간 것이었다. 한 달 뒤에 마을에 우물이 생겼는데, 그는 그 한 달 동안 강에 물을 뜨러 갈 때마다 그 길을 울며 다녔다고 했다.


우리가 우물을 파러 간 곳에서도 전혀 다른 사람에게서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 남자도 3개월 전에 아이를 데리고 강에 물을 뜨러 갔다가 아이를 잃었다. 그런데도 그 강에서 물을 떠 마셔야 하는 자신이 저주스러울 정도로 미웠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이곳에 우물을 파주어서 우리에게 정말 고맙다고 연신 인사하는 그를 보며 아이 둘을 둔 아빠로서 얼마나 가슴이 아프고 눈물이 났는지 모른다.











서로의 아픔에 공감하고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그들과 우리는 너무나 다르다고 생각했었다. 그들은 무슬림이고 나는 기독교인, 더구나 목사다. 그들이 우물을 파고 있는 내가 목사라는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날까? 그런 이유로 마음 한 편에 그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런 내 생각과는 상관 없이, 우물을 파는 동안 코파부족의 추장인 모하메드는 계속 내 옆에서 내가 뭣 하는 사람인지, 나와 함께 온 청년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를 물었다. 처음에는 나는 선생님이고 저들은 내 학생이라고만 했었다. 그런데 의심스러웠는지 몇 번을 물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었는데, 나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사실을 말해버렸다. 나는 목사이고, 저들은 내가 사역하는 교회의 청년들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당신들을 개종시키려고 온 것이 아니고, 단지 우물을 파기위해 왔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제야 모하메드는 웃으며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이미 당신들이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우물을 파주었기에 나와 우리 부족들은 당신들의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 말을 꼭 하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들이 이 지역을 지날 때는 언제라도 우리가 당신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나는 너무나 놀랐지만, 고맙다는 인사의 말을 하고 차에 올라탔다. 자리에 앉아서 한 참 알 수 없는 눈물을 흘렸다. 어쩌면 우리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두려워 하기에 미워했는지도 모르겠다. 서로 옳다고 하면서 상대편을 그르다고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옳은 것은 사랑이다. 사랑이 옳음을 증명한다. 나는 무엇보다 내가 믿는 하나님이 사랑이시라는 사실을 확신한다.










우리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다. 고매한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도 뉘우치고 반성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는 고매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주장하며 산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 교육 등 모든 삶의 측면에서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주장하고, 심지어 타인에게 강요하기도 한다. 그러나 '옳고 그름'과 '다름'을 구별하고 살아야 한다.


올바르게 살아가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옳고 그름'과 '다름'을 구별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드러나는 법적이고 윤리 도덕적인 상황들도 있지만, 어떤 때는 틀린 것을 다르다고 착각할 수도 있고, 다른 것을 틀리다고 착각할 상황도 있다. 그게 참 어렵다.


그럴 때 우리에게 좋은 기준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랑'이다. 과연 내가 하는 판단이 '사랑'을 기준으로 하고 있는가를 묻는다면 우리는 언제나 옳을 수 있다. 타인을 사랑하는 이유로 하는 일들, 사랑을 바탕으로 하는 일들 중에 옳지 않은 일은 없다. 물론 때로 옳지 않게 보여도 나중에 그것이 옳았음을 인정하게 된다. 왜냐하면 '사랑'을 염두에 두고 하는 모든 일은 '최선'이 되기 때문이다.


사랑은 늘 옳다. 그래서 정말 올곧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 사랑해야 한다. 사랑을 쏙 빼놓으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한다고 해도 아무런 유익이 없다. 오히려 사랑이 없는 정의는 폭력이 된다. 사랑 없는 올바른 행동은 그저 옳은 사람이 되려는 열등감의 표현일 뿐이다.


사랑은 '옳고 그름'과 '다름'을 구별하는 혜안을 가지게 한다. 사랑은 '옳고 그름'의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나 단호하고 '다름'의 문제에 있어서는 끝없이 관대하다. 그렇기에 사랑은 사람을 변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릇된 사람을 옳은 데로 이끌고, 실의에 빠진 사람을 일으켜 세운다. 그런 이유로, 늘 옳은 사람이 되고 싶거든 사랑해야 한다. 사랑이 사람을 늘 옳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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