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 친구, 그동안 잘 지냈어? 나는 아내와 미국에 두어 달 다녀왔어.
친구 2: 그래? 부럽네. 참 좋았겠어!
친구 1: 여행 간 게 아니라 미국 병원에서 임상 실험 참가자를 모집한다고 해서 아내가 테스트를 받기 위해 간 거였어.
친구 2: 아, 미안…
이 대화에서 친구 2는 상대의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어림짐작으로 판단을 내리는 오류를 범했다. 노벨상 수상자인 행동경제학자 대니엘 카너먼 교수는 “사람들은 복잡한 과제를 매우 단순한 판단 과정 또는 어림짐작으로 판단한다. 이 어림짐작 방법은 복잡하고 아주 바쁜 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매우 쓸모가 있지만 때로는 심각한 오류를 체계적으로 일으킨다.”라고 말한다.
인지 오류의 예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뒷받침해주는 정보만을 받아들이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확증 편향,’ 객관적인 기준들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을 보여도 이를 취소하지 못하고 가던 길을 계속 가는 ‘몰입 상승’ 등 많은 오류들이 있다.
카너먼 교수의 말처럼 인지 오류는 때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가령‘몰입 상승’ 오류에 빠져 있으면 누가 봐도 일이 실패로 가는데 조금만 더 자원을 투입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망해가는 사업에 계속 돈을 쏟아붓는다.
문제는 인지 오류가 대개 의식적 사고 아래서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이 인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올바른 판단을 하려면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판단이 진짜로 옳은지, 지금 생각이 맞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생각에 대한 생각인 메타인지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질문이 메타인지 질문이다.
산길을 가는데 노루처럼 생기고 노루처럼 달리는 것이 휙 앞을 지나갔다. 이것은 어떤 동물일까?
즉시 노루라는 답이 떠오른다. 그러나 “진짜 노루가 맞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생각해 보면 노루가 아닌 사슴이나 고라니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을 ‘메타인지’라고 한다. ‘메타인지’란 생각하는 과정을 한걸음 물러나 들여다보면서 이 과정이 진짜 맞는지, 오류는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을 말한다.
이런 ‘메타인지’ 능력은 질문을 통해 개발할 수 있다. “또 어떤 가능성이 있는가?” “여기서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뭔가 맞아떨어지지 않는 부분은 없는가?”와 같은 간단한 질문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질문은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자신의 가정에 꿰맞추거나, 쉽게 떠오르는 경험에 의지해서 판단을 하는 등 생각을 하면서 범하는 오류에 제동을 걸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이 메타인지 능력을 키울 수 있을까? 메타인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알면 메타인지 질문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로버트 마르자노 박사는 4천 개의 학습사례 연구를 통해 메타인지를 작동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학습방법임을 발견했다. 그에 따르면 메타인지는 세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자신이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지를 인식하는 것이고, 둘째는 학습을 하기 전에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학습할 것인지 계획을 짜는 것이다. 셋째는 이 방법과 계획에 따라 학습하면서 이것이 효과적인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방법과 계획이 맞지 않으면 개선을 한다. 이세 요소에 따라 다음과 같은 메타인 지 향상 질문을 할 수 있다.
(나는) 이 일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
이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읽고 있는 내용을 이해하지 못할 때 어떻게 하는가?
문제가 생기면 무엇을 하는가?
읽고 있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하는가?
이것은 어떤 일인가?
목표는 무엇인가?
어떤 정보가 필요한가?
이 일을 하는 동안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는가? 그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어떤 방법들을 사용할 수 있는가?
어떤 자원을 가지고 있는가?
이 일을 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인가?
이 일을 작은 단위로 나눈다면 어떤 세부 작업들이 있는가?
누구와 조정을 해야 하는가? 어떤 작업과 조정이 필요한가?
누가 도움을 줄 수 있는가?
이 일에서 무엇을 배우고자 하는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이 일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이 일을 어떻게 다르게 할 수 있을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나?
더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지금 사용하는 방식을 조금 바꿀 수 있는가?
이 일에서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생기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잘 배울 수 있는가?
이 방식이 최선인가?
공부를 잘하거나 성과를 잘 내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메타인지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들은 늘 메타인지 질문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이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한다. 아울러 다른 사람에게 메타인지 질문을 함으로써 이들이 편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