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저주에 빠지는 원인 1, 나 중심의 사고
우리는 왜 이렇게 남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말을 하는 것일까?
근본적인 원인은‘나 중심의 생각’이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자기중심적이다. 쉬운 예를 보자. 부모, 형제, 이모, 고모, 상사, 부하 같은 호칭도 모두 ‘나’를 중심에 두고 부르는 것이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한 부부에게 첫 아이가 태어났다. 아들이었기에 아빠는 이 아들을 씩씩하게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 호랑이, 사자, 말, 곰 같은 동물들의 사진을 오려서 아이의 침대 위에 매달아 놓았다. ‘이 녀석이 이 동물들을 보면 아주 좋아하겠지!’ 아빠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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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아이는 이 동물들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실망한 아빠는 어느 날 아이의 자리에 누워서 위에 매달려 있는 동물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
그가 본 것은 몇 개의 선이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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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사람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보고 생각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람은 4살 이전에는 자신과 남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전혀 깨닫지 못한다. 이것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연구자는 수연이에게 친구와 함께 사탕을 상자(A) 안에 숨기게 한다. 친구가 방을 나간 뒤 수연이에게 사탕을 다른 통(B)으로 옮기게 한다. 그리고 ‘친구가 방에 돌아오면 그 사탕을 어디에서 찾을 것 같니?’라고 묻는다. 수연이는 사탕이 현재 있는 곳(B)이라고 답을 한다. 친구는 수연이가 사탕을 다른 장소로 옮겼다는 것을 모르는데도 말이다. 수연이는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친구도 똑같이 알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2
이런 자기 중심성은 네다섯 살이 되면서 줄어들기 시작한다. 성장하면서 타인의 눈으로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인 자기 중심성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지속된다.3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남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상황도 자주 일어난다.
두 명의 음악가가 뉴욕의 한 거리를 걷고 있다. 이때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 이들에게 다가가 정중하게 묻는다.
‘실례지만 카네기홀(미국 뉴욕의 음악 공연장으로 전 세계 음악인들이 한 번은 공연하고 싶은 꿈의 무대)로 가는 길을 아시는지요?’
두 음악가는 서로 바라보며 씩 웃더니 응답을 한다.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하는 것입니다.’4
여성은 카네기홀로 가는 길을 물었지만 음악가는 이 질문을 어떻게 하면 그 홀에서 공연을 할 수 있는가로 해석한 것이다.
이런 자기 중심성이 우리를 지식의 저주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나 중심의 생각으로 인해 마음속에서 여러 형태의 착각이 일어난다. 지식의 저주는 그림에서 보듯 이 착각들이 얽히고설켜 생겨난 합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원인을 알아야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듯 지식의 저주를 방지하려면 먼저 이 착각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눈빛만 봐도 척 안다는 투명성의 착각
내 말이 안 맞으면 내 손에 장을 지져라는 허위합의 효과
어려운 말을 쓰면 폼 나겠지라고 믿는 조명 효과
같은 단어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겠지 하는 착각
자신이 족집게 선생이라고 생각하는 후견 지명 효과 고수의 뇌와 초짜의 뇌가 똑같다는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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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착각들이 어떻게 지식의 저주를 일으키는지 살펴보자.
<참고 문헌>
1. re : Work
2. Perner, J., Leekam, S., & Wimmer, H. (1987), Three-year-olds’ difficulty with false belief: The case for a conceptual deficit. British Journal of Developmental Psychology, 5, 125–137.
3. Boaz, K. (2007). Communication and miscommunication: The role of egocentric processes. Intercultural Pragmatics, 4, 71–84.
4. 버버라 베이그 (2010),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박병화 옮김, 에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