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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Dec 03. 2020

그 애를 만나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도서관에서 추천하는 도서로 누워있는 이 책을 데려왔다.

아빠의 파산 후 엄마와 17살 민정은 외할머니 집에 와있다. 오빠는 군대에 갔고, 언니는 친구의 자취방에서 지낸다. 재개발 지대에 사는 외할머니 집의 골목을, 민정은 ‘이 골목의 다른 이름은 절망’이라고 표현한다. 민정은 형편이 어려워져 화실에 가지 못한다.     


전학을 온 민정은 학교에서 신은하의 원근법을 무시한 볼펜 그림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민정은 그동안 화실에서 배웠던 정형화된 그림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명문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민정 엄마는 비싼 화실만을 다니게 했다. 민정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신은하의 그림을 본 이후로 갈등이 인다. 엄마와 언니가 화실 비를 주었지만 망설이다가 결국 엄마에게 그림을 그만두겠다고 한다.   

 

골목에서 12살의 수아를 알게 되었고, 수아가 떠돌이 개에게서 민정을 구해주었다. 그 이후로 몇 번 마주쳤지만, 수아가 힘들 때 민정은 외면한다. 수아 엄마는 수아를 버리고 멕시코로 떠났는데, 혹시나 엄마가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고 생각하며 자기 집에 불을 질렀다. 민정은 그런 수아를 돕기로 한다. 수아가 친적집에 간 사이, 불난 집에 벽을 페인트칠한다. 알고 보니 페인트 집 사장이 신은하의 아빠였다. 민정은 신은하랑 같이 페인트칠을 하면서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한다. 그리고 민정은 비싼 수업료를 내는 화실에 가지 않고, 학교 미술실에 들어간다.     


청소년 성장소설인 이 소설은 짧고 명쾌하다. 민정 엄마의 생각대로 명문 대학교에 가기만을 바라지 않고, 소신을 갖고 행동하는 민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민정을 보며 나의 17살 때의 모습이 떠올려지기도 했다. 만약, 민정이가 신은하를 만나지 못했으면 결국 엄마가 바라던 명문대학을 가기 위해 화실에 가지 않았을까. 살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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