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 속에서 불어오는 목안 깊숙이 간질간질한 매캐한 바람
안개꽃 향기에서 전해져 오는 은은한 바람
빨랫줄에 나란히 누워있는 빨래들의 향연에 전해져 오는 상큼한 바람
보글보글 리듬에 맞춰 끓어오르는 된장찌개의 구수한 바람
높은 파도의 출렁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세게 몰아 대는 바닷바람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는 비 속에서 전해져 오는 시원한 바람
숨을 헐떡이며 오른 산 정상에서 들이마시는 심장까지 서늘한 바람
혹독한 겨울이 지나가고 살갗에 닿는 느낌이 부드러운 봄바람
바람은 여러 가지 색깔을 지니고 있다.
바람은 공기가 순화하는 자연현상이지만, 대부분 바람 하면 형식이나 격식,
속박과 얽매임을 풀려는 몸부림인 자유로운 마음들로 표현을 한다.
지나가는 나그네의 옷을 벗기려는 예화에서처럼 바람은 강하게 불기도 하지만,
식물이 자라는 데엔 적당량의 햇빛과 함께 적당량의 바람도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다른 집 아이들과의 교류, 바람이 통해야
건강하고 활기차게 자란다.
사람의 관계에서는 마음의 바람, 생각의 바람, 더 나아가서는
영혼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
서로의 의사소통이나 상대방의 마음, 생각을 주고받는 교류가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바람이 시시때때로 불어주어 마음의 깃발이, 생각의 깃발이 자유자재로
펄럭이지 않고 늘 제자리에서 먼지만 수북이 쌓인 채로 형상조차 보이지 않는다면,
나직한 독백만이 주위를 맴맴 돌다가 냉랭한 침묵 속에 그 그림자도 감추어 버릴 것이다.
바람은 불어야 한다.
강풍이든 미풍이든 어떤 이유로든 바람은 불어대어
바다로, 산으로, 대지로, 저 멀리 대륙으로 어디든지 통해야 한다.
그리고 마음속에, 생각 속에, 정신 속에, 영혼 속에 바람이 불어
콘크리트 벽처럼 단단해진 심장을 간지럽혀
깃발을 자유자재로 펄럭이는 바람 불어 좋은 날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