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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아 Mar 26. 2021

풍경소리

인사동의 기억 속에 아직도 남아있는 맑게 울리는 소리가 있다.
시각적인 면에서 많은 볼거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피리소리와 어울려 청아한 느낌이 특이했던 풍경소리가 그것이다.


물고기 모양, 하트 모양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종마다 소리가 달랐다. 

둔탁한 소리에서부터 해무(海霧) 속에서 은은히 퍼질 듯한 투명한 
종소리가 길가는 사람들의 귓전을 울리고 발목을 잡게 한다. 


창가에 두면 안성맞춤인 풍경을 찾아내었다. 
그 종은 그렇게 둔탁하지 않으며 껄끄럽고 날카로운 쇠붙이 소리도 
아니었으며 영혼을 울리는 듯 가볍고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보이지 않는 마력이 있는 듯 했다. 
아직까지도 귓전에서 그 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추녀 끝에 걸어놓은 풍경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듯이
인간의 삶에도 바람이 불어야 그윽한 소리가 난다.


간혹 인생살이가 망망대해의 일엽편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눈보라가 휩쓸고 가는 한 척의 조각배는 
파도의 유영에 위태하게 흘러가서 어느 정도 삶에 익숙해져야 
나에게서 들리는 풍경소리가 청아한 음으로 다가올 것인가.


어느 정도 삶에 자신감이 붙어야 둔탁한 저음의 삶이 반복되어 
명멸하지 않고 깨끗한 고음이 들려질 것인가.


심살 맞게 하는 바람으로 풍경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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