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작업실에 낡은 냉장고가 있다.
잘 있던 놈이 새벽에 어쩌다 한 번씩 굉음을 낸다.
그 굉음이라는 게 2분 여정도 들리는데 어떤 때는
아주 작은 옹알이 소리였다가 어떤 때는 듣기 싫은
징징대는 큰 소리를 낸다.
문을 열었다 닫았다 안쪽 온도조절기를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나중에는 전기제품 치료에 마지막 방법이라는
몸통 때리기와 전원 켰다 끄기를 시전 하지만
울음을 멈추는 건 위에 행위들과 전혀 상관없이
순전히 그놈 맘이다.
당장에 그럴 때면 버려버리고 새 냉장고를
주문해야지 했다가 막상 다음날이 되면
조용해진 녀석을 보고 그냥 잊어버린다.
작업과 시름하거나 이런저런 고민들을 하던 장소..
내 등 뒤 4미터 거리쯤 서 있던 냉장고.
그렇게 5년을 함께했다.
고물일 뿐인데 정이 그렇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