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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하 Nov 11. 2019

낯선 시간들의 무덤

화요일의 시 <화시, the flower season>


잠에서 깨니 그림자에 꼬리가 자랐다.

괘종시계가 낳은 알이 터지고 모래가 흘렀다.
접시 위에 사과가 누렇게 멍들었다.
껍질을 오려서 말라비틀어진 공작새를 만들었다.
토해내는 기침 앞에 장작이 활활 타올랐다.

꽃은 뿌리를 망각으로 뻗쳤다.
돌멩이는 돌멩이로 남았다.
햇빛이 밥그릇에 담겼고 나무는 앙상한 가지를 뽐냈다.
뒤돌아 보니 계단이 아니라 톱니바퀴였다.
남은 것은 켜켜이 쌓인 주름뿐이다.
손을 펼치니 이름 없는 비석이 서있다.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내가 낯설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를 죽였다.

#시 #화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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