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브제

결 따라 흩어지는 떨림

바라

by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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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 스물네 명의 손에 들린 마흔여덟 개의 바라가 눈부시게 빛납니다. 순백의 무대, 은빛 접시를 향해 조명이 드리워지면 굴곡진 면과 촘촘한 선을 따라 저마다의 색을 지닌 빛이 어지럽게 흩어집니다. 무심할 정도로 잔잔한 놋쇠 장단 위에 물수제비를 뜬 듯한 은빛쇠의 울림. “차르르” 서느런 부딪침이 파르라니 깎은 머리 위로 맑게 퍼집니다.


고대부터 지금까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바라’는 국악기 가운데 금부(金部)로 분류되는 무율타악기입니다. 자바라·동발·요발·향발·제금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한자문화권에서 널리 사용됐지요. 놋쇠를 방짜기법으로 두드려 얇고 둥근 판으로 만든 다음, 가운데에 구멍을 뚫어 흰 무명천을 묶습니다. 징이나 꽹과리와는 또 다른, 잘 두드려 만든 쇠의 청량한 소리는 불교음악과 무속음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죽은 이의 영혼을 천도하고 극락왕생을 비는 불교의식 ‘영산재’.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성음 ‘범패’와 의식무용 ‘작법(범무)’으로 성대한 의례를 펼칩니다. 나비춤·바라춤·법고춤 등 여러 가지 불교의식무용 가운데 바라춤은 특히 활기가 넘치는 순서입니다. 손목을 가볍게 움직여 맑은 떨림을 퍼뜨리고, 두 팔을 크게 벌려 바라를 꼭 맞게 치거나 엇갈리게 스치며 웅장한 춤사위를 그려냅니다.


글 김태희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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