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경우)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입니다
한 사람의 하루 혹은 인생에서 어디에 시간을 많이 쓰는지 들여다보자. 그러면 그가 어디에 관심사가 있고 무엇을 좋아하는지의 '성향'과 '가치관'을 알게 된다. 작가 김영하는 23살부터 매해 여행을 다녔다. 그러나, 그는 오랫동안 자신이 여행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저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매년 여행을 떠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비로소 '여행가'라고 스스로 말하게 되었다.
나는 어디에 시간을 많이 쓸까?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남는 여가 시간에 꼭 하는 게 있다면 바로 독서, 글쓰기, 수영이다. 독서와 글쓰기는 일에 관련돼서 서로 많은 도움을 주는 활동이다. 그러나, 운동은 별개다. 매일 책상에 앉아서 머리를 써가고 크게 육체 활동이 없는 일을 한다. 근데 왜 나는 매일 수영을 하며 몸을 다지고 있을까?
수영을 하게 된 계기는 심플하다. 이 책을 읽고 다짐했다.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학교 다닐 때도 간혹 조깅을 하곤 했지만, 꾸준하지 않았다. 그저 기분 내킬 때마다 달렸던 정도랄까.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잦은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체력이 고갈남을 느꼈다. 그쯔음 읽었던 이 책이 강력한 계기가 되었다.
긴 세월 동안 창작 활동을 이어가려면 장편소설 작가든 단편소설 작가든 지속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줄 만한 지속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면 지속력이 몸에 배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가. 거기에 대한 내 대답은 한 가지, 아주 심플합니다-기초 체력이 몸에 배도록 할 것. 다부지고 끈질긴, 피지컬한 힘을 획득할 것. 자신의 몸을 한편으로 만들 것.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소설 창작이란 매일 조금씩 이야기를 쌓아 올리는 일이다. 하루키는 인내심을 갖고 꼬박꼬박 해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지속력'을 꼽는다.
그는 오랜 시간 창작을 유지한 비결로 '기초 체력'을 이야기한다. 실제로 그는 30년이 넘도록 매일 달리기나 수영을 한 시간씩 해온 걸로 유명하다. 작가는 깊은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까마득한 터널을 지나면서 촘촘히 스토리를 완성시킨다. 하루키는 그런 깊은 어둠의 힘에 대항하고 일상적으로 마주하려면 반드시 피지컬 한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만전을 기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다시 말해
영혼을 담는 '틀'인 육체를 어느 정도 확립하고
그것을 한 걸음 한 걸음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경우) 지겨울 만큼 질질 끄는 장기전입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견고한 육체의 중요성을 무시하고 지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렸기에 체력이 훨씬 좋았고 밤새 공부를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내 의지로 몸을 밀어 붙이며 공부를 했다(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하지만 회사 생활을 하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매일 아침 똑같은 시간에 출근해야 하고 퇴근 시간은 늦어지기 일수였다. 그 와중에도 조금씩 운동을 했다. 다행히도 그 당시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복지비로 매달 운동을 끊어 다녔다. 검도와 복싱도 배워봤고, 점심시간 때 헬스장에 나가서 짧게 러닝을 하고 돌아온 적도 많다. 그러다가 수영을 접하게 돼서 벌써 1년이 넘게 수영을 하고 있다.
매일 수영을 하고 달라진 것들
그래서 수영을 원래 잘했는가? 댓츠 노노. 물 공포증이 심했기에 어렸을 때는 아예 수영 배우는 걸 포기했다. 그렇게 근 20년 만에 명동 YWCA 수영장을 등록했다. 부모님은 반신반의였다. 네가 수영을 한다고?라는 물음과 함께 격려를 받았다. 지금 생각해보니 하다가 말겠지 이런 생각이셨나 보다. 물론 나도 그랬고. 처음에는 발차기도 힘들고 호흡도 너무 힘들었다(지금도 힘들지만). 그러나, 나는 극복하고 해내고야 말았다. 지금도 그렇게 잘하는 편은 아니다.
최근 몇 달 동안 정말 꾸준히 수영을 다니면서 달라진 것들이 있다. 먼저, 매일 아침 시간을 수영으로 시작해 상쾌한 하루를 맞이한다. 아침 수영은 듣기만 해도 피곤하지만 (실제로도 피곤합니다만), 하고 나면 그 개운함은 여느 운동과도 비교할 수 없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수영을 하러 나가고, 주 5회-6회 정도 꾸준히 하고 있다.
당연히 체력이 늘어감을 느끼고 있고 예전보다 쉽게 지치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피곤할 때도 일부러 수영을 빠지지 않는다. 힘든 마음을 버텨줄 단단한 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몸이 지치면 마음도 함께 지치길 마련이니까. 동시에 몸이 단단하면 마음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올해 여러 힘든 일이 지나갔지만 그때마다 수영을 놓지 않았다. 이건 뭐랄까 하루키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이번 인생에서 아무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 덕분에 지난 주말 처음으로 자유수영 시간에 1,000m를 돌았다. 스스로 정말 대견했다.
한 번 불타오르고 한동안 미친 듯이 운동하는 건 오히려 쉽다. 그러나 꾸준히 매일 지속적으로 하는 건 훨씬 어렵다. 육체 단련은 습관에서 온다. 단단해진 육체와 좋아지는 체력으로 일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높아졌고, 독서와 글쓰기를 하는 시간도 많이 늘어났다. 내 습관을 시스템화해서 프로그래밍하는 작업 바탕에는 엔진인 '몸'이 받쳐주고 있다.
의지를 최대한 강고하게 할 것, 또한 동시에 그 의지의 본거지인 신체를 최대한 건강하게, 최대한 튼튼하게, 최대한 지장 없는 상태로 정비하고 유지할 것 - 그것은 곧 당신의 삶의 방식 그 자체의 퀄리티를 종합적으로 균형 있게 위로 끌어올리는 일로 이어집니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만약, 무기력하거나 힘이 들고 한 없이 처진다면 운동을 조금씩 꾸준히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체력만 달라져도 많은 게 바뀐다.
참고 <직업으로서의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