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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Sep 07. 2019

당신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

feat. 다독가 이동진 평론가가 들려주는 독서법 


또 다른 세상을 알고 싶을 때, 픽션을 읽는다



주로 비문학을 즐겨 보지만, 이따금 소설을 집어 든다. 소설을 보고 싶을 때는 영화가 보고 싶은 느낌과 비슷하다. 바로, 내가 모르던 세상에 가고 싶을 때. 인생은 짧지만 갈 곳은 많다. 세상을 탐험하고 싶은 마음은 직접 경험은 물론 간접경험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상상 속에서 빠져들고 싶을 때, 영화를 보고 소설을 읽는다. 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 


본격적으로 픽션의 재미에 붙이게 됐을 때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다. 다독가로 알려진 이동진은 '문학을 왜 읽어야 하나요?'에 대한 꽤나 흥미로운 두 가지 생각을 보여준다. 최근에 읽고 있는 '드래곤에서 소녀가 되어 초콜릿 도제가 되는 모험을 떠나는 소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읽으면서 더욱 공감되는 부분이다. 



소설을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 

"인간이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것을 직접적으로 체험한다. 최초로, 준비 없이, 체험한다. 
미리 앞서 연습도 해보지 않고 무대에 등장하는 배우와 같다. 

하지만, 삶을 위한 최초의 시연이 이미 삶 자체라면
삶에는 어떤 가치가 있을 수 있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인간이 천 번 만 번 다시 태어나서 산다면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겠지요. 하지만 인간은 한 번밖에 살 수 없어요. 그러니까 인생에서의 모든 것은 시연 없이 무대에 올라가서 딱 한 번 시행하는 연극이란 말이에요.

그런데 소설을 읽으면, 타인이라면 다양한 상황과 특정한 경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게 해 주고 감정을 이입하게 해 줍니다. 인간의 실존적인 상황, 그 한계를 좀 더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설정 속에서 인식하게 하고 고민을 숙고하게 만들죠.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우리는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주인공들을 만난다. 때로는 중세시대 백작이 되고 때로는 바로 옆집에 사는 40대 금융맨 아저씨가 되기도 한다. 흔히 사람들은 상대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하지만, 소설 속에서는 내가 그 사람이 된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계관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이해가 된다. 가끔은 내가 주인공이 되어 다시 꿈을 꾸기도 한다. 


소녀는 원래 드래곤이었다. 인간 세계에 와서도 드래곤의 용감한 자아를 놓지 않는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에서 소녀는 초콜릿 도제가 되기 위해 여기저기 문을 두들긴다. 그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시절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래서 무모할 수 있었고, 열정이 넘쳤다. 이동진의 문장처럼, 우리는 한 번 밖에 살지 못한다. 그러나,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지나간 나의 반짝이던 시절을 다시 돌이켜보게 해 주었다. 나는 책을 읽으며 소녀가 되었다. 소녀가 된 나는 용감했고, 꿈을 찾아 헤맸다. 책을 읽으면서 그때 소중했던 시절의 감정이 가득 차올랐다.



소설을 읽어야 하는 두 번째 이유. 

"문학은 언어를 예민하게 다루기 때문에"



언어는 너무나 중요합니다. 보통 언어는 도구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도구가 아니라 생각 그 자체라고 말하고 싶어요.(...) 문학은 오랜 세월 말에 쌓여 있는 수많은 먼지 같은 것을 털어서 그 말의 고유한 의미나 다른 의미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이렇게 우리의 생각 자체이면서 표현 방식이기도 한 언어를 가장 예민하게 다루는 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고 봐요.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언어를 오래 공부하고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좋은 문장들을 만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책 속 언어는 문장을 넘어서 하나의 생각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소설 속 주인공들이 뱉는 한마디 한마디가 울림을 준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 소녀는 힘들다고 말을 뱉어버린 순간 스스로 극복하기 어렵다는 걸 알았을까?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애써 힘든 생각을 숨긴다. 당신도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두렵지만, 무모했지만,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을 향해서 달려가던 시절이. 앞으로 하루하루 나아가기 위해서 애써 외면해야 했던 두려움이 있던 시절이.


번역도 너무 잘 되어있고, 가슴을 울리는 명문장으로 가득하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에서 소녀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그녀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꿈과 희망을 느낄 수 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넘어질 것 같지만, 결코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순수하고 희망으로 똘똘 뭉친 어린 소녀의 말에서 스스로를 돌이켜 본다. '아, 어른이 된 나는 스스로 자기 암시를 하면서 희망을 품고 있는가?'



소설을 잊고 지낸 당신에게, 소녀가 들려주는 가슴 벅찬 이야기 


소녀가 묻는다. "당신이 꿈을 꾸던 시절은 언제였나요?"


<초콜릿 하트 드래곤>을 읽으면서, 이동진 작가가 들려준 소설을 읽어야 하는 두 가지 이유가 떠올랐다. 내가 잊고 지냈던 꿈을 찾아 헤매던 '화양연화' 시절이 그려졌다. 사람은 인생을 한 번 밖에 살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간 시절이었지만 그때 그 기억은 나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지금 나를 만들어 주었으며, 내가 꾸던 꿈을 이루게 해 줬던 시절. 소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린 내가 스스로에게 걸었던 말처럼 느껴졌다. 잊고 지냈던 그때의 소중했던 감정이 다시금 차올랐다. 나는 어른이 되었지만, 소녀가 들려주는 이야기 덕분에 오늘 다시 용기를 얻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모두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소녀가 알려주었다. 



당신의 화양연화 속 소중하고 용감했던, 그 시절 감정을 되찾아 주는 소설 



당신의 화양연화 시절이 그립고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모든 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10대뿐만이 아니라 어른들이 읽으면 더욱 좋은 소설이다. <초콜릿 하트 드래곤>은 당신에게 잊혔던 소중했던 감정을 되찾아 줄 것이다.


참고 <초콜릿 하트 드래곤>, 스태파니 버지스

<이동진 독서법>, 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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