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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스타 Feb 05. 2020

이 소설은 정확한 시간에 여기 도착했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나는 이렇게 쓸 거야


2020년 정확히 판교에 도착한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은 정확히 이 소설을 위해 지어진 말 같았다. 정이현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일의 기쁨과 슬픔>은 정확히 지금 이 시간에 우리에게 읽히기 위해 도착했다. 장강명 작가를 좋아한다면 꼭 권하고 싶고, 지금 직장인이라도 한 번쯤은 읽어도 좋겠다. 즉,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만약 내가 소설을 쓴다면 장류진처럼 쓰고 싶다. 질투 나지만 이 팬심을 밝히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장류진의 소설은 정확한 시간에 여기 도착했다. 열심히 노력하면 삶이 극적으로 나아지리라는 꿈같은 건 아무도 꾸지 않는 시대, 그렇다고 완전한 절망도 허용되지 않는 시대. 그의 등단작 「일의 기쁨과 슬픔」이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 시공간을 건너기 위해 기다려온 소설이 무엇이었는지 알지 못할 뻔했다.


-정이현 소설가-



3년간 교류가 없던 동기의 결혼식 축의금 얼마나 내야 할까? 



<일의 기쁨과 슬픔>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을 꼽자면, 바로 <잘 살겠습니다>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우리 모든 직장인들이 서로에게 물어보지는 못하고 커뮤니티에 물어봐야 했던 고민. '축의금 금액'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평소에도 친하게 지냈다면 당연히 고민이 없었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3년 만에 연락된 동기 언니의 경우에는 참 생각이 많아진다. 나도 결혼식을 앞두었고 극 중 직장 동기인 빛나 언니도 결혼식이 곧이라고 했다. 어느 금액대의 밥을 얻어먹고 얼마를 내야 하는지. 사소하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계산이 주인공의 머릿속에서 펼쳐진다. 


얽히고설키고 하지만 굳이 구분은 해야 되겠는 그런 것들 있잖아요? 

축의금이라던지... 축의금이라던지...



이 글을 읽으면서 축의금을 얼마 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얼마를 내야 할까. 내가 결혼식에 가는 건 남들과 조금은 많이 다른 기준이 있는데, 이건 차차 풀어보도록 하고. 축의금은 5만 원이 적당할까? 10만 원이 적당할까? 보통 친하면 10만 원 그저 그런 사이면 5만 원을 낸고 한다. 그렇다면, 그저 그런 사이와 친한 사이는 또 어떻게 구분할까? 이게 참 아이러니다. 쉬우면서도 어렵고, 굳이 구분을 왜 해 하면서도 구분하게 된다. 이런 얽히고설키는 일상 속 사소한 사건들을 작가는 재치 있게 풀어낸다. 그 모든 감정들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묘하게 설득되고 어느새 다음 단편으로 넘어가고 있다. 


자신의 불행을 쓰는 법 



그런데 이상하다. 사람들이 나의 불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난 나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했다.

나를 갈아 넣으면 멋진 다큐 하나 나오겠지?

<B급 며느리> 감독 선호빈


2018년에 개봉해서 조용히 극장가를 강타한 다큐멘터리가 있다. 바로 <B급 며느리>. 전통적인 시어머니에 대항하는 젊은 며느리를 다룬 이야기다. 이 다큐는 그럼 누가 찍었을까? 바로 며느리의 남편이 찍었다. 그는 중간에서 난처한 상황에 오랜 시간 본인도 힘들어했다고 전한다. 감독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엄마와 와이프 사이에서 등 터진 새우 꼴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조금 이상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불행을 좋아한다는 것.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불행을 팔아먹기로 했다며 제작 취지를 밝혔다.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면서 <B급 며느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판교 IT 회사를 다녔던 저자도 비슷한 심정이었을까. 한 인터뷰에서 이 소설의 적지 않은 부분이 본인이 겪었거나 판교 회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전했다. 작가는 자신에게 거쳐간 일들을 소설 속에 잘 담아냈다. 내가 소설을 쓴다면 이렇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경험과 불행들도 어떤 작품으로 기억된다면 이런 일들도 밑져야 본전이 될 테니까. 


참고 <일의 기쁨과 슬픔>, 장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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