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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Feb 16. 2020

달을 향해 쏴라. 빗나가도 별이 될 것이다.

삶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이용할까?


우리의 삶은 확실한 것보다는 '불확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들. 보일 듯 보이지 않을 것들이 많다. 하지만, 여기서 기묘한 사실은 우리는 알게 모르게 불확실성에 이끌린다는 것이다. 당장 오를지 내릴지 모르는 주식을 사고, 알 수 없는 이끌림으로 연애를 시작하고, 더 만족할지 아닐지도 모를 신형 핸드폰을 지른다.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도착한 그 순간!


사람을 넘어 인류도 마찬가지. 콜럼버스는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신대륙을 향해 무작정 항해를 시작했고, 흐릿하게 보이는 달에 착륙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으며, 인터넷으로 모든 사람들을 연결시키겠다는 열정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런 불확실성에서 이끌리고, 구체화시키려는 호기심으로 인류는 스스로를 업그레이드시켜왔다.


밤하늘에 흐릿하게 보이는 그곳을 향했다. 그리고 도착했다. 


불확실한 걸 구체화시킨 사건들 중에서 인류에게 가장 큰 스토리를 만든 건 아마도 '달 착륙'이 아닐까. 1969년 7월 16일 '아폴로 11호'는 인류 최초로 달에 도착했고, 그 장면이 전 세계로 생중계가 되었다.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이건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자국이지만,
인류에게는 커다란 도약입니다."

-달 표면에 인류 최초의 발자국을 남긴 '닐 암스트롱'-



사람들은 항상 밤하늘 넘어 반짝거리는 저 달과 별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흐릿한 물체를 꼭 보고 싶고 인류를 그곳으로 데려다 놓고 싶다는 욕망이 달 착륙까지 이끌었다. 사람들은 오래도록 밤하늘을 그리며 살았다. 그곳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 눈에 보이는 별들의 정체를 알고 싶어 했다. 불확실한걸 확실하게 만들고 싶은 욕망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큰 동력을 주고 있다. 


밤하늘에 흐릿하게 그려진 별들을 또렷하게 만든 이야기


달 착륙 이전에도, 사람들은 오래도록 까마득한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흐릿하게 이어진 별들에게 '확실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 장면을 우리가 실시간으로 봤던 것처럼. 그들은 눈에 선명하게 그려질 정도로 확실한 이야기를 만들었고, 그 별자리들을 실제로 본 것 같은 현실감과 생동감을 주었다. 



고대 그리스인은 자연현상의 원인은 신에게 있다고 믿었다. 번개 치는 이유는 제우스가 분노해서, 바다에 태풍이 이는 건 포세이돈이 화를 참지 못해서라고 여겼다. 하늘에 그려진 별자리도 마찬가지. 영웅이거나 특별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나 동물들을 신들이 별자리로 만들어, 사람들이 영원히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고 믿었다.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는 사람들이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만든 생동감 넘치는 밤하늘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애매모호한 별들을 모아서, 별자리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 속에는 우리가 알던 그리스 신화와 별자리들이 선명하게 펼쳐진다. 포세이돈, 제우스, 오리온처럼 잘 알려진 신들이 만들어 낸 별자리부터, 아폴론의 탐욕스러운 까마귀, 포세이돈의 충성스러운 돌고래 등 흥미로운 동물 신화들도 가득하다.


불확실한 것들을 '확실하게 만들어 낼 때', 위대한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중 몇 가지 재미있는 신화들을 뽑아보자면. 아폴론 아들 파에톤이 태양 마차를 끌어보겠다고 한 에피소드가 있다.


태양의 신 아폰론과 그의 아들 파에톤의 일화


세월이 흘러 오랜만에 만난 아버지인 아폴론과 아들인 파에톤. 아폴론은 파에톤을 따뜻하게 맞이했고, 소원을 하나 들어주기로 했다. 파에톤은 단 하루라도 아폴론의 태양 마차를 몰아보면서, 지상과 바다 그리고 하늘까지 온 세상을 바라보고 싶었다. 



제우스는 슬픔을 달래고자 자식들을 기억할 수 있게 강을 밤하늘에 올려 주었다


하지만, 아폴론은 아들의 무모한 요청에 기겁하면서 만류했다. 결국 파에톤은 태양 마차를 몰았고, 날뛰는 말들을 달래지 못한 채 공중에서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는 에리다노스 강으로 섬광처럼 떨어졌다. 


에리다노스 강으로 떨어지는 파에톤과 태양 마차


파에톤의 태양마차가 떨어진 에리다노스 강의 모양을 딴 에리다노스자리


파에톤을 보낸 누나들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파에톤 주변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그곳에서 미동도 없이 애도했고, 결국 강둑에 뿌리를 내린 포플러 나무로 변했다. 제우스는 그들의 슬픔을 달래주고, 아폴론이 자식들을 기억할 수 있게 강을 밤하늘에 올려 주었다. 이제 별들의 흐림이 "많은 눈물의 강 에리다노스"라고 알려진 자랑스러운 강을 밤하늘에서 상징하고 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것을 잡고 싶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어떻게 강하늘을 닮은 별자리를 보고서 이런 기가 막힌 스토리 텔링을 해낼 수 있었을까?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건 인류가 불확실성을 이기려는 욕망이다. 별들을 보면서 그리스 신화를 만들고, 그들을 이어주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만들었다. 그리스 사람들에게 별자리 이야기는 우리가 늘 꿈만 꿔오던 달에 착륙한 모습을 봤을 때와의 충격만큼 신선했다. 보일 듯 보이지 않던 별자리가 구체적으로 다가와 삶에 들어왔던 순간이었을 테니까. 


고대의 하늘에 그려진 생생한 이야기


그리스 사람들에게 별자리를 풀어내고 싶은 욕망의 밑바탕에는 불확실성을 확실하게 만들고 싶었던 갈증이 가득했다. 그런 갈증과 욕망으로 별자리라는 이야기가 고대에서 현재까지 우리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불가능한 무언가를 구체화시킬 때 비로소 위대한 이야기가 탄생한다. 우리가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에서 그리스 사람들의 관찰력과 별자리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다. 흐릿하게 보이는 무언가를 확실하게 만드는 동력이, 우리 삶에도 꼭 필요하니까.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으론 불가능한 꿈을 꾸자" 

-체 게바라-


우리는 리얼리스트가 되어야 하지만, 삶에는 불가능한 꿈을 꾸면서, 불확실성에 맞서야 한다. 그런 태도가 위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사람들을 결국 달에 도착하게 만들었다. 잡힐 듯 잡히지 않은 것들을 잡고 싶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이미 그걸 해낸 사람들의 지혜와 태도가 당신을 달로 이끌어 줄 것이다. 



참고 <하늘에 그려진 이야기>, 데이비드 W. 마셜


http://bit.ly/2SEDT4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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