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이런 세상을 예측하지 못했다. 작년 연말에 떠났던 미국 여행에서 이 책을 처음 읽었다. 그 당시만 해도 미국이라는 나라는 비자도 잘 나오고 돈과 시간만 있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나라였다.
작년에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 여행만큼 재미있고 언제나 설레는 건 없었기 때문에 독서 모임에도 호기롭게 이 책을 골랐다. 하지만... 이런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서 오늘은 다른 나라 여행이 아닌, 코로나 시대의 여행법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여행의 이유> 에는 우리가 떠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
<여행의 이유>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그곳에는 일상이 없기 때문이다. 일상은 우리의 하루를 단단하게 지켜주지만 한 편으로는 어디든 벗어나지 못하는 심리적이자 물리적인 차원이기도 하다. 일상에는 때론 슬픔과 피로가 묻어 있다. 가끔씩은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버리고 싶다. 그래서 나는 여행을 떠났다.
21살 첫 배낭여행으로 태국, 미얀마, 라오스에 2달 동안 훌쩍 떠났다. 그러곤 다음 해에 인도와 네팔로 또다시 2달 동안 떠났다. 그 당시의 여행은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일탈이었고 마음껏 그 시간들을 즐겼다. 지금 와서 생각해봐도 가장 잘한 것은 당연코 여행이었고 무엇보다 여행이었다.
이렇게 극심한 여행 중독으로 지금껏 살아왔다. 나에겐 명절보다 여행이었다. 여행만큼 감동과 즐거움을 주는 것도 없다. 하지만 올 해는 그 기쁨이 송두리째 빼앗겨 버린 듯한 기분이다. 지금 이대로라면 올 해는 어디 가기 어려워 보인다. 대재앙이다. 여행 하나 보면서 한 해를 버텼는데 1년의 보상이 없어져버렸다.
여행의 기능은 일상을 벗어나서 새로운 곳으로 나를 던지는 데에 있다. 그곳에서 나는 자유로움과 해방감을 느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김새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아침마다 달리기다. 아침에 나가면서 나는 새롭게 리셋된다. 매일 마주치는 풍경이지만 그 날 그 날 날씨에 따라서 기분도 다르고 역시 사람도 다르다. 매일 같은 곳으로 무척 짧은 여행을 떠나지만, 러닝 시간이 주는 기쁨은 여행 못지않게 나를 자유롭게 만든다. 지금 어딜 가지 못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니 매일 아침 그 시간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코로나 시대의 여행은 김 빠지는 일이다. 당장 가고 싶은 곳은 넘쳐나지만 돈과 시간이 없어서가 아닌 다른 정확한 이유로 가질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이 순간을 즐기자. 달고나 커피를 만들든 천 피스 퍼즐을 맞추든 어떻게든 온 힘을 다해 일상에서 벗어나자. 우리는 일상 안에 언제나 갇혀서 살다 보면 모든 게 당연해진다. 지금 앉아있는 책상도 매일 있고 집에서 일도 하니까 모든 게 굳어져 있는 것처럼 느낀다. 그럴 때면 일상에 살짝 균열을 내서 해방감을 느낄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렇게 잠시 자유를 만끽하다 돌아오면 일상이 조금 더 부드럽고 소중하게 느껴지니까. 어쨌든 최선을 다해 일탈하자. 그리고 조심히 돌아오자.
참고 <여행의 이유>, 김영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