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태태태 Dec 10. 2020

10년간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가장 후회하는 1가지

나는 10년간 시간, 돈, 에너지 그리고 건강을  잃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한 삶이란 후회가 적고 자기 자신에게 만족하는 삶이다. 하지만, 나는 그동안 10년간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 시간, 돈, 에너지 그리고 건강을 잃었다.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 정말 많은 후회를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 10년이 넘도록 간헐적으로 우울증, 조울증, 양극성 장애 등 정신과 약을 복용했다. 물론 약이 없이도 잘 지낼 때도 있었지만, 어떤 일이 닥치거나 기분이 좋지 않거나 한 없이 우울해질 때면 나는 어김없이 정신과로 향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고, 당연히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 겨우 겨우 그 시절을 버텨낼 수 있었으니까.


요즘 먹고 있는 정신과 약. 벌써 이번엔 4개월째 약 조절 중이다ㅜㅜ 부작용 때문에 너무 힘듦


하지만 그 10년간 반복해 온 정신과 약 복용이 나에게 남겨준 건 무엇일까? 돌이켜 생각해 보면 어떤 힘든 구간을 버텨줬기에 도움이 되었지만 잃은 것도 무척 많다. 그러나, 간이 좋아지지 않았고 부작용으로 알 수 없는 두통에 시달렸으며, 기억력이 감소되고, 극심한 무기력과 약간의 공황장애까지 찾아왔었다. 나는 이런 부작용을 알고도 '나는 정신 질환이 있으니까, 당연히 정신과 약을 먹어야 해.'라고만 생각했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을 알지 못한 채 10년이 넘게 시간이 흘렀다.



<블루 드림스>에서 말하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신체적 부작용'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겸 작가인 저자는 35년간 정신과 약을 복용해온 환자다. 그래서 <블루 드림스>에서는 환자와 심리학자로서 정신과 약에 대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실을 파헤친다. 특히 정신과 약이 다른 약들에 비해 심층적으로 밝혀진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약을 처방하는 약사, 의사들도 이 약들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또한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나 또한 저자처럼 오랜 기간 정신과 약을 복용했기에 공감되는 점이 너무 많았다. 그리고 누군가는 <블루 드림즈>를 읽고 정신과 약과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약으로 잃은 수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블루 드림스>에서 정신과 약을 복용하는 사람으로서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고려 중이거나, 주위에 약을 복용하는 지인들이 있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3가지가 있다.


첫 째, 얻는 것만큼 잃는 게 많은 정신과 약 부작용



대표적인 항우울제로 '프로작'이 있다. 프로작은 출시 당시 미국에서 <타임>과 <뉴스위크> 표지를 장식할 정도로 우울증 치료제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다른 정신과 약처럼 프로작이 가져온 부작용도 어마어마했다. 대표적으로 무감각, 성적/감정의 둔화, 유대 호르몬을 누리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많은 환자가 프로작 등의 세로토닌 촉진제 때문에 인생의 표면에 막이 싸였다고 말하며, 둔감해지고 치열하게 살지 않는다고 말한다. 삶에 대해 무감각해지는 '그래서 뭐 so what'증후군을 앓게 된다. 뿐만 아니라, 세로토닌 촉진제와 같은 약을 먹은 환자 4명 중 최대 3명이 '감정의 둔화'와 성욕 저하, 흥분 둔화, 기능장애를 경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더불어 약이 가져다주는 무미건조함 때문에 유대 관계가 약해져 가족 간의 안정감과 심뢰감도 없어진다. 프로작과 유사한 약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인생의 괴로운 문제에 무심해진다.


둘째, 약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


어쩌면 당연한 게 환자는 의사 처방에 따른 약을 먹는 것인데, 정신과 약 중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오랜 기간 연구되거나 제대로 된 부작용이 알려진 약들이 없다. <블루 드림스>의 저자는 당뇨병 같은 질병은 원인이 밝혀진 질병이지만, 우울증의 경우는 병에 걸리는 이유, 병이 낫지 않는 이유를 모른다고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과다 분비 때문인지, 부모에게 받은 유전자가 발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약에 대한 연구 또한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프로작과 같은 정신과 약을 먹었고 계속 먹고 있지만, 세로토닌 촉진제의 장기적인 부작용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다. 약 자체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많아도, 세로토닌 촉진제가 가져오는 부작용의 장기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나는 그동안 수많은 시간 약봉지를 털어 넣고 삼키면서 조금은 나아지길 기대했지만, 그저 수동적으로만 약을 먹어왔다. 내가 겪는 부작용이나 약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다. 당연히 약이니까 괜찮겠지, 조금 부작용이 있구나. 정도로만 치부해왔다. 하지만, 그 조금이라도 노력해서 알아보고 <블루 드림스>처럼 약과 부작용의 상관관계를 알았더라면 전혀 다른 태도로 약과 질병을 바라봤을 것 같다. 약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부작용이 장기적으로 가져오는 단점에 대해 알지 못했던 점. 이 점이 10년간 약을 먹으면서 내가 가장 후회하는 점이다. 부디 다른 사람들은 먼저 알고 나 같은 시행착오(말이야 시행착오지만 정신과 약을 먹으면서 쓰이는 에너지와 부작용 때문에 증발한 시간을 따지자면 정말 한 시절을 잃은 것과도 같다.)를 겪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셋째, 약을 먹지 않는 치료법


<블루 드림스>의 저자는 독자에게 약 이외의 다른 여러 가지 방법을 '플라세보' 챕터에서 소개한다. 이 챕터만 제대로 봐도 정말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다. 흔히 플라세보 효과라고 알려진 개념 하에서 몇 가지 치료법을 권한다.




대화 요법인 심리 치료는 환자 자신이 심리치료 과정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서 희망과 치유를 본다. 어떤 형태든 고백하는 행위 자체에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어떤 종류의 심리치료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더불어, 심리 치료를 하는 의사는 중요하지 않다. 굳이 심리치료사의 도움 없이도 대화 요법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은 연구로 확증되었다. 치료사의 경험과 치료 결과의 상관관계가 0.01(결국 0이다...)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즉, 이웃에 사는 사람이나 친한 친구에게 찾아가서 털어놓는 게 전문 치료사와 상담하는 것과 결과는 비슷하다.



핵심은 따뜻함과 연결이었다. 내게 신경을 써주는 사람과 의미를 찾고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블루 드림스>에서는 제2의 뇌라고 불리는 장 건강, 식이 요법, 운동, 글쓰기, 유대감 등 약을 대체하지만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시한다. 이 챕터만 제대로 읽고 적용해도 정신 질환과는 평생 멀리 살 수 있을 것 같다.



<블루 드림스>가 특히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더 와 닿는 이유는 저자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정신 질환을 35년간 앓았고, 책에서는 그의 진솔한 경험이 담긴 정신과 약을 복용하게 된 계기, 과정 그리고 부작용까지 기술한다. 정신과 약을 먹지 않더라도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신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다면 충분히 그 느낌을 이해할 정도로 저자의 생생한 경험과 고찰이 담겨 있다.



<블루 드림스>처럼 정신과 약과 부작용에 대해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정신과 약을 평생 안 먹으면 좋겠지만 누구나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정신과 약을 복용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긴다. 그전에 먼저 정신과 약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본다면, 당신이 앞으로 들일 시간과 에너지를 훨씬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 먼저 고생을 너무 많이 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만큼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블루 드림스>를 읽고 정신과 약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부작용을 인지해서 조금은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참고 <블루 드림스>, 로렌 슬레이터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91135492396&orderClick=LEA&Kc=


 

본 콘텐츠는 로크미디어로부터 제작비 지원을 받았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는 3가지 핵심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