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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스타 May 12. 2017

저녁상을 차리면서 생각해봤다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얼마만에 집에서 먹는 저녁이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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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무너짐은 천천히 다가온다"

최근에 봤더 글 중에서 유독 눈에 자주 띄고 마음 한 편에 걸리는 글귀이다. 

어제는 비교적 일찍 퇴근을 했다. 사실 일찍 퇴근한것도 아니였지만, 광고대행사에서 퇴근시간 후 1시간 안으로 퇴근한거면 일찍 퇴근했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날 위한 저녁상을 차려주고 싶었다"

오전에 광고주 보고를 들어가야 했던 우리 팀은 전날 12시가 되어서야 최종 파일을 내부에 공유하고 퇴근했다. 

보고를 마치고 우리의 피로와 상관 없는 다른 광고주들의 업무들을 쳐내면서 점점 피로해졌다. 커피와 과자를 사들고 사무실에 다시 올라왔지만 탄수화물과 카페인 만으로는 나의 피로를 충족시켜줄 수는 없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려서 명란젖을 샀다. 집에있는 아보카도가 생각났고, 페이스북 리서치를 하다가 본 명란젖과 아보카도의 조합이 꽤나 맛있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집에서 먹은 저녁이 언제였더라"

난 평일 저녁에 무었을 했더라. 곰곰히 생각해보면 업무가 일찍 끝나면 카페에 들려서 자격증 공부를 하거나,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서 쇼파에 앉아있다가 잠들기 그리고 잘 기억이 안난다. 저녁 퇴근 후에 여러가지를 하겠다고 호기롭게 다짐을 했지만, 다짐을 이뤘던 날들은 선명하게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난 그동안 뭐했더라,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몇가지 외에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너무 피곤했거나 그날 하루를 잊어버리고 싶었던 거였겠지. 


"광고대행사에서 신입으로 일한지 1년하고도 5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랫동안은 대행사에서 일을 하진 못할 것 같다. 회사 자체가 을인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보니 의도하지 않게 자존감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사이에서도 날카로워지고 외부에서의 신경질이 내부에서도 작동해서 여럿을 서로 괴롭히는 일들이 종종 있다. 그 외에도 가장 중요한건 "내가 언제 집에 와서 편안히 저녁 식사를 했더라"라는 물음에 내 자신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였다. 


"일을 오래해서 혹은 바빠서 못먹는 경우 보다는, 하룻동안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불편하고 괴로워서 잊어버리고 싶었던 날들이 대다수였던 것이였다. "

'편안함'은 우리에게 때로는 고통을 잊게해준다. 가령 나의 경우는 남자친구와 보내는 시간, 오랜만에 가족을 보러 가는 시간, 친구들과의 만남, 공부하는 시간 등 이다. 하지만 이런 시간들이 현실을 행복하게 해준다는 팩트 그리고 고통을 잊게해줄수는 팩트는 맞지만, 앞으로의 고통을 지워준다는 결론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편안함'이 잊게해주는 망각에만 기대어서 현재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습관이 무섭다. 그런 편안함을 우리는 '불금'이라고 부르고 '주말'이라고 부른다. 


"저녁상을 차리다가 '내가 원하는 삶'에 대한 물음까지 가져가게 되었다"

명란젖을 꺼내고 아보카도를 자르면서 생각했다. 금전적인 부분은 아보카도를 가끔 사먹을수 있을 정도면 된다. 그리고 여행을 좋아하니까 자주는 못가도 1년에 1번 길게 다른 한 번은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삶 정도면 될것 같다. 대신에 내 무너진 일상을 구축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일상이 우선시 되어야한다. 

정신없이 살다가 무작정 떠난 여행이 주는 기쁨과 그에 수반한 허무함을 느낀 사람들은 알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바쁘게 살아온 날들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증표였지만 그가 줬던 보상이라는 여행에서 되돌아본 나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였다. 바뻤지만 내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는게 가장 큰 이유였다. 


"삶을 재정비"

이젠 슬슬 삶을 재정비할 때가 된것 같다. 그렇다고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거나 업종을 변경할 생각은 아니다. 내가 살고 있고 하는 업무가 내가 원하는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어쩔수 없다는 외부 환경도 최소한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나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가고 싶던 회사로 이직하는 transition기간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겉으로 봐서 좋은 일들에는 경계를 해야겠다. 선택을 조금 더 신중히하고 어쩔 수 없다고 가만히 있거나 혹은 소극적인 태도로 있고 싶지는 않다. 낭비하는 시간을 주어 담아서 생산적인 공부 독서는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던 취미 활동을 간간히 해줘야 겠다. 나는 이상하게 극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왕왕 있는데, 무엇을 하나 한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한다는 경우다. 예를 들어서, 지금 자격증 공부를 한다고 그림을 오랫동안 안그리고 글을 안쓰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은 나에게 한정적이다. 그렇다고 잡다한 용무(티비, 책, 브런치 등)를 덜 보는것도 아닌데 난 꼭 이러더라. 극단주의 성향도 개선해야할 한 부분이다. 오늘 전시회를 다녀올 예정이니 숨겨져 있던 예술 혼에 다시 기름을 부어야지. 예술 혼에 기름 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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