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진회 Dec 22. 2022

폭스바겐 그룹 사례

(3) 제품 전략 - 메카트로닉스 

본 편에서는 폭스바겐의 제품 전략 중에서 메카트로닉스 전략을 다루겠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메카트로닉스는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기구, 전장 등 전통적인 자동차 구성요소를 의미합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메카트로닉스 전략은 다음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복잡성 절감 기초 위에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통해서 이길 수 있는 판 (시장)을 깔고, 플랫폼을 레버리지 삼아서 수익성을 높인다.”

 

“Strategy 2018”에서의 플랫폼 전략은 모듈러 아키텍처를 활용하여 플랫폼 당 모델 수, 생산량을 높여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수단입니다. 플랫폼 자체에 많은 투자비가 소요되기도 하지만, 플랫폼을 같이 쓴다는 것은 세계 곳곳에 퍼진 공장에서 동일한 라인, 동일한 작업, 동일한 방식으로 다양한 차량을 저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운영효율성을 물론 운영유연성까지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인 셈이죠. 그런데, 기존 플랫폼 전략에서는 세그먼트마다 다른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이 상식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을 폭스바겐을 플랫폼 간 공용화 수준을 높이고, 더 나아가 세그먼트 간 플랫폼을 통합하기 위해서 모듈러 아키텍처를 활용했습니다.


“Strategy 2018”의 기조가 “Together Strategy 2025”에서는 바뀌었을까요? 


아닙니다. 그 기조는 전혀 바뀌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동화, 자율 주행 등의 트렌드에 맞춰서 기존 플랫폼을 전환해야 하는 문제가 더해졌을 뿐입니다. 그동안 다수의 레거시 플랫폼을 MQB 등의 모듈러 아키텍처가 적용된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수행했습니다. 여기에 더해서 전동화 트렌드에 맞춰서 신규로 개발하는 전기차량을 MQB에 맞게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그런데, MQB 플랫폼이 전기차에서 요구하는 확장성과 원가에 못 미치기 때문에 신규 플랫폼을 만들어서 다시 MQB에서 신규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테슬라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차이점이 드러납니다. 테슬라는 레거시가 없는 상태에서 전기차량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단계였던 반면에, 폭스바겐은 기존의 레거시가 있기 때문에 구축이 아닌 전환의 단계를 거쳐야만 합니다.


다음은 폭스바겐 그룹의 메카트로닉스 전략을 구성하는 1. 복잡성 절감, 2. 포트폴리오 최적화, 3. 플랫폼 전환 순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I. 복잡성 절감: 아끼고 아껴서 여력을 만든다.

 

복잡성 절감은 기업 내 다양성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복잡성을 줄이는 활동으로 비용을 낮추고, 리소스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높여서 신규 투자를 위한 비용, 리소스를 마련하는 메카트로닉스 전략에서의 기본이 되는 활동입니다. 복잡성 절감의 대상은 부품, 어셈블리, 모듈, 모델, 플랫폼 등 기업 내에서 관리하는 모든 요소들입니다.


중국 법인 효율화 프로그램 사례


위 그림은 중국의 효율화 프로그램 사례입니다. 중앙에 제품 포트폴리오 검토 부분이 대표적인 복잡성 절감 활동의 사례입니다. 중복된 성격의 모델을 줄이고, 컴포넌트 종류를 줄임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얻는 활동입니다. 여기서 유념할 것은 중복된 성격의 모델과 컴포넌트를 파악했다는 것입니다. 중복된 성격이라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먼저 현황을 파악하고, 가시화하고, 요인을 분석하여 활동의 기준을 수립해야 하는 등의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그것을 토대로 단종까지 수행하는 것도 어렵겠지만, 제품군 관점에서 모델 별로 대상 시장, 대상 고객층, 가격대, 특장점 등을 기준으로 분석을 해서 중복임을 판정하는 것은 사전에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효율화 프로그램 사례


위 사례에 보면, 부품 또는 어셈블리의 종류를 줄이는 다양성 최적화 활동가 나옵니다. 부품과 어셈블리처럼 작은 영역에서의 복잡성 절감 활동부터 모델과 같이 큰 영역에서의 복잡성 절감까지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전 영역에 걸쳐서 수행합니다. 다음과 같이 플랫폼 자체에도 복잡성 절감 활동이 포함됩니다. 기존 여러 개의 플랫폼을 단종하고, MQB로 통합하는 방식의 종류를 줄이는 활동 또한 복잡성 절감 활동입니다.


플랫폼 전환 사례


복잡성 절감 활동은 메카트로닉스 전략의 기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후에 나오는 포트폴리오 최적화, 플랫폼 전환 또한 엄밀히 따지면, 복잡성 절감 활동의 한 종류입니다. 두 활동 모두 다양성 (Variety), 종류를 관리하는 것부터 시작하기 때문이죠.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복잡성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복잡성을 가시화하고, 원인을 분석하고, 절감 방향을 결정하고, 최종적으로 절감을 수행해야 합니다. 복잡성 절감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이후 포트폴리오 최적화, 플랫폼 전환 역시 제대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복잡성 절감 활동이 미흡하다면 포트폴리오 최적화나 플랫폼 전환 역시 문서상으로만 존재하는 계획으로 그치고 말 것입니다.



II. 포트폴리오 최적화: 시장에서 이길 수 있는 판을 깐다.

 

복잡성 절감을 바닥에 깔고 하는 그다음 수행하는 활동이 포트폴리오 최적화입니다.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지역/시장 별, 세그먼트 별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모델군 배치를 조정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중복되는 모델을 줄이고, 대응이 안 되는 모델을 추가하고, 경쟁사 대비 경쟁력이 떨어지는 모델은 조정하는 등 매크로 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과 세부 지역/시장, 세그먼트 별로 최적의 모델 라이프사이클을 조정하고, 선호하는 차량 타입을 재매칭 하는 등 마이크로 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이 여기에 속합니다.  아래 그림은 미국 시장에서의 세그먼트 조정 활동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라이프사이클보다는 짧게 모델 라이프사이클을 가져가고, 약세인 세그먼트에 대한 신규 모델을 투입하는 등의 활동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시장 포트폴리오 최적화 방안
브라질 시장 포트폴리오 최적화 방안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포트폴리오 최적화 활동이라고 볼 수 있고, 여기에 한 가지 활동이 추가됩니다. 앞서 전동화 트렌드가 폭스바겐 그룹 제품 전략에 영향을 준 요인 중 하나라고 했는데, 포트폴리오 최적화 측면에서도 “Roadmap E”라고 불리는 전기차량 포트폴리오 확대 활동이 포함됩니다. Roadmap E는 장기적으로 전기차량 라인업을 확대하는 계획으로 2025년까지 연간 2~3백만 대, 그룹 전체 판매량의 20~25%가량을 전기차량으로 전환하는 계획입니다.


Roadmap E


모듈러 아키텍처 기반의 Roadmap E 


Roadmap E는 모듈러 아키텍처 기반으로 3차례 EV Wave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Wave는 볼륨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차 MEB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 전개, 두 번째 Wave는 프리미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차 PPE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 전개, 마지막 Wave는 스포츠 세그먼트용 전기차 SPE 플랫폼을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전개합니다. 앞서 일반적인 포트폴리오 최적화 작업이 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기준으로 수립이 되는 작업이라면, Roadmap E는 판에 깔아 둔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하는 모델을 대체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효과성에 대한 활동입니다. 시장에서 선택을 받을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군을 중복 없이, 빠짐없이 깔아 두는 활동입니다. 여기에 더해서 향후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기차량으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하고, 전기차량의 라인업을 확대하는 활동 또한 포트폴리오 최적화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III. 플랫폼 전환: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모델을 만든다.

 

시장에서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포트폴리오 최적화 활동으로 만들었다면, 그것을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플랫폼 전략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미 플랫폼 전략을 활용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정확히 전환이라는 표현을 써야 합니다. 


먼저 폭스바겐의 현재 플랫폼 현황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Strategy 2018”을 통해서 폭스바겐은 브랜드별로, 세그먼트 별로 따로 운영하던 플랫폼을 통합했습니다. 세그먼트 별로 차체의 크기, 성능, 컴포넌트의 위치 등이 다르고, 브랜드 별로도 상이할 텐데 어떻게 통합이 가능했을까요? 이미 알려진 대로 플랫폼 자체를 모듈화 하여 가능했습니다. 즉, 모듈러 아키텍처를 활용한 플랫폼을 적용하여 플랫폼의 수를 줄이고, 브랜드 간, 세그먼트 간 플랫폼을 통합한 거죠. 


이렇게 통합을 하려다 보니, 동일한 플랫폼 내에 한 종류의 모듈에 여러 파생 모듈이 존재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모듈러 툴킷”이라고 불렀습니다. 동일 세그먼트 또는 인접 세그먼트 간의 차이가 있는 영역은 동일한 플랫폼을 쓰더라도 툴킷 내의 모듈을 변경하여 대응했던 것이죠.


그럼에도 브랜드 간 차이가 크거나, 차량 구조 간의 차이가 큰 경우 등의 이유로 모듈러 툴킷, 모듈러 아키텍처를 적용한 플랫폼은 다음 그림과 같이 여러 종류가 존재합니다.


모듈러 툴킷의 종류


예를 들어서, 폭스바겐, 스코다 등처럼 볼륨존에 위치하는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MQB 플랫폼을 활용하고, 아우디 같은 고급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MLB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둘 간의 차이는 구동부의 방향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합을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포르셰 같이 프리미엄 브랜드의 모델 같은 경우는 모델 간의 표준화/공용화하는 것보다 최소한의 핵심 모듈을 공용화하는 방향으로 MSB 플랫폼을 사용하던지 엔진의 위치가 전면, 후면이 아닌 중앙에 위치하는 모델은 MMB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이렇게 브랜드 별 모듈러 툴킷이 대응하는 세그먼트 영역을 표시한 그림이 다음과 같습니다.

 

모듈러 툴킷 대응 세그먼트

 

예를 들어서, MQB 플랫폼은 브랜드와 관계없이 A0, A, B 세그먼트의 모델에 대응하며, MLB 플랫폼은 B, C, D 세그먼트의 모델에 대응합니다. 여기까지 현재 폭스바겐 그룹의 플랫폼 현황이고, 여기서 전동화 대응이라는 과제를 대응하기 위해서 플랫폼 전환을 3단계로 수행합니다.


첫 번째는 현재 가장 큰 물량을 담당하고 있는 MQB 플랫폼이 전기차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 반영을 합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현재 전기차 수요를 대응하기 위해서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야 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존 내연기관은 물론,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을 MQB에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를 개선하여 우선 당장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기차 수요를 대응합니다.


MQB 플랫폼을 통한 전기차 대응


MQB 플랫폼으로 어쩔 수 없이 대응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을 겁니다. 아래 그림은 폭스바겐 브랜드 내의 MQB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의 생산량 추이입니다. 전기차 수요가 증가할 것은 예상이 되지만, MQB 플랫폼을 활용해야만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포함한 수익성을 떨어뜨리지 않으면서도 효율적으로 전기차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한동안 최대한 MQB 플랫폼을 활용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MQB 플랫폼 적용 모델의 생산량 추이


그런데, 내연기관 차량 전용으로 만든 플랫폼에 배터리를 끼워 넣는 형상이다 보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첫 번째는 주행 거리이고, 두 번째는 가격입니다. 배터리를 넣는 공간이 한정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주행거리가 짧을 수밖에 없고, 내연기관 차량 대비 비쌀 수밖에 없겠죠. 아래 그림과 같이 MQB 기반의 e-Golf 2017은 최대 주행거리가 231km인 반면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ID. Family는 기본 330km에 최대 550km까지 확장이 가능합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필요성


그래서,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두 번째,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만듭니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볼륨 세그먼트의 모델을 대상으로 최적의 비용으로 고객의 가치를 제공하고, 전기차 전용 컴포넌트를 적용하기 위하여 전용 플랫폼인 MEB를 개발합니다. MEB는 이전에 MQB 플랫폼이 대응했던 볼륨 세그먼트를 담당하게 되며,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생산성 향상, 제조 시간 단축, 재료비 등 비용 절감, 플랫폼 내 파생 모듈이나 부품 최소화, 협력사 초기 참여를 고려하여 개발했습니다.


MEB 플랫폼 콘셉트



폭스바겐 그룹이 MEB 플랫폼 개발하면서 강조한 것은 “고객 가치” “확장성”, “비용”입니다. 


1. 고객 가치 반영

 

아무리 플랫폼을 잘 만들어도,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델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고객은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플랫폼을 만들기 전에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특성을 사전에 정의해야 합니다. 플랫폼 자체가 다양한 모델에 장기간에 적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이러한 특성들이 사전에 적용되지 않으면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는 모델은 태생부터 경쟁력이 떨어진 상태로 개발이 될 것입니다. 그전에 우선 자동차의 특성 중에 플랫폼에 적용할 부분과 모델별로 적용할 부분을 나눠야 합니다. 플랫폼에 적용할 부분은 아래 그림과 표현된 모델 공통으로 적용할 수 있는 특성이며, 시장이 지나도 쉽게 바뀌지 않는 특성인 반면에, 특성 값도 단일 값, 소수의 값, 범위로 결정합니다. 모델별로 적용할 부분은 모델로 특화해야 하는 특성입니다.


MEB 플랫폼을 적용하는 모델이 갖춰야 하는 특성


2. 확장성


그다음은 해당 플랫폼을 적용할 모델의 수를 최대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이 확장성을 갖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모델의 주행거리를 최적화하고 모델별로 다양화할 수 있는 설계 규칙이 플랫폼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또한 좌석 배치, 바디 형태 등의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플랫폼에 변동 사항이 반영되어야 합니다. 다음은 MEB 플랫폼이 어떤 방식으로 확장성을 갖추게 되었는지 플랫폼 구현 방식을 살펴보겠습니다. 


(1) 확장성을 고려한 배터리 시스템 정의: 왼쪽 초콜릿처럼 배터리 셀 모듈을 일정하게 배치하여 조건에 따라서 배터리 용량을 조정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배터리 셀 모듈 개수에 따른 주행거리 변화


위 그림과 같이 원하는 주행거리에 따라서 동일한 비율로 셀 모듈 레이아웃의 크기가 늘어나며, 셀 모듈 배치 내의 개수가 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표준화를 하면, 차량 종류, 크기에 맞춰서 배터리 시스템을 만들어서 차량마다 다른 종류의 배터리 시스템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니라, 표준화된 배터리 셀 모듈을 정해진 레이아웃에 따라서 몇 개를 배치하느냐 에 따라서 주행거리가 차별화할 수 있게 됩니다.


배터리 용량에 따른 주행거리 관계 및 MEB 적용 범위


앞에서 설명한 확장성을 갖춘 배터리 시스템 덕분에 위 그림처럼 플랫폼 내 배터리 용량을 조정함으로써 주행거리가 각각 다른 다양한 모델을 대응이 가능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MEB 플랫폼이 적용할 수 있는 모델 수와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핵심 특성이 됩니다.


배터리 시스템이 갖춰야 할 요구사항


그 외에도 최대한 가볍게 만들고, 조립하게 쉽게 하고, 중앙 냉각 방식을 채택하고, 배터리 셀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셀을 포함하는 배터리 셀 모듈이 동일한 사이즈를 가지고 있으면 적용이 가능하도록 배터리 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여기서 모듈러 디자인 원리가 하나 나오는데 이렇게 셀의 종류가 다르더라도 MEB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는 건, 모듈의 사이즈를 통일시킨 것도 있지만, 모듈과 배터리 시스템 간의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했기 때문입니다. 


셀의 종류가 달라도 셀 모듈의 크기가 동일하면 배터리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음


(2) 필요한 모델 특성 중에 플랫폼에 반영해야 하는 특성 반영: 앞서 “고객 가치” 부분에서 다룬 것처럼 전기차가 가져야 할 특성 중에 플랫폼에 반영해야 하는 특성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서, 휠베이스를 키우고, 오버행을 줄이고, 휠 지름을 늘리고, 중앙 제어하는 등 모델 공통으로 플랫폼에 반영해야 하는 특성을 정의하고 반영합니다.


플랫폼 공통 특성 정의


(3) 운전자를 포함한 탑승객의 위치 범위 정의 및 반영: 플랫폼을 적용할 모델들이 갖게 될 시트의 위치 범위를 정의합니다. 그전에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하도록, 좀 더 높은 탑승 위치를 갖도록 특성 값 또는 범위를 정의합니다.


탑승객 위치 및 위치 범위 정의


(4) 다양한 바디 형태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 및 반영: MEB 플랫폼을 적용할 모델의 바디 형태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반영합니다.


다양한 바디 형태에 적용할 수 있는 MEB 플랫폼


다음 그림과 같이 MEB 플랫폼은 브랜드 관계없이 콤팩트, SUV, 버스까지 바디 형태와 관계없이 대응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모든 것이 플랫폼을 적용할 수 있는 모델 수와 생산량을 증가시키기 위한 조건인 거죠.  

   

MEB 플랫폼은 A, B 세그먼트 내 바디 형태에 관계없이 적용이 가능함


3. 가격


마지막은 MEB 플랫폼의 원가를 낮추는 것입니다. 다음 그림은 내연기관과 전기차량 간의 가격 차이를 표시한 겁니다. 먼저 플랫폼을 적용하는 물량을 증가시켜서 둘 간의 간격을 좁히고, 배터리를 개선하여 가격 차이를 줄입니다. 전기차량이 내연기관 차량 수준의 가격까지 떨어져야만 플랫폼을 전환하고, 전기차량 라인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내연기관 차량과 전기차량의 가격 차이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MEB 플랫폼을 적용할 모델 수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입니다. MEB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물량을 증가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한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생산하던 생산 기지를 점차 MEB 플랫폼으로 차량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기지로 전환합니다.


MEB 플랫폼 차량 생산기지 확보


다음 그림과 같이 생산기지 별로 내연기관 차량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차량의 비중을 늘립니다.


MEB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 라인업 확대


최종적으로 2024년까지 MEB 플랫폼을 적용한 전기차 모델의 수를 35개로 증가시키는 계획처럼 전체적으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 생산량을 증가시킵니다. 이것을 빠르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MQB 플랫폼 때도 동일하게 적용했던 표준 공장 개념을 동일하게 적용합니다.


MEB 플랫폼을 위한 표준 공장


이것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포드와 제휴를 맺습니다. 물론, 차량 개발 및 생산, 자율 주행 차량에 대한 프로젝트에서 협업을 하지만, 여기서는 MEB 플랫폼을 포드에 공급한다는 협업 내용에만 주목하겠습니다. 폭스바겐 입장에서는 전기차 라인업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기존 공장을 전환해야 하는 데,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MEB 플랫폼의 개발투자비를 어느 정도 보충할 수 있고, 포드 입장에서는 단독으로 전기차량의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개발투자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나 리스크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었겠죠. 


포드가 MEB 플랫폼을 사용하게 되면, MEB 플랫폼 당 생산량, 모델 수가 증가하게 되고, MEB 플랫폼 자체의 원가는 떨어지는 효과를 얻게 됩니다. 그것으로 인해서 MEB 플랫폼으로 전환하면서 일시적으로 복잡성이 증가하고, 비용이 증가하는 부분을 어느 정도는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MEB 플랫폼 내용을 정리하면, MEB 플랫폼은 가장 물량이 많은 볼륨 세그먼트를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확장성과 비용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입니다. 그리고, 가장 원가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 시스템에 비용 절감과 확장성을 반영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배터리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표준화, 모듈화, 단순화를 통해서 비용 최적화를 추구합니다.”


다음 그림과 같이 비용 최적화한 셀을 사용하고, 셀 모듈은 크기를 표준화하고, 이를 토대로 배터리 시스템 구조를 모듈화 하여 확장성을 높이고, 성능과 내구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하여 최종적으로는 비용을 최적화하는 구조를 갖게 됩니다.


배터리 시스템


MEB 플랫폼은 볼륨 세그먼트에 위치한 모델을 위한 플랫폼으로 가장 물량이 많기 때문에 원가와 확장성이 중요합니다. 그러다 보면, 성능을 최우선으로 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전기차 플랫폼으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PPE (Premium Platform Electric)입니다. PPE는 아우디와 포르셰를 위한 전기차 플랫폼이고 브랜드와 관계없이 적용하는 공통 모듈 사용과 스케일 효과로 개발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향후에는 다른 브랜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아키텍처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알 수 있듯이 포르셰의 Taycan과 Audi의 e-tron이 PPE를 적용하는 첫 번째 모델입니다.


PPE 플랫폼


마지막 단계는 통합 플랫폼을 만드는 단계입니다.


MQB 플랫폼 등에서 전기차 플랫폼인 MEB, PPE로 전환 후에 최종적으로 폭스바겐 그룹의 단일 플랫폼인 SSP (Scalable Systems Platform)으로 통합하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관리 중인 플랫폼 수가 나옵니다. 플랫폼 수를 3개에서 2개, 2개에서 최종적으로 1개로 줄이고자 합니다. 여기 나오는 플랫폼 수가 의미가 있는 것은 플랫폼 수가 줄어들수록 모델 개발 시 효율성은 향상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수많은 브랜드와 각기 다른 위치에 존재하는 모델들이 과연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게 됩니다. 과거에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가능하지 않았던 일을 전기차로 전환한다고 하여 가능할까요?


두 가지 정도의 이유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을 해봅니다.


1. 모듈러 아키텍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플랫폼에 대한 파생이 아니라, 플랫폼 내부의 모듈의 파생으로 대응할 겁니다. 모듈러 툴킷이 기본적인 차량의 레이아웃은 동일한 상태에서 플랫폼을 구성하는 모듈의 차이를 가지고 여러 세그먼트를 대응했던 것처럼 플랫폼을 구성하는 모듈의 종류가 더욱 많아지겠죠. 


2. 전기차로 전환하면서 내연기관 대비 제품 구조가 단순화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과거 플랫폼의 차이를 두었던 요인들은 여기서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요? 과거 MQB, MLB 등의 차이를 가져왔던 요인이 엔진의 위치, 구동계 방향 등이었습니다. 전기차 플랫폼에는 우선 내연기관 엔진이 없죠. 내부 구조가 상대적으로 단순화되었기 때문에 통합하기 용이하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통합 플랫폼을 만들면 되지, MQB에서 MEB, PPE를 거쳐서 전환하는가 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것은 무거운 항공모함을 방향을 돌리듯 빠른 라인업 전개를 위해서는 볼륨 세그먼트로 먼저 확대하고, 그다음 프리미엄 세그먼트를 대응하는 식으로 우선순위가 있었을 것으로 예측해 봅니다. 테슬라와는 반대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죠. 테슬라는 고급 세단 Model S에서 학습한 것을 가지고 볼륨 모델인 Model 3로 전개했으니까요. 뒤에서도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것은 테슬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구축하는 플레이어이고, 폭스바겐 그룹은 기존 레거시를 전환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동일한 방식을 취할 수 없었을 겁니다. 방향은 다르더라도 각각의 모델에서 집중했던 항목은 비슷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테슬라가 Model S에서는 모델 경쟁력을 좌우하는 차량의 성능에 집중했다면, Model 3는 철저하게 양산성에 집중했던 것처럼 폭스바겐 그룹 또한 MEB 플랫폼에서는 빠른 양산 전개를 위한 확장성, 원가에 집중한 반면, PPE 플랫폼에서는 이보다는 차량의 성능에 집중을 했을 겁니다. 


최종적으로는 SSP로 통합함


지금까지 폭스바겐의 메카트로닉스 전략을 살펴보았습니다. 


1. 폭스바겐 그룹의 메카트로닉스 전략은 복잡성 절감, 포트폴리오 최적화, 플랫폼 전환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근본적인 원리로 접근하면, 단순화, 표준화, 모듈화로 모든 활동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2. 복잡성 절감은 전 영역에서의 단순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포트폴리오 최적화 또한 단순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모델 종류를 줄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랫폼 전환은 기존 플랫폼을 단순화하고, 플랫폼 내부를 표준화하여 확장성 등의 특성을 적용하고 플랫폼을 모듈화 하여 최대한 많은 모델에 적용할 수 있도록 기존 플랫폼들을 단순화했습니다. 


3. 포트폴리오 최적화는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모델의 포트폴리오 재배치와 “Roadmap E”로 대표되는 전기차량 라인업 확대 계획으로 구성됩니다.


4. 플랫폼 전환은 기존 MQB 플랫폼으로 대표되는 플랫폼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MEB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MEB는 고객 가치, 확장성, 가격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으며, MEB로 커버할 수 없는 프리미엄 모델을 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PPE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SSP로 전체 플랫폼을 통합할 계획입니다.


이전에 살펴본 테슬라 대비하여 내용이 많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테슬라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신축 건물을 지었다면, 폭스바겐은 기존 건물의 뼈대를 활용하는 리모델링, 또는 기존 레거시를 허물고 새롭게 건물을 짓는 재건축과 비슷합니다. 


다음 편은 소프트웨어 관련된 제품 전략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1편. TRATON GROUP 제품 전략

1-2편. TRATON GROUP 제품 전략

2편. 폭스바겐 그룹 제품 전략 개요

3편. 메카트로닉스 플랫폼 전략

4편. 소프트웨어 전략

5편. 배터리 전략

6편. 서비스 전략

7편. 조직 및 종합


매거진의 이전글 폭스바겐 그룹 사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