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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Sep 18. 2023

이케이도 준 저서 전개도

비즈니스 소설의 대가, 사이다 결말을 기대한다면...

이케이도 준 저서 전개

일본뿐만 아니라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공전의 히트작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자인 이케이도 준은 자신의 전직인 은행원 (미쓰비시 은행) 시절의 경험을 살려서 은행 또는 경제 및 경영이 배경인 소설을 주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소설을 읽어보면, 은행과 관련 소설이 아니더라도, 은행 관련 장면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고는 집필하지 못하겠다고 생각될 정도로 상세합니다.


이전에 소개한 히가시노 게이고도 그렇고, 이케이도 준 또한 자신의 전직업의 경험을 살려서 소설가로 전향한 것이 신의 한 수로 생각됩니다.


국내엔 이케이도 준의 소설이 모두 번역되진 않았지만, 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 시리즈의 인기에 힘입어서 과거 작품들도 간간이 번역되고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철저한 “권선징악” 구도에서 움직입니다.


“한자와 나오키”도 그렇듯이 이케이도 준의 소설은 일말의 모호함 없이 악한 자는 벌을 받고, 선한 자는 보상을 받는다는 결말을 유지합니다. 이런 뻔한 결말이 약간 소설을 가볍게 만들고, 작품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그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데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극화가 잘 되는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이케이도 준 소설의 패턴은 동일합니다. 처음에는 잔뜩 고구마를 차곡차곡 빌드업해놓았다가 한꺼번에 사이다를 시전 하는 느낌입니다.


2.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이케이도 준 소설에 나오는 인물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나쁜 놈은 나쁜 놈이고, 선량한 사람은 선량합니다. 인물이 입체적이지 않고, 단순 명료합니다. 이야기 전개도 명확합니다. 어떻게 보면, 경영 서적 같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군더더기가 없습니다. 그 덕분에 읽기 어렵지 않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만큼이나 가독성이 좋은 소설입니다.


3. 비즈니스가 주요 소재입니다.


소개 부분에서도 언급했지만, 비즈니스가 주요 소재입니다. 경영 소설이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소설 큰 틀에는 비즈니스가 깔려 있습니다. “한자와 나오키”는 은행에서 벌어지는 복수극, “노사이드 게임”은 스포츠 소설이지만 비즈니스 원리가 간접적으로 포함된 소설이고, “변두리 로켓”은 중소기업의 분투기이지만 그 속은 결국 비즈니스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루즈벨트 게임”은 스포츠와 비즈니스 상황을 대비한 소설입니다.


즉, 비즈니스가 주요 소재가 되고, 다른 소재가 덧붙여지는 형태를 갖습니다.


4. 비즈니스의 잔혹함은 표현하되, 인간미 상실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복수가 주요 소재이기도 하지만, 사람을 크게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드는 잔혹함이 소설 내에서 흔치 않습니다. 물론, 비즈니스의 잔혹한 현실을 묘사하긴 하지만, 그것이 강력 범죄로 연결되진 않습니다. 간혹 자극성을 추구하는 소설에서 너무나 쉽게 잔혹함을 묘사하는 반면에 그런 내용이 드물어서 불편함이 덜한 편입니다.


5. 성장과 변화가 기본으로 깔려 있습니다.


이케이도 준의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시련을 겪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생각의 변화와 성장으로 시련을 이겨내는 구조를 갖습니다. 뻔하다고 생각될지 모르겠지만,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읽는 것만으로도 주인공의 입장에서 같은 변화를 겪는 느낌을 갖습니다. 그리고, 결말에는 나 자신도 이겨낸 듯한 간접적 승리감을 경험합니다.



다음은 이케이도 준의 소설을 분류해 보았습니다.




제가 읽었던 이케이도 준 소설은 시리즈, 옴니버스, 산업 소재, 스포츠 소재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분류, 시리즈는 “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입니다.


“한자와 나오키”는 은행 배경으로 일어나는 분투와 이를 이겨내고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2배로 갚는 “한자와 나오키”의 모습에서 간접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얻을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드라마로도 경이로운 성공을 했는데, 소설과 드라마 모두 재미있습니다. 소설과 드라마가 미묘하게 차이가 있으니 비교하면서 읽어보는 것도 흥미 포인트 중 하나입니다.




“변두리 로켓”은 아버지에게 중소기업을 물려받은 로켓 연구자 사장이 겪는 중소기업 생존기입니다. 기술밖에 모르는 기술자 출신의 사장이 대기업과 은행의 횡포, 견제를 이겨내고 생존하는지를 담은 소설입니다. 처음엔 너무 당하기만 해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묵묵히 풀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현실에서 느낄 수 없는 성취감을 갖게 합니다. 드라마로도 극화되었는데 소설 내용과 거의 동일하여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면 드라마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자와 나오키


변두리 로켓


두 번째 분류, 옴니버스 분류입니다. 은행을 배경으로 일어나는 샤일록의 아이들, 전자업체 배경의 일곱 개의 회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은행 또는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미스터리를 연결된 단편을 통해서 풀어가는 옴니버스 형태로 묶어낸 “샤일록의 아이들”과 “일곱 개의 회의”는 추리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갖습니다. (일곱 개의 회의를 은행으로 분류했었는데, 다시 살펴보니 은행 배경이 아니군요. 읽은 지 좀 되서 착각했습니다.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으로 재분류했습니다.)


샤일록의 아이들


세 번째 분류, 산업 배경의 소설입니다. 사회 고발 소설로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속한 “하늘을 나는 타이어”는 책의 80%를 읽을 때까지는 꽉 막힌 고구마로 답답함을 느끼다가 나머지 한꺼번에 내리는 결말을 갖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른 이케이도 준 소설보다는 재미는 덜했지만, 현실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여서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을 읽은 후에 영화도 같이 봤는데, 역시 답답하다는 느낌은 동일했습니다.


줄거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한 운송 업체는 트럭 사고로 회사 존폐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그것이 자신들의 정비 잘못이 아니라 트럭 제조업체의 제품 불량으로 일어난 것임을 알게 된 운송 업체 사장의 노력이 주요 내용입니다. 트럭 제조업체는 대기업이고, 운송 업체는 중소기업이다 보니 처음부터 급이 안 되는 게임이지만 결국 이겨낸다는 결말입니다. 실제로 대기업과의 싸움에서 싸우기보다는 포기하거나 타협하는 현실, 대기업 내에서는 이윤이 아닌 사회를 생각하여 자신의 잘못을 고치거나 고발하는 대신 무마하거나 은폐하려는 현실을 고발하는 사회 고발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늘을 나는 타이어


네 번째 분류는 스포츠 소재의 소설입니다.


최근 번역된 노사이드 게임과 루즈벨트 게임이 여기에 속합니다. 둘 다 극화되었기 때문에 찾아서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가볍게 보기에 좋은 드라마입니다. 두 작품 모두 스포츠 배경이기 때문에 비슷할 것으로 생각되는 두 소설은 서로 다른 특징을 갖습니다.


1. 루즈벨트 게임은 야구를 소재로 하고 있고, 노사이드 게임은 럭비를 소재하고 있습니다.

2. 루즈벨트 게임은 만년 꼴찌에 머무는 사내에서 불필요한 존재인 사회 야구팀과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중소기업을 비교하여 야구를 모르던 초짜 사장이 야구를 알아가며 중소기업을 살리는 이야기로, 비즈니스가 중심입니다. 야구는 비즈니스라는 주인공을 위한 조연입니다.


즉, 루즈벨트 게임은 스포츠를 소재로 한 비즈니스 소설입니다.


반면에 노사이드 게임은 패배감에 빠진 럭비팀이 성장하는 소설입니다. 즉, 노사이드 게임은 스포츠 소설입니다.


루스벨트 게임

이케이도 준 소설이 일반적인 평가 기준으로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말하긴 어려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그의 작품은 독자로 하여금 같이 분노하고, 슬퍼하며, 같이 기뻐하게 만듭니다. 그것도 간접적으로 승리감을 느끼게 해 줍니다.


그것만으로도 그의 작품이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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