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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May 14. 2024

3S 관점에서 본 맛집 분석 (1)

사진: 업체 제공 이미지


5월 어린이날을 낀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가족과 함께 한 전주 여행만 이번이 3번째, 가장 고생을 많이 하고 힘든 여행이었지만 다음에도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건 역시 여러 가지 먹거리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3번의 전주 방문마다 접한 음식이 다양했지만, 3번 모두 간 식당은 베테랑 칼국수가 유일합니다. 독특한 맛의 칼국수도 별미지만, 진한 콩국에 살얼음과 함께 콩가루가 올라가 있는 콩국수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전주 여행마다 빠지지 않는 코스가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베테랑 칼국수의 메뉴는 칼국수, 쫄면, 콩국수, 김치만두, 고기만두 5가지로 조촐합니다. (예전에는 소바와 팥빙수 메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메뉴에는 빠져있더군요. 계절 별로 바뀌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메뉴가 적은 만큼 음식이 나오는 시간이 짧고, 면 요리이다 보니까 좌석 회전율도 높은 편입니다. 


베테랑 칼국수의 메인 메뉴는 역시 칼국수입니다. 다른 음식을 시키더라도 칼국수는 하나는 시키는 편입니다. 그 외에 시원한 면 요리나 매콤한 면 요리를 먹고 싶을 때는 쫄면과 콩국수를 시키고 무언가 허전하다 싶은 경우 고기만두, 김치만두, 반반 만두를 추가로 시켜서 좌석 당 단가를 올리는 효과를 만들죠. 


최근 음식이 만원 이하를 찾기 어려운데, 칼국수 8000원, 쫄면 7000원, 콩국수 9000원, 만두 6000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거든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건 그만큼 맛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겠지만, 이곳이 높은 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메뉴 수가 적다.


메뉴 수가 적다는 건, 조리 방법, 조리 기구, 조리 인원을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하고, 표준화된 조리 절차를 반복적이고 숙련도 높게 수행하여 빠르게 음식을 만들고, 손님에게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게다가 음식 재료 수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식자재 회전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버려지는 식자재를 줄이고, 신선한 식자재를 제공할 수 있겠죠. 그뿐 아니라, 적은 종류의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할 수 있으므로 비용 절감 효과도 얻을 수 있겠죠.


예전 글에서도 반복적으로 언급했지만, 고객의 수를 유지하거나 늘리면서 메뉴 수를 줄이는 것은 매출과 이익을 모두 높일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우리가 맛집이라고 생각하는 식당 중에 메뉴가 1페이지 이상 되는 식당이 많지 않은 것도 맛의 수준을 유지하고 이익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메뉴가 조화롭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테랑 칼국수의 메인 메뉴는 칼국수입니다. 축구팀으로 따지면 스트라이커가 되겠죠. 그런데, 축구를 하기 위해서는 스트라이커만 있어선 안됩니다. 스트라이커를 지원해 줄 미드필더, 수비를 책임질 수비수, 골키퍼가 필요하죠.


칼국수의 맛은 독특하지만, 기호에 따라선 칼국수에선 찾을 수 없는 시원한 맛과 매콤한 맛을 보완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쫄면과 콩국수가 있습니다. 실제로 손님들을 보면 면 요리는 몇 가지를 시켜놓고 같이 먹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서로 보완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칼국수가 전문인데 쫄면과 콩국수는 다각화한 것이 아닌가?


맛은 다르지만 조리 방식은 비슷할 겁니다. 조리 방식이 비슷하면 조리 도구 또한 같이 사용할 수 있겠죠. 만두는 어떨까요? 만두는 주인공이 되진 못합니다. 베테랑 칼국수에 와서 만두만 시켜 먹는 사람은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만두는 객단가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면 요리만으로 부족한 손님에게 추가로 먹을 수 있는 메뉴를 제공하여 객단가를 높이는 역할을 맡기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른 요리로 하면 안 될까? 왜 만두여야만 하는가? 아마도 이렇지 않을까요? 우선 칼국수, 쫄면, 콩국수와 같이 먹어도 어색하지 않으면서 조리 시간도 맞춰야 할 겁니다. 만두 같은 경우는 미리 만들어 놓고, 주문을 받으면 찌는 방식으로 조리 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


면 요리와 어울려서 면 요리를 보완하면서도 동시에 제공할 수 있는 메뉴가 만두가 적절하지 않았을까요?


세 번째, 높은 이익으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한다.


높은 이익을 얻기 위해서 가격을 높이는 것은 단시간 동안은 먹힐 수 있는 방법이겠지만, 결국 손님을 빠르게 떠나게 만드는 행동이 될 겁니다. 이익을 높임으로써 그중 일부는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데 힘써야만 손님이 계속 유입이 되고, 그만큼 이익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간혹 맛집 중에는 자기들이 제공하는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서 가격이 인상해도 과거와 같이 손님이 유지될 것이라고 믿는 식당들이 있습니다.


한동안은 손님들이 찾아오겠죠. 하지만, 그만큼 경쟁자가 유입이 되고, 손님들도 자신의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대안을 찾을 겁니다. 가격을 올린 후에도 장사가 잘되는 모습은 손님 유치는 되어도, 손님 유지가 안되기 때문에 일정 순간의 착시일 뿐 영원하진 않습니다. 결국 잊히겠죠.



자, 베테랑 칼국수 사례에서 본 것을 제품에도 적용해 볼까요?


회사가 만드는 제품의 다양성이 무조건 높을수록 좋은 것이 아닙니다. 다양성이 낮아도 매출과 이익을 높일 수 있다면 최대한 단순화해야 하며 그래야만 운영 효율을 높이고 비용 절감으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제품의 다양성을 높여야만 한다면, 메뉴의 조화를 따졌던 것처럼 제품 간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즉, 제품군 단위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중복되는 모델 없이 자신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담당할 수 있도록 제품군을 꾸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운영 효율로 비용을 절감했다면,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 이상으로 고객이 지불해야만 하는 비용을 생각해 줘야 합니다. 보통 기업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는 과대평가를 하고,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고객이 지불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을 고민하고, 그것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야말로 기업이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역량 아닐까요?


주변에 볼 수 있는 맛집을 3S (단순화, 표준화, 공용화) 관점으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제가 직접 방문한 곳들을 소개할 것이므로 맛집 광고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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